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16 대책에서 정부는 고가주택 기준을 공시가격에서 시가로 바꿨다. 공시가격이 아직 시가를 밑돈다는 점에서 사실상 고가주택 기준을 강화한 셈이다. 정부는 집값이 9억원을 넘으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낮추고 전세대출로 집을 마련할 길도 막았다.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 넘는 집을 살 때는 신고서와 함께 증빙자료도 내야 한다.
종합부동산세는 시가가 아닌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다. 1가구 1주택자는 공시가격 9억원, 두 채 이상은 6억원이 기준이다. 하지만 시가가 오르면 공시가격은 따라 오르게 돼 있다. 정부가 시가 대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꾸준히 높일 작정이기 때문이다. 결국 소수 투기꾼을 잡으려는 정부 정책이 다수의 선량한 실수요자들을 괴롭히는 형국이다.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대응책은 세 갈래다. 첫째, 현행 고가주택 기준을 고수하는 것이다. 이 경우 상당한 민심 이탈을 각오해야 한다. 평범한 집주인들 입장에선 정부가 집값을 들쑤시는 바람에 공연히 세금만 더 내게 생겼다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둘째, 집값을 '원상회복'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월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인상된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원상회복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파트 값이 떨어지면 덩달아 중위가격이 하락하면서 많은 이들이 9억원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집값 하락은 자칫 금융위험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큰 정책이다.
합리적인 대안은 고가주택 기준을 손질하는 것이다. 9억원은 이미 10년도 더 된 낡은 기준이다. 종합부동산세법은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에 대해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처럼 종부세는 부유세 개념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서울에서 9억원은 중위가격일 뿐 더 이상 '고액'으로 보기 힘들다. 고가주택 기준을 현실에 맞게 높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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