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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닛산 "영·EU 관세 매겨지면 유럽 철수·영국 주력"…틈새 노린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03 13:53

수정 2020.02.03 13:53


[파이낸셜뉴스] 일본 자동차 업체 닛산이 유럽연합(EU) 공장들을 폐쇄하고, 영국 공장 생산을 배가한다는 비상계획을 세웠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현지시간) 내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닛산이 영국과 EU간 무역협상이 결렬돼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관세가 적용되는 상황이 오면 유럽 공장을 폐쇄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FT는 적자만 내고 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밴 생산공장과 프랑스 공장을 폐쇄하는 대신 막대한 돈을 들인 영국 선더랜드 공장의 생산을 배가한다는 것이 비상계획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라고 덧붙였다.

영국과 EU간 무역협상이 결국 파국을 맞아 관세가 부과되면 유럽 공장에서 자동차를 들여와야 하는 폭스바겐이나 미국 또는 유럽 공장에서 수입하게 될 포드는 관세를 물어야 한다. 반면, 영국에서 생산된 자동차를 영국에서 판매하게 될 닛산은 관세를 낼 필요가 없어 가격경쟁력을 갖게 된다는 논리다.

소식통들은 닛산이 현재 4%인 영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을 최대 20%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후반 입안된 이 비상계획은 여러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로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 충격을 대비해 모두가 영국을 떠나는 상황에서 되레 영국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역발상이다.

이에 대해 닛산 유럽 대변인은 "이같은 비상계획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인한다"면서 "WTO 관세 체제가 자리잡으면 영국과 유럽 내 사업 모두가 지속불가능하다는 것이 사실이라는 점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닛산의 공식적인 입장은 영국이 EU와 무관세 교역지위를 유지하지 못하면 닛산의 유럽 사업과 함께 영국 공장 역시 위협받게 된다는 것이다.

FT는 그러나 닛산이 선더랜드 공장에 40억파운드 이상을 쏟아부어 영국 최대 자동차 공장으로 만들었고, 6000명을 고용하고 있다면서 닛산은 선더랜드 공장에서 제조된 자동차를 EU에 수출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더라도 가동을 지속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선더랜드 공장은 닛산의 해외 공장 가운데 가장 효율성이 높은 곳으로 닛산 핵심 모델 5개 가운데 카슈카이, 주크, 전기차 리프 등 3개를 생산한다.

비상계획에 따르면 닛산은 현재 르노 프랑스 공장에서 만드는 경차 마이크라를 선더랜드로 옮기고, 당초 영국에서 생산하려다 말았던 소형 스포츠유틸리타차량(SUV) X-트레일도 선더랜드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게 된다.
무역협상이 결렬돼 막대한 관세를 물어야 할 경우 핵심 모델 5개를 모두 영국 선더랜드 공장에서 생산하는 계획이다.

한편 다른 업체들도 하드 브렉시트 뒤 영국 시장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푸조 지주회사인 PSA 최고경영자(CEO) 카를로스 타바레스는 영국과 EU간에 관세가 매겨지면 영국내 생산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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