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5만원의 기적’.."살아갈 희망을 얻었다"

김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02 16:53

수정 2020.02.02 20:46

중구청 정은이 주무관
다급한 전화에 선뜻 입금해줘
홍씨 "살아갈 희망을 얻었다"
지난해 연말 서울 중구 약수동에서 있었던 일이다.

중구청에 근무하는 정은이 주무관. 그는 그때 무척 애를 태우고 있었다. 1인가구 실태조사 대상자 가운데 한사람인 홍모씨와의 연락이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태우고 있던 정 주무관에게 바로 그때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대상자 홍씨의 다급한 목소리였다. 홍씨는 전화요금 미납으로 휴대폰 착발신이 금지돼 전화기를 빌려 전화했다며 지금 당장 5만원이 없어서 휴대폰을 쓸 수 없다는 말만 거듭 반복했다.
전화기 너머의 다급한 목소리에 극한 상황을 예감한 정 주무관. 그는 일단 휴대폰 정지부터 풀고 급한 일 해결하시라며 더 이상 이유를 묻지 않고 개인돈 5만원을 선뜻 입금해 줬다.

이 후 5만원을 들고 주민센터를 찾아 온 홍씨. 그의 사정은 참으로 딱했다. 어린나이에 결혼했으나 시어머니의 구박과 남편의 홀대로 애 둘을 놓고 이혼 후 30여년을 신당동 일대에서 식당, 안마시술소 등을 전전하며 궂은 일로 힘겹게 살아오다 최근에는 그나마 실직까지 했다. 보증금 200만원에 30만원의 월세가 8개월째 밀린 데다 마땅한 수입조차 없어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기를 수차례였다. 홍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했다.

이에 약수동 주민센터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급기야 홍씨는 기초수급대상 조건이 돼 복지급여를 받을 수 있었다. 중구청은 서울형 긴급지원 등 다양한 지원방법을 강구해 밀린 월세 해결에도 나섰다. 또 구청 사회복지과의 알선으로 지난달 16일부터 한 고등학교에서 청소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홍씨는 월120만 원의 자활급여를 받게 돼 자력으로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또한 공동으로 이용하는 화장실 때문에 불편해 하는 홍 씨를 위해 기초생활수급자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주민센터 헬스장 사용을 권해 여가 시간에 운동도 하고 샤워도 할 수 있게 됐다.
더불어 주민센터에서는 약수동에서 운영중인 공가 사업과 연계해 월세를 절감할 수 있는 곳으로 이사할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홍씨는 "중구청의 경제적 지원에 앞서 자신을 믿어주고 5만원을 선뜻 내어준 정 주무관에게서 희망을 얻었다"며 그 날 5만원의 기적에 대해 거듭 얘기하며 고마워했다.
홍씨의 전화기에 정 주무관의 이름은 관세음보살님으로 저장돼 있다.

dikim@fnnews.com 김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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