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죄와벌]술먹고 차에서 자다 실수로 2m 이동…처벌은?

뉴시스

입력 2020.02.02 09:01

수정 2020.02.02 09:01

에어컨 키려다 후진기어 잘못 작동 법원 "기어 잘못 눌렀을 수도 있어" CCTV, 차등 등 토대로 무죄 선고해
(출처=뉴시스/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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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A씨는 지난해 5월30일 오전 2시30분께 거나하게 술을 마시고 서울 서초구의 한 빌딩 앞에 있던 자신의 차량에 탑승했다. 당시 A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31%의 술에 취한 상태였다.

A씨는 에어컨을 틀려고 시동을 켠 뒤 기어를 만지다 후진이 작동해 차가 뒤로 1~2m 정도 움직였다. 놀란 A씨는 차에서 곧장 내린 뒤 주위를 서성이다 다시 차에 탑승해 잠이 들었다.

A씨 차량은 기어를 변환하지 않고 차 문을 열고 나오면 기어가 자동으로 정차 상태로 전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행동을 수상하게 본 당시 주변에 있던 사람이 경찰에 신고했다.

이에 단속 경찰관이 출동해 A씨에게 음주 측정을 했다. 하지만 단속 경찰관은 운전한 모습을 직접 포착하지 못했기 때문에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A씨의 차량이 움직인 것을 확인한 뒤 음주운전이라고 판단했다.


A씨는 "술을 마신 것은 인정하지만, 기어를 변환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차량이 밀린 것"이라며 음주운전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A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장원정 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장 판사는 "단속 경찰관은 A씨의 운전 과정을 보지 못하고 잠든 후 112신고를 받고 출동해 단속했다"며 "고의 운전 여부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는 A씨가 운전한다고 추정되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 판사는 CCTV 영상에서 ▲A씨가 시동을 걸고 후진등이 켜지며 뒤로 1~2m 움직인 장면 ▲후진등이 꺼지고 미등만 켜진 상태에서 A씨가 하차해 비틀거리는 장면 ▲다시 승차 뒤 정차된 상태가 유지되는 장면 등을 종합해 차량의 움직인 거리가 지극히 경미하다고 봤다.


이를 토대로 장 판사는 "영상 내용만으로는 A씨가 고의로 운전하려 한 것인지, A씨 주장대로 다른 목적으로 시동을 켜다 후진기어를 건드린 것인지 명백히 판단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종 차량 서비스센터 직원이 법정에서 'A씨가 엑셀레이터를 작동했다고 보이지 않고, 해당 차량은 후진기어와 중립기어가 근접한 위치에 있다'고 한 진술을 무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장 판사는 "A씨가 기어를 잘못 눌렀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결국 검사가 제출한 CCTV 영상만으로는 A씨의 고의 운전이 증명되지 않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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