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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發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움직임…금융권 확산되나

[서울=뉴시스] 지난 27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 14층에서 (오른쪽부터)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김형섭 기업은행 노조위원장,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 당선인,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당선인이 노사 공동선언에 합의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기업은행 노조 제공) 2020.1.2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지난 27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 14층에서 (오른쪽부터)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김형섭 기업은행 노조위원장,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 당선인,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당선인이 노사 공동선언에 합의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기업은행 노조 제공) 2020.1.2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옥주 이준호 기자 = 기업은행 발(發)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움직임이 확산될 가능성에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에 이어 최근 산업은행도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출범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 새 집행부는 노조추천이사제를 본격 추진할 계획을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산은은 다음달부터 순차적으로 사외이사들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만큼,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논의가 조만간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산은 관계자는 "지난해 1분기 노사협의회 때 정부정책 대응을 감안해 논의키로 했으나 이후 실제 진행된 건 없었다"며 "노조 집행부가 새로 출범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 아직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단계는 아니며, 노조에서 공식적으로 안건이 올라오면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조추천이사제'란 노조가 추천하는 전문가를 이사회 사외이사로 참여시키는 것으로 ‘노동이사제'의 전 단계로 볼 수 있다. 노동이사제는 기업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들이 참여해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경영진과 함께 하도록 하는 제도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국정과제 중 하나다.

정부는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경영책임자에 대한 견제와 감시기능이 높아지고 자율경영 및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예상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노조의 경영 개입이 강화되면 이사회의 의사결정이 지연되거나 방해받고, 궁극적으로 공공기관의 경영효율성이 저하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또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노사가 더욱 담합해 국민, 고객, 정부의 이익을 외면하고 본인들의 이익만을 극대화하는 경향이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노동이사제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이어지면서 그간 수 차례의 시도에도 아직까지 도입에 성공한 금융기관은 없다.

산은 노사는 지난해 노사협의에서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고 기업은행도 지난해 3월 도입을 추진했지만 상급 기관장인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KB국민은행도 지난 2017년 이후 3차례에 걸쳐 시도했지만 주총 표대결 등에서 패배하며 성사시키지 못했다. 최근 수출입은행 노조 역시 사외이사를 추천하며 도입을 재차 시도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에야말로 금융권 최초의 노조추천 사외이사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가 금융권 최장 출근저지 투쟁을 종료하는 대가로 사측으로부터 노조추천이사제 추진 약속을 받아낸 만큼, 도입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기업은행 노조는 장장 27일간 이어온 윤종원 행장에 대한 출근저지 투쟁을 마무리하면서 사측과 맺은 '6대 공동선언문'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노조추천이사제를 유관기관과 적극 협의해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29일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하고 있다. 2020.01.29.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29일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하고 있다. 2020.01.29. photo1006@newsis.com
특히 이 합의 자리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참석한 것도 성사 가능성을 높인다는 분석이다. 앞서 최 전 위원장은 대통령의 공약임에도 노동이사제의 금융권 도입을 줄기차게 반대해 왔다. 그는 "은행권 종사자의 급여라든지 복지 수준도 다른 산업에 앞서 도입해야 할 만큼 열악하거나 불리하지도 않다"며, 금융권의 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수 차례 드러냈다.

하지만 이번에 기업은행 노사간 합의 자리에 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내며 최 전 위원장과 완전히 다른 행보를 보인 것은, 더 이상 금융위가 기업은행의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막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만약 기업은행이 도입에 성공한다면, 이 도입 움직임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비롯해 금융권 전체로 빠르게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융기관, 특히 국책은행에 대한 노동추천이사제 도입은 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책은행에 대한 노동이사제 적용은 보다 신중해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주주는 정부이지 근로자가 아니며, 근로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기관이라는 측면에서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게 맞다"고 짚었다.

이어 "공공기관 성격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기존 근로자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주주와 다른 의사결정을 할 우려가 있는 노동추천이사제는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노동추천이사제 도입이 앞으로의 과제이기는 하나 지금처럼 투쟁 일변도 전략이나 실력행사와 같은 대립과 투쟁으로 점철된 노사관계 전제로는 (도입이)불가능하다"며 "대립적인 투쟁적인 관계로 실현하면 기업 운영이나 의사 결정에서 갈등, 분쟁이 지속될 수밖에 없고, 결국 국민들의 이익을 훼손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영 참가라는 것은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전제로 해야만 성립될 수 있다"며 "자세 전환과 태도 변화가 같이 고민돼야 하며, 노동이사의 일정한 권한과 책임 등 기본적인 규율이 확보돼야만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노조추천이사제를)당장 도입한다는 것은 아니니 전체 금융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신중하게 고민해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anna224@newsis.com, Juno22@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