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오는 4월 15일 실시하는 총선(국회의원 총선거)에는 교복 입은 유권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행사한다. 생애 첫 투표를 기대하면서도 책임감도 갖고 있는 고3 학생들은 정치와 선거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수업 등 교육방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올해 총선부터 선거권 기준 연령이 만 '19세'에서 '18세'로 낮아졌다.
이로 인해 약 6만6000명의 고등학교 3학년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선거에는 2002년 4월 16일 이전 출생한 학생들만 투표권을 갖는다.
올해 생애 첫 투표권을 갖게 된 학생들은 기대감과 함께 부담도 동시에 갖고 있다. 노희성군(18‧경복고)은 "설렌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투표하시는 곳에 따라가면서, 투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경하영양(18‧광양백운고)도 "사실 선거와 투표 등에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빨리 선거에 참여해, 도장을 찍어 기념으로 남기고 싶다. 부모님과 함께 가서 내 표를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빈양(18‧파주봉일천고)은 "본의 아니게 빨리 태어나, 다른 친구들에게 없는 특별한 투표권을 얻었다. 이번 기회에 꼭 투표하러 갈 생각"이라고 의미를 뒀다.
하지만 마냥 기뻐만 하지 않았다. 일부 학생들은 자신들이 행사하는 표 한 장에 대한 무게감도 인식하고 있었다. 정나은양(18‧광양백운고)은 "처음에 우리도 투표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신기했다. 동시에 막상 정치에 참여하게 된다는 생각에 부담도 된다"고 밝혔다.
김제윤군(18‧경복고) 역시 "이제 내가 국회의원을 뽑고, 내 의견이 조금이라도 반영 된다는 것에 신중하게 표를 행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학생들이 진지하게 투표에 접근하고 있지만 우려의 시선이 있다. 일부에서는 '학생들이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할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이 아닌 주변의 흐름에 따라 투표를 할 수 있다' 등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서울 관악구의 인헌고 학생들은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편향적 교직원들의 행태를 감사해달라며 서울시교육청에 청원서를 내는 등 집단행동을 펼친 바 있다.
이에 학생들도 대체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정나은양은 "사실 나도 걱정이다. 나를 비롯해 주변을 봐도 정치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이 대다수다. 판단을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노희성군도 "우려에 동감한다"며 "일부 친구들은 정치에 관심이 많아,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말하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주변의 흐름에 따라가는 친구들이 많아서, 투표권을 주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한다"고 솔직히 말했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이런 우려에 대해 반박했다. 김동하군(18‧영일고)은 "일정 부분은 공감하지만 우려의 기준이 18세라고 하기 어려울 것 같다. 주변에서도 자신의 주관이 확실한 친구와 그렇지 않은 친구가 있다. 과연 만 19세라고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나이가 아닌 사람의 차이라고 밝혔다.
김제윤군은 "18세라고 판단력이 흐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 투표율이 굉장히 낮다고 들었다. 18세로 낮추면서 투표율을 높이고,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은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아직은 거리가 있는 정치를 이해하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실제 4년 전부터 만 18세로 선거권을 조정한 일본에서는 고3과 고1학생들을 상대로 주2회에 걸쳐 투표, 정치 등에 관한 수업을 진행중이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정나은양은 "'정치와 법'이라는 과목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문과의 선택과목일 뿐이다. 이과이거나, '정치와 법'을 선택하지 않은 학생들은 배우지 않는다"며 "현재 집권하는 당이나, 각 당의 차이가 무엇인지 등 간단한 내용이라도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좋은 것 같다"고 밝혔다.
정규 수업처럼 주기적인 수업 대신 학생들이 접근하기 편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배재민군(18‧용산고)은 "학교에서 정규 과목이 아니더라도 성교육처럼 교양 과목 형식으로 가르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빈양은 "꼭 학교가 아니더라도 투표에 관한 동영상을 외부에서 재밌게 만들어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에 올렸으면 좋겠다"며 "학교에서 교육을 해도, 안 듣는 친구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이를 인터넷에서 접하면 더 많이 관심을 가질 것이다. 나도 인터넷에 동영상이 올라오면 찾아볼 의향이 있다"고 다른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제는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된 고3 학생들은 후보자들에게 교육‧학교복지에 대한 공약을 기대하게 됐다.
김제윤군은 "이제 고3이 되는 만큼 입시제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국의 입시제도는 매년 바뀐다. 안정적인 교육과정과 입시제도 등이 될 수 있는 공약을 기대한다"고 했다.
김동하군 역시 "교육 정책이 자주 바뀐다. 장기적 플랜을 갖고 안정화시키는 정책이나 입시제도 등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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