[Weekend 헬스]

"대부분 3기 넘어 찾아와… 조기진단 어려워 더 힘든 난소암"

부인암 3대 명의
①'난소암' 이정원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
양성 종양과 암 구별 힘들고
초기엔 증상 뚜렷하지 않아
늦은 발견 탓에 치료 잘돼도
환자 60~70% 재발의 아픔

난소암과 자궁내막암, 자궁경부암을 묶어 흔히 부인암이라 부른다. 다른 암과 달리 여성에게만 존재하는 장기에서 발생하는 암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여성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크다.

생애 주기에 따라 변화하는 여성의 일생을 위협할 뿐 아니라 목숨까지 앗아가는 일도 잦다. 이러한 부인암으로부터 여성을 지키기 위해 첨단 의학의 최전선에 뛰어든 삼성서울병원 부인암 명의 3명을 찾았다.

삼성서울병원 부인암센터는 지난 2017년 부인암 등록 환자가 누적 등록 환자가 1만명을 넘어서면서 부인암 치료의 메카로 꼽힌다.
이정원 삼성서울병원 부인암센터장은 1995년 경상대의대를 졸업하고 2006년부터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7년 5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미국 MD앤더슨에서 연수했다. 2016년부터 부인암센터장을 맡고 있다.


난소는 아몬드 모양이다. 자궁을 가운데 두고 한 쌍을 이룬다. 매달 난자를 배출하고, 여성호르몬도 분비한다. 이런 난소에 암이 생기는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게다가 암이 발생해도 증상이 전혀 없는 경우가 많다. 상당수 환자가 뒤늦게 암을 발견하는 이유다. 이정원 삼성서울병원 부인암센터장(산부인과 교수·사진)은 30일 "난소암은 조기 진단이 어려워 환자 10명 중 8명꼴로 3기 이상으로 진단받는다"며 "간신히 치료를 하더라도 재발률이 높아 환자나 의사 모두에게 큰 도전인 암"이라고 설명했다.

난소암 유병율은 2% 정도로 다른 암과 비교하면 드문 편이지만 생존율이 극히 낮다. 난소암 5년 생존율을 보면 환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3기인 경우 23~41%에 불과하다. 같은 난소암이라도 1기일 경우 76~93%에 이른다고 알려진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난소암은 조기 진단이 왜 어렵나.

▲최근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2017년도 난소암 발생자 수는 2702명이다. 10년 전인 2007년 1925명일 때와 비교하면 증가 추세다. 그러다 보니 초음파 검사 및 종양수치 혈액 검사 등 난소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난소 양성 종양과 암을 구별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게다가 위험 인자도 명확하지 않고 초기엔 증상도 뚜렷하지 않다. 병의 진행속도가 빠르다는 점도 조기 진단을 어렵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영화배우인 안젤리나 졸리처럼 유전자 검사로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나.

▲BRCA1과 BRCA2라는 유전자 변이가 있거나 유전성 비용종성 대장직장암(HNPCC)을 포함하는 가족력이 있는 경우 난소암 위험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전체 환자의 5~10%가 이런 경우다. 이러한 변이를 포함해서 난소암 발생 위험이 높다고 판단될 때 예방적으로 난소, 난관 절제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다고 모두 암이 발생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맹신은 금물이다. 경험이 많은 전문가와 충분한 상담을 거쳐 결정해야 할 일이다.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하나.

▲난소암의 표준치료는 수술로 최대한 암을 제거한 뒤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를 암세포를 없애기 위해 항암요법을 시행하는 것이다. 난소암은 항암 치료에 잘 듣는 암이어서 수술 후 3주 간격으로 6회 정도 항암요법을 한다. 최근에는 먼저 항암 치료를 3~6회 정도 시행한 뒤 수술하는 경우도 있다.

삼성서울병원 부인암센터는 연간 약 350건 난소암 수술을 진행하며 국내에서 가장 많은 치료 경험을 쌓았다. 덕분에 5년 생존율이 66.2%로 국내 평균 64% 보다 높고, 미국 평균 47.6% 보다도 크게 앞선다.

―재발에 대한 환자 우려가 크다.

▲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탓에 적절한 치료를 받더라도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전체 환자의 60~70%가 재발한다. 재발된 경우 다시 2차 항암요법을 받아야 하는데 이 때는 완치를 기대하기 어렵다. 처음부터 확실한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새 치료법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삼성서울병원에서는 현재 16개의 다국적, 다기관 임상연구에 참여해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연구 및 개발에 적극적이다. 또 치료방침 결정이 어려운 중증 부인암환자들의 최적의 치료 방향을 정하기 위해 부인과, 방사선종양학과, 병리과, 영상의학과 등 여러 진료과의 전문의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다학제 진료를 매주 실시 중이다. 환자 개개인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최근 난소암을 포함한 부인암의 개인맞춤치료 시대를 앞당기는 데 중요한 이정표를 발표했는데.

▲'개인맞춤치료'라는 것은 개개인의 유전적 특성과 변이 유무를 확인해 이에 알맞은 표적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난소암에서 주목받는 표적치료제는 BRCA 유전자 변이를 지표로 하는 PARP 억제제다. 최근 여러 연구들을 통해 재발뿐 아니라 일차 약제로서도 점차 사용범위가 확대되는 추세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부인암 표적치료제가 어떤 환자에게 효과 있을지 미리 가려낼 수단이 마땅치 않았다. 암 관련 유전체의 구조가 워낙 복잡한 데다 암이 약물을 피해 살아남는 경로 또한 변화무쌍한 탓이다.

최근 우리 병원 연구팀은 난소암을 포함한 부인암 환자에게서 얻은 조직을 차세대 유전체 분석 시스템인 '캔서스캔(CancerSCAN)'을 통해 분석한 뒤 약물반응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P53 유전자가 변이된 환자의 암세포가 표적항암제인PARP 억제제에 높은 민감도를 보였다. 해당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는 PARP 억제제에도 치료 반응이 높을 거라는 의미다. 난소암 80%가 고등급 장액성 암인데 이들 환자 중 90% 이상에서 P53유전자 변이가 발견된다.

D2 단백질이 PARP 억제제에 대한 약제 내성에 관여한다는 것도 밝혔다. 어떤 환자에게 치료하면 효과가 좋을지 이번 연구로 미리 알 수 있게 된 셈이다. 환자 치료 결정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난소암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최근 난소암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될만한 실마리들을 많이 찾아냈다.
과거처럼 지레 겁먹거나 포기하긴 이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삼성서울병원을 포함해 전 세계 수많은 기관 의사들이 난소암을 극복하기 위해 진료와 연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들을 믿고 희망을 가지길 바란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