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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지각변동 조짐 보인 새해 첫달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31 17:14

수정 2020.01.31 17:14

[월드리포트] 지각변동 조짐 보인 새해 첫달
벌써 한달이 지난 2020년도는 첫달부터 예사롭지 않은 여러 지각변동 조짐을 보이며 출발했다. 필리핀 화산 분출과 터키, 카리브해에서 강진이 발생하는 자연재해도 있었지만 지정학적으로도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을 보였다.

연초부터 미국이 무인항공기(드론)를 이용해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를 사살하면서 중동에 다시 주목이 가고, 국제유가 동향에 관심이 쏠렸다.

사실 미국과 이란의 대립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1979년 이란 과격 학생들이 테헤란 주재 미국대사관을 444일 점거하며 직원들을 인질로 붙잡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두 나라는 오늘날까지 대립을 이어왔다. 대사관 점거사건으로 재선에 실패한 지미 카터 이후 미국 대통령은 로널드 레이건부터 도널드 트럼프까지 여섯번이나 바뀌었지만 그 기간에 이란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와 현재의 알리 하마네이 단 두명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오인돼 미사일에 격추되는 사건을 계기로 이란 지도부에 반대하는 이란 젊은이들의 행동은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세대가 등장했음을 보여줬다.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을 겪은 세대들의 손주뻘은 될 법한 이들은 이란 정부가 여객기 격추를 은폐하려던 것이 들통나자 거리와 소셜미디어에서 정부를 비판하고 하메네이를 비롯한 지도부 사퇴까지 요구했다. 이란 정부는 솔레이마니 사망에 대한 보복을 외치며 다시 미국을 적으로 내몰면서 결집을 노렸으나 호응은 과거만 못했다.

1월의 또 다른 지각변동을 꼽으라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재선이다. 대만인들은 지난해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도입을 시도했다가 촉발된 홍콩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 시위를 적극 지지했으며, 경찰을 동원한 강경진압을 지켜보면서 중국이 추진하는 '일국양제'를 믿을 수 없다며 차이 총통에게 표를 던졌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던 차이 총통의 재선은 '하나의 중국'을 내세우는 중국 공산당에도 보내는 대만인들의 메시지였다.

중국은 지난해 건국 70주년 행사를 화려하게 치렀다. 그러나 9개월째 접어들면서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은 홍콩 민주화 요구 시위와 신장에서 100만명 넘는 위구르인에 대한 강제 '재교육'으로 인해 중국에 대한 비판적 여론 또한 커지고 있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주변국과의 갈등도 여전히 남아있다. 중국이 외국에 세운 공자학원들도 비판의 대상이 돼왔다. 미국에서 가장 처음으로 공자학원을 연 메릴랜드대는 지난달 캠퍼스 안에 있는 공자학원을 폐쇄키로 결정했다. 미국 등 진출국가에서 표현의 자유와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가 거론되는 것을 막고 있는 데다 더 권위주의적으로 바뀐 현 시진핑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폐쇄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지난해 돼지고기 파동에 2년 가까이 치르고 있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경제성장률이 둔화됐으며 지난달 대폭 양보하며 미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안에 서명했다. 이런 찰나에 설상가상으로 새해 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중국이 또 고비를 맞고 있다. 발발 초기 정부의 미흡한 대처로 인해 시민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웨이보에 중국 지도부를 질타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중국 전문가인 시카고대 정치과학 교수 양다리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번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지 못한다면 중국 경제에 타격을 주고, 그의 지도력에도 흠집이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란 시위와 대만 총선, 미·중 1단계 무역합의안 서명,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시작된 새해. 11개월 남은 2020년은 출발부터 예사롭지 않은 것 같다.
남은 11개월이 어떻게 펼쳐질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국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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