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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창궐 반복' 관광·수출 '타격'…보험 안전망 필요성 대두

뉴스1

입력 2020.02.02 06:40

수정 2020.02.02 06:40

31일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오전 출근조 노동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명촌정문을 통해 퇴근하고 있다. 2020.1.31/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31일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오전 출근조 노동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명촌정문을 통해 퇴근하고 있다. 2020.1.31/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서울=뉴스1) 민정혜 기자 =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 2015·2018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이어 올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우리 사회를 덮치자 관광·수출업 등 타격받은 산업을 위한 보험 안전망 구축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감염병은 그동안 보험으로 보장할 만큼 위험이 크지 않았고 피해액 산출도 쉽지 않아 국내에 관련 보험상품은 나와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감염병 창궐이 반복되고 있는 만큼 상품 개발을 위한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종 코로나 확산, 수출과 내수 모두 타격 불가피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기업 등을 대상으로 감염병 위험을 보장하는 보험상품은 찾아보기 어렵다.
감염병 발생에 따른 매출액 감소 등의 위험을 모든 기업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상태다.

과거 감염병은 특정 지역에 국한해 발생해 그 여파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국가 간 교역이 활발해진 지금은 그 위험이 특정 산업, 국가는 물론 전세계 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신종 코로나 영향으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최대 0.2%p(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특히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 확산이 중국 내에 집중되면 1~4월 외국인 관광객은 61만6000명, 관광수입은 9000억원 줄고, 한국에서도 확산되면 외국인 관광객은 최대 202만1000명, 관광수입은 최대 2조9000억원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우리 경제의 핵심축인 수출 타격도 불가피하다.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 탓에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0.3~0.5%p 하락하면 국내 명목 수출액은 1억5000만~2억5000만달러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때와 달리 중국의 경제 비중이 4배나 커졌고 글로벌 제조업 가치사슬에서 중국이 중요 역할을 하고 있다. 소비심리가 얼어붙는 것도 예상할 수 있는 악영향이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수출과 내수 모두 타격을 받게 된다.

◇감염병 위험 최근 대두…"안전망 구축 필요성 있어"

감염병 위험을 보장하는 보험상품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찾기 어렵다. 감염병 위험은 미세먼지 등과 함께 최근 대두돼 이제 막 관심을 갖는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손해보험연구실장은 "그동안 산업적 측면에서 감염병은 위험으로 보지 않아 보장 필요성 또한 높지 않았다"며 "최근 감염병이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며 손실 규모가 커지고 그 위험 또한 반복돼 이제야 관심이 생긴 분야"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파라메트릭(Parametric)보험'을 활용한 감염병 보험 상품 개발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파라메트릭보험은 손실이 광범위하고 직간접적이어서 그 규모를 측정하기 어려울 때 객관적 지표를 정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파라메트릭보험은 홍수, 지진 등 자연재해를 보상하는 보험에 주로 활용한다. 비행기가 정해진 시간 이상 연착되면 보험금이 자동적으로 지급되는 해외의 비행기연착보험이 대표적인 예다. 감염병의 경우 관심→ 주의→ 경계→심각으로 나눠지는 감염병 위기경보단계가 보험금 지급을 결정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

다만 파라메트릭보험 역시 적정 보험료과 보험금을 책정하기 위해서는 기초 데이터가 필요해 당장 상품을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다. 보험상품이 나오기 전 기초 데이터 축적부터 필요하다는 의미다. 국내 파라메트릭보험이 적용된 상품도 전무한 실정이다.

김헌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대재해 상품을 파라메트릭보험으로 만들 수 있는 건 위험 빈도와 심도에 대한 기초 데이터가 있기 때문"이라며 "신종 코로나 등 최근의 감염병은 새로운 질병이어서 데이터가 없어 보험사 입장에서 위험 관리가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감염병 위험에 대응한 상품 개발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일부 지역에서 시작된 감염병이 전세계로 퍼지며 예상하지 못한 위험이 발생하고 있다"며 "당장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기보단 앞으로 몇 년이 걸리더라도 감염병 위험에 대비해 한국형 상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 역시 "전세계적으로 감염병 위험에 노출돼 있는 관광·쇼핑 등 관련 산업을 위한 최소한의 보험 안전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파라메트릭보험이 거래되는 영국 로이즈에서 활동하는 재보험사를 포함해 민간 보험사, 정부,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관련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로이즈는 글로벌 보험시장의 심장부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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