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대통합이냐 소통합이냐…'안철수·유승민·태극기세력' 기로

뉴시스

입력 2020.02.02 08:50

수정 2020.02.02 08:50

통합신당 1차 세력 규합…500여개 정당·단체 '매머드급' 새보수당, 여전히 한국당과 1대1 협상 물밑 신경전 치열 안철수, 창당 가시화…통합열차 대신 독자 행보에 속도 '태극기 세력' 통합 난관…공화당 '내분', 김문수는 '신당'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 등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제1차 대국민보고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은 장기표(앞줄 왼쪽부터) 국민의 소리 창당준비위원장, 이언주 미래를 향한 전진4.0 대표, 황교안 대표,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책임대표, 박형준 위원장. 2020.01.31. photothink@newsis.com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 등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제1차 대국민보고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은 장기표(앞줄 왼쪽부터) 국민의 소리 창당준비위원장, 이언주 미래를 향한 전진4.0 대표, 황교안 대표,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책임대표, 박형준 위원장. 2020.01.31. photothink@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보수 정당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중도까지 아우르는 범(汎)중도·보수 통합신당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지만, 정치권 한편에서는 여전히 대통합 실현 가능성에 회의론을 제기하면서 소통합이나 중통합에 그칠 수 있다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중도·보수 통합을 추진하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는 1차 대국민 보고대회를 열고 통합신당에 참여하는 세력을 1차 규합했다. 우선 보수 정당과 시민단체를 기초로 한 골격을 갖추되 늦어도 다음 달 중으로는 중도, 개혁 보수세력이 합류하는 '완전체'로 총선 전 범중도·보수 대통합을 달성한다는 게 최종 목표다.

통합신당의 면면을 살펴보면 규모만 놓고 볼 때 거의 매머드급 수준이다.
보수 정당의 맏형 격인 자유한국당이 참여하는 것을 비롯해 새로운보수당, 미래를향한전진4.0 등 원내 정당은 물론 국민소리당과 범시민사회연합(253개 단체), 범보수연합(95개 단체), 국가정체성회복국민협의회(108개 단체), 11개 청년단체 등 500여개의 정당·시민단체 등이 이름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개혁 성향의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정태근 전 의원을 비롯해 옛 국민의당 출신인 김영환·문병호 전 의원, 김근식 교수, 호남 출신 민영삼 전 민주평화당 최고위원 등도 합류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 주동식 지역평등시민연대 대표, 조형곤 21세기미래교육연합 공동대표, 정진경 변호사 등 지식인과 한국노총 주요 간부들도 동참했다.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 등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제1차 대국민보고대회에서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은 오세훈(왼쪽부터) 전 서울시장, 김영환 전 의원, 박형준 혁통위원장,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책임대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이언주 미래를 향한 전진 4.0(전진당) 대표. 2020.01.31. photothink@newsis.com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 등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제1차 대국민보고대회에서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은 오세훈(왼쪽부터) 전 서울시장, 김영환 전 의원, 박형준 혁통위원장,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책임대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이언주 미래를 향한 전진 4.0(전진당) 대표. 2020.01.31. photothink@newsis.com
한 달도 안 되는 단기간 사이에 혁통위가 기성정당은 물론 수백개가 넘는 시민사회단체 등을 '반문(反文)'이라는 기치 아래 끌어모으는 결집력을 보여준 것이다. 다만 통합신당이 범중도·보수의 명실상부한 총결집체로 완성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개혁 보수 성향의 새로운보수당이 통합신당에 참여하면 '중통합' 정도는 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지만, 새보수당은 여전히 한쪽 발만 담근 채 한국당과 물밑에서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는 중이다. 만약 한국당과 새보수당의 1대1 당대당 협상이 파투가 날 경우 보수대통합의 판은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

이미 한국당과 새보수당은 각각 공천관리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선거전에 돌입하는 분위기다. 특히 한국당은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원내 교섭단체로 만들기 위한 작업에도 속도를 내는 등 통합신당이 틀어질 것에 대비한 플랜B를 가동하는 상황이다. 새보수당이 뒤늦게 공천관리위를 구성해 자체 선거 준비에 들어간 것도 한국당을 의식한 측면이 없지 않다.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0차 당대표단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는 대표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무언가 생각하고 있다. 2020.01.31.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0차 당대표단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는 대표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무언가 생각하고 있다. 2020.01.31. kmx1105@newsis.com
일각에선 "과거 진보 진영에서 선거 연대나 후보 단일화를 많이 해왔다", "보수 통합 안에는 선거 연대나 후보 단일화도 포함될 수 있다"는 유승민 의원(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의 발언을 놓고 통합신당 대신 선거 연대 쪽으로 의중이 기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새보수당은 한국당과의 협상에서 섣불리 결과를 예단하지 않고 혁통위가 정해놓은 스케줄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지는 않겠다는 기류가 강해 통합신당 열기가 뜨뜻미지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만약 새보수당이 통합신당에 끝내 참여하지 않는다면 통합 취지는 빛이 바랠 수밖에 없고,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군소 정당·단체만 침여하는 '소통합' 수준에 그치게 된다.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안철수 전 의원과 이른바 '태극기 세력' 규합도 통합신당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안철수 전 의원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민당 창립준비위원회 임원진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01.31. photothink@newsis.com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안철수 전 의원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민당 창립준비위원회 임원진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01.31. photothink@newsis.com
안 전 의원이 통합신당에 합류할 경우 신당의 중심축이 보수에서 중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외연 확장이 가능하지만, 반대로 안 전 의원이 불참할 경우 통합 시너지 효과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안 전 의원은 통합신당 참여를 일관되게 거부하며 실용적 중도정당을 표방한 신당 창당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음달 초 '안철수 신당'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보수 진영에서 가장 오른 쪽에 있는 우리공화당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및 전광훈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등 이른바 '태극기 세력'도 통합신당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친박 중의 친박으로 통하는 조원진 의원이 공동대표로 있는 우리공화당은 보수 진영에서 '태극기 부대'라는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의 기반을 구축해왔고 세력을 확장하고 있으나, 탄핵 찬성파인 유승민 의원과는 한 배를 탈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한 점이 통합의 걸림돌이다. 우리공화당 내부적으로도 조원진·홍문종 공동대표 간 갈등으로 분당 수순으로 치닫고 있어 총선 일정이 촉박한 시점에 통합신당 합류를 기대하긴 더욱 힘든 분위기다.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인재영입 4호인 김문연(왼쪽) 경제학 박사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1.21.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인재영입 4호인 김문연(왼쪽) 경제학 박사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1.21. kmx1105@newsis.com
김문수 전 지사가 전광훈 목사와 별도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통합신당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 한국당을 탈당한 김 전 지사는 '선명우파'를 지향하는 가칭 자유통일당을 창당하고 보수 진영 안에서 독자 행보에 나섰다. 자유통일당은 재야에서 문재인 정권 규탄 집회를 주도해온 전광훈 목사가 후원하는 형식으로 참여해 총선이 다가오면서 보수 통합보다 분열을 더 걱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한국당 내에서도 통합신당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인 기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통합의 당위성을 지지하는 의원들이 여전히 많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안철수씨도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전광훈 목사도 통합에 합류해야 한다"며 "누구든 독자노선으로 살 수 없는 엄연한 정치 현실이다. 설령 산다고 해도 극소수 꼬마정당으로 밖에 살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치인 안철수, 정치인 김문수, 애국목사 전광훈의 존재 이유는 앞으로 사라지게 된다"며 통합신당 참여를 촉구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목사가 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집회 '범국민투쟁본부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국민대회'에 참석,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2020.02.01.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목사가 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집회 '범국민투쟁본부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국민대회'에 참석,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2020.02.01. chocrystal@newsis.com
그는 "통합 와중에 자신의 지분을 챙기려는 이기심으로 통합열차를 늦춰서는 안 된다"며 "내떡 하나 더 챙기려다 총선에서 패배하면 말짱 도루목이다"라고 보수의 분열을 우려했다.

정치권에서는 총선 전 완벽한 통합을 일궈내지 못할 경우 이번 총선이 한국당, 새보수당, 우리공화당, 자유통일당, 안철수당 등으로 사분오열돼 결과적으로 반문 진영의 위축을 초래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안철수 전 의원의 합류를 요청하면서 "서로 작은 이해관계 차이나 가치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현재의 문(文)정부 폭정이나 난정을 막는데 있어서는 아마 공통적 전선을 형성할 거라 생각한다"며 "큰 틀에서 안철수 대표도 독자적인 창당보다는 통합의 움직임에 같이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고 전했다.

서울 광진을 출마 준비중인 오세훈 전 시장은 "수도권 3분의 2정도가 통합이 안 되면 당선 가능성이 매우 낮아진다.
저희 지역도 그렇다"면서 "아기를 반으로 갈라서 가져가라는 솔로몬 왕의 판결에 절규하며 양보하겠다고 했던 그 엄마의 심정이 된다면 통합이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보수당과의 당대당 통합을 추진하기에는 시일이 촉박해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통합이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황교안 대표는 "비워야 채울 수 있다.
사랑하는 연인이 결혼을 할 때도 서로 양보할 것은 양보해야 인연이 맺어지는 것"이라며 통합을 향한 구애를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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