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

[북한 100℃] 유쾌한 북한 아재들이 풀어준 편견과 오해

뉴스1

입력 2020.02.01 07:00

수정 2020.02.01 07:00

지난 2018년 12월 남북 군사당국이 '9·19 군사분야 합의서' 이행 차원에서 시범철수한 비무장지대 내 GP(감시초소)에 대해 상호검증에 나선 모습. (국방부 제공) /뉴스1
지난 2018년 12월 남북 군사당국이 '9·19 군사분야 합의서' 이행 차원에서 시범철수한 비무장지대 내 GP(감시초소)에 대해 상호검증에 나선 모습. (국방부 제공) /뉴스1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한 남북한 선수들이 폐회식에 함께 참석해 한반도기를 같이 흔들고 있다./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한 남북한 선수들이 폐회식에 함께 참석해 한반도기를 같이 흔들고 있다./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한 대한민국 여성 유투버가 여행 중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북한 주민들을 만나 대화를 나눈 유투브 영상이 화제다. 해당 영상이 인기를 모은 이유는 흔히 접할 수 없는 북한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생각들, 또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과 편견이 교차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6전 전쯤인 2014년 취재로 시작해 친목으로 이어진 한 모임에서 탈북민 몇몇을 만난 적이 있다. 반주를 곁들인 가벼운 저녁자리였는데 취재가 아닌 상황에서 탈북자들과 오랜 시간 함께 대화를 나눈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대화는 특정 주제에 치우치지 않고 우리가 흔히 술자리에서 이야기하듯 어린 시절 추억 어린 얘기와 읏고 떠들만한 에피소드가 오갔는데 그 때 새삼 깨달았던 것이 바로 편견과 오해였다.

당시 그들은 북한에서의 어렸을 적 삶 일부를 소개했는데 나 자신의 옛날 시골 생활에서의 생활과 큰 차이가 없었다. 무엇을 공부했고 무엇을 먹었으며, 무엇을 즐겼는지도 체제상 나타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것 외에는 내가 상상했던 것에 비해 너무나 평범했다.

아마도 당시 내가 바라보는 북한의 모습은 신문의 한 섹션인 사회면을 그 사회의 전체로 오인했다고 표현하는게 정확할 것이다. 그 날 만남을 이후로도 몇번의 정기적인 모임과 새로운 탈북민도 소개 받았지만 그들 역시 평탄한 삶을 꾸려나가는 사람이었다.

보도로만 접했던 사건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사회전체의 모습일 것이라고 일반화했던 내 편견이 새삼 부끄러웠던 기억이 난다.

아울러 우리가 가진 편견 때문에 일부에선 조선족보다 자신들에게 더 거리감을 느끼는 것 같다는 언급은 우리 사회가 풀어야할 과제로도 인식됐다. 편견과 오해가 쌓이면 그 자체가 차별이된다는 사실을 학습해온 까닭이다.

다시 유투브 동영상에 등장하는 북한 주민들의 얘기로 돌아오면, 그들 역시 평범한 북한 노동자의 모습에 지나지 않았다. 이른바 40~50대로 추정되는 유쾌한 아재들이었는데, 명절 거실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결혼 이야기와 식사에 반주를 한 잔 곁들이는 우리네 부모님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해당 동영상에 대한 기사를 보고 "우리와 비슷해서 의외다" "잔소리는 똑같다"라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 아재들이 가진 우리에 대한 잘못된 정보나 우리가 그들에게서 떠올리는 이질감은 편견과 오해에서 시작됐을 것이다. 다만 그것도 한 두마디의 대화를 통해 쉽게 풀려나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민간이든, 정부차원이든 많이 만나야 한다. 70년 가까이 쌓인 오해와 편견을 풀기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하다. 통일은 제쳐두고라도 핵이라는 위험천만한 무기가 최전선에 있는 현 한반도 정세를 평화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풀자고 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관계개선과 신뢰, 생각의 문을 열고 오해와 편견을 풀 때 우리는 어려운 문제를 한걸음씩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북한의 쇄국 모드와 나홀로 행보는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차원의 대화 노력에도 답을 하지 않은채 민간 문화 영역에서도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스포츠에선 북한 여자축구 선수단이 한국행을 두차례나 거부했으며 2월말 열리는 동아시아역도선수권도 참가하지 않는다.
북한이 나홀로 행보를 버리고 다시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