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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무안단물"?…30년전 사라진 수소수·육각수 소셜펀딩서 '인기'

뉴스1

입력 2020.02.03 07:25

수정 2020.02.03 07:25

(소셜펀딩 사이트 와디즈 갈무리) © 뉴스1
(소셜펀딩 사이트 와디즈 갈무리) © 뉴스1


(소셜펀딩 사이트 와디즈 갈무리) © 뉴스1
(소셜펀딩 사이트 와디즈 갈무리) © 뉴스1


(식품의약품안전처 페이스북 갈무리) © 뉴스1
(식품의약품안전처 페이스북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윤지현 인턴기자,김정현 기자 = 최근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는 '육각수'가 나오는 샤워기와 일반 생수를 '수소수'로 바꿔주는 텀블러가 각각 1억6500만원, 1170만원 이상의 투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수소수나 육각수와 같은 '기능형 물'을 판매하는 업체들은 체내 활성산소 제거, 노폐물 제거, 피부미용 효과 등을 홍보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와 같은 '기능형 물'의 효능이 과학적으로 제대로 입증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1990년대 대기업들이 실효성 논란에 손뗀 육각수…"물 구조 시시각각 변화"

먼저 '육각수'를 살펴보면, 육각수 이론은 체내 단백질이 용해될 때 수화된 물 분자 6개가 결합한 형태가 가장 인체에 친화적이라고 주장한다. 약 30년쯤 전인 1990년대에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대기업에서 육각수 냉장고를 앞다퉈 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언론을 통해 제대로 된 임상검증을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육각수 냉장고 판매도 중단됐다.


실제로 물 분자의 구조는 펨토초(1000조분의 1초) 단위로 변한다. 육각수를 만든다 해도 물을 마시기도 전에 육각형 형태가 변한다는 뜻이다.

◇체내 활성산소 없애준다는 수소수의 수소 함유비는 평균 0.00015%

'수소수' 관련 업체들 역시 H2O의 분자구조로 이뤄진 '물'에 수소(H)를 첨가해 수소 농도를 높이면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한다고 주장한다. 항산화 효과가 커 건강과 노화방지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우리가 섭취한 물은 위로 들어가는데, 이미 위에서는 위산 속에 포함된 염산(HCl)이 소화를 돕고 있다. 우리 몸 속에는 '염산'에 이미 다량의 수소가 포함된 상태다. 물에 수소를 녹여 첨가한다고 해도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

또 체내에 존재하는 60조개 이상의 세포와 복잡한 신경망, 근육 등을 뚫고 수소가 오직 '활성산소'에만 선택적으로 반응한다는 주장도 제대로 검증된 바 없다.

설령 수소수가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더라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공개한 대다수 수소수 판매업체의 실제 수소 함유비는 평균 0.00015%으로 극소량에 불과했다. 딸기가 몸에 좋다고 광고하며 '딸기향 우유'를 판매하는 수준이다.

◇식약처 "수소수, 아토피·미세먼지 제거 효과 없어…육각수도 '헛된 유혹'"

이에 공식 정부 기관 및 학계에서는 '수소수'나 '육각수'에 대해 속지말 것을 소비자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 2016년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서 육각수를 거론하며 "물 분자의 결합이 육각형이 되더라고 짧은 순간만 유지될 뿐"이라며 "헛된 유혹이나 거짓말에 속지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에도 "수소수 역시 과대광고가 이뤄지고 있다"며 소비자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수소가 체내 활성산소와 결합해 미세먼지 제거와 아토피 등 질병 예방 기능이 있다는 수소수 광고가 허위 혹은 과장이라는 것이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는 SCI급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마시는 수소수 관련 임상시험 논문25편을 검토한 결과 "현재 사람이 수소수를 마시고 각종 질병예방과 치료에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연구결과의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여 그 사용을 권장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도 공식적으로 "수소수가 아토피나 천식에 도움이 된다는 어떠한 학술적 근거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와 같은 수소수·육각수 제품들이 지속적으로 펀딩을 진행하고 있는 와디즈 관계자는 "식약처가 수소수 및 육각수에 대해 허위 과대 광고를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찾아보진 못했다"며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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