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르포]"돈 싸들고 오는데 마스크공장 멈출 판…원자재가 없어요"

뉴스1

입력 2020.02.01 07:11

수정 2020.02.01 09:58

지난 31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퓨리온 마스크 공장에서 마스크가 생산되고 있는 모습. © News1 조현기 기자
지난 31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퓨리온 마스크 공장에서 마스크가 생산되고 있는 모습. © News1 조현기 기자


지난 31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퓨리온 마스크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마스크를 생산하고 있다. © News1 조현기 기자
지난 31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퓨리온 마스크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마스크를 생산하고 있다. © News1 조현기 기자


지난 31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퓨리온 마스크 공장에서 바이어들이 마스크를 구매 상담을 받기 위해 공장 앞에 차량을 주차했다. © News1 조현기 기자
지난 31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퓨리온 마스크 공장에서 바이어들이 마스크를 구매 상담을 받기 위해 공장 앞에 차량을 주차했다. © News1 조현기 기자


지난 31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퓨리온 마스크 공장에서 한 근로자가 공장 기계를 점검하고 있다. © News1 조현기 기자
지난 31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퓨리온 마스크 공장에서 한 근로자가 공장 기계를 점검하고 있다.
© News1 조현기 기자


30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0.1.3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30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0.1.3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광주=뉴스1) 조현기 기자 = "오늘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31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에서 마스크 공장을 운영하는 김재청 퓨리온 대표는 한숨을 내쉬었다.

국내 마스크 공장의 원자재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이 확산하면서 국내 주요 마스크 공장들은 밤낮없이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원자재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공장을 더이상 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 중국산 원자재 '中 정부 통제'…국산 원자재도 생산량 모자라

김 대표는 "SB, MB, 머리끈, 노즈와이어 등 크게 4가지 원자재로 마스크를 만든다"며 "해당 원자재들을 점점 더 구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공장은 2월 중에 128만개 제품을 생산해야 되는데, 해당 원자재를 제때 받지 못하면 바이어와 약속을 지키지 못할 수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 대표는 백방으로 수소문을 해 봤지만 도저히 원자재를 구할 수가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마스크 원자재 수급은 국내·중국 크게 2가지 경로가 있다"며 "SB와 MB는 국내 생산이 부족해 중국에서 받아와야 되는데 중국 정부가 해당 원자재 반출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어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머리끈·노즈와이어는 국내에서 가내수공업을 통해 납품을 받고 있다"며 "가내수공업이여서 현재와 같이 주문이 몰리면 아마 감당하긴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뿐만 아니라 국내산 원자재 조달 역시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 '2000만장 주문할께요' '기계 놔 줄께'…"며칠새 별의별 사람 다 봤다"

김 대표는 설날 연휴 이후부터 지난 4일 동안 "별의별 사람들을 다 봤다"고 고백했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중국 바이어들이 한국인 통역을 데리고 공장을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 중국 바이어는 "호텔에 돈을 쌓아놓고 있다. 2000만장을 주문하고 싶다"고 찾아왔다. 현재 이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하루 최대 물량은 3만장이다. 1년반치 생산물량을 달라는 셈이다.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그는 "이름을 대면 알만한 기업 대표가 찾아와 기계를 설치해 줄테니 독점적으로 물량을 공급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몇몇 사람들은 SUV에 돈 박스를 싣고 와서 마스크를 다 사가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실제 1시간 동안 공장에 머무는 동안 바이어로 보이는 사람들이 계속 공장을 들락날락했다. 김 대표와 공장 직원들은 연신 난색을 표하면서 바이어들을 돌려보냈다. 김 대표의 휴대폰 역시 쉴새없이 울렸다.

◇ "몇억 왔다갔다 하는데 거절 쉽지 않았다"…'폭리' 제조업체 아닌 일부 유통업자

그는 솔직히 눈 앞에서 돈 박스가 왔다갔다하고, 몇 일 만에 몇 억을 벌 수 있는 상황에서 인간적으로 달콤한 제안을 거절하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설날 이전에 바이어와 약속한 128만장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현재 상황에서 폭리를 취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모든 제안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또 김 대표는 현재 많은 마스크 제조업체들이 가격 폭리를 취한다는 오해를 사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그는 대부분 마스크 제조업체들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기 전에 물량과 가격을 책정하고 계약을 끝냈다"며 계약된 가격에 물건을 공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묵묵히 열심히 일하고 있는 곳이 많다고 호소했다.

이어 "일부 폭리 취하는 유통업자들이 문제가 있지, 많은 제조업자들과 유통업자들은 현재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퓨리온 역시 설날 직전 이미 계약이 체결된 물량만 2월에 생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사회적 약자는 이같은 상황에서 더 취약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바이어와 약속한 물량이 끝나면,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정책을 운영 중인 지자체 물량 50만장을 우선적으로 납품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마스크 생산라인을 담당하는 정연갑 팀장 역시 "소비자들이 원하는 만큼 최선을 다해 생산을 하고 있다"며 "안심하고 우리 국산 제품을 쓰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 마스크 원자재 가격·물량, 정부 관리 절실

김 대표는 이날 공장 문을 나서면서 "정부가 현재 마스크 가격을 통제하는 부분도 필요하지만 원자재 가격 자체도 너무 오르지 않게 관리를 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실제 이날 같은 시간에 열린 정부 회의에서도 원자재 문제가 거론됐다.
한국중소벤처무역협회 관계자는 "현재 마스크 품절 사태가 잇따르는데 1~2주 정도 지나면 생산공장에서 (확보한 원단이) 모두 소진될 것이라고 한다"며 "대부분 원단을 중국을 수입하고 있어, 수입이 안 되면 (마스크를) 생산하지 못하는 사태가 나지 않을지 염려된다"고 지적했다.

중기부는 이와 관련해 중국 외의 국가에도 원단 생산 업체가 있는 만큼, 해당 문제가 마스크 생산 업계 전체에 해당된다고는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 보건의료산업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이 모니터링과 증산을 관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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