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아산의 작은마을, 우한교민 수용 한나절만에 '충남 행정중심'

뉴스1

입력 2020.02.01 07:00

수정 2020.02.01 07:00

31일 오후 충남 아산시 초사동 사래마을 마을회관에 충남 도지사 현장집무실이 들어섰다. © 뉴스1
31일 오후 충남 아산시 초사동 사래마을 마을회관에 충남 도지사 현장집무실이 들어섰다. © 뉴스1


31일 오후 충남 아산시 초사동 사래마을 입구에 아산시의 이동 시장실이 설치됐다. © 뉴스1
31일 오후 충남 아산시 초사동 사래마을 입구에 아산시의 이동 시장실이 설치됐다. © 뉴스1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충남 아산의 소촌(小村)이 한나절 사이 도지사실과 시장실이 한꺼번에 들어선 행정의 중심지로 변모했다.

지난 31일 오후 충남 아산 초사동 사래마을에 충남 도지사 현장 집무실과 아산시의 이동 시장실이 들어섰다.


마을 인근의 경찰인재개발원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발발한 중국 우한 지역 교민들을 격리 수용하게 되면서 지자체단체장들이 지역민들을 달래기 위해 현장 출장소를 만든 것이다.

사래마을 주민들은 하루 전인 30일 밤까지만 하더라고 교민들의 수용을 반대하며 격한 시위를 벌였지만 이날 오전 교민들이 탄 비행기가 김포공항에 도착하는 소식을 듣고 '더 이상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해 반대 입장을 접었다.

주민들은 아산으로 교민들이 수용되는 것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며 주민들을 무시했다"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지만 "교민들도 우리 동포"라며 교민 이송차량이 마을 앞을 지나 경찰인재개발원으로 가는 길을 막지는 않았다.

마을 주민들이 마음을 열면서 지자체들도 현장에 주민들과 접촉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이날 오후 1시40분쯤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대책을 설명하며 마을회관에 임시집무실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양 도지사는 당분간 이 '도지사 현장 집무실'에 머물며 방역 대책, 주민 지원 등을 직접 지휘할 예정이다.

전날 오후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마을대표와 대화하는 동안 항의하는 주민이 깨뜨렸던 마을회관의 출입문 유리창은 아직 갈아 끼워지지 않았지만, 그 바로 위 유리창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예방 수칙' 포스터가 붙었다.

도지사실이 들어서자 곧 '시장실'도 곧바로 세워졌다. 이날 오후 4시쯤부터 회색 컨테이너 박스 3개가 마을 입구에 연이어 설치됐다. 그리고 곧 컨테이너 박스들 위로 '이동 시장실', '아산시 재난안전대책본부', '이동 진료소'라는 플래카드가 연달아 붙었다.

아산시는 오세현 아산시장이 이청과 이곳 이동 시장실을 오가며 업무를 볼 것이며 공무원들도 주간에 3명, 야간에 2명씩 24시간 상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동 시장실이 들어선 자리는 주민들이 교민들의 수용을 반대하면서 설치한 농성장 자리였다.
불과 한나절 만에 마을풍경이 180도 바뀐 것이다. 현장에서 새로운 행정 중심지 조성을 준비하던 공무원들은 전날까지도 얼굴을 붉혔던 주민들과 인근 식당에서 저녁을 함께하기도 했다.


한편, 한 마을주민은 교민들을 수용하게 되면서 경찰버스와 언론사 차량에 이어 공무원들의 차량까지 마을을 가득 메우게 되자 시끄럽게 됐다며 혀를 차기도 했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