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뷰티 패션

'너 왜이렇게 입니'…"이말 사라져야 K패션도 K팝처럼 세계화 가능합니다"

뉴스1

입력 2020.02.03 08:30

수정 2020.02.03 09:41

홍은주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장이 지난 1월30일 뉴스1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뉴스1(K쇼핑 제공)
홍은주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장이 지난 1월30일 뉴스1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뉴스1(K쇼핑 제공)


홍은주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장이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K쇼핑 제공)
홍은주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장이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K쇼핑 제공)


[편집자주]K팝으로 대표되는 한류 열풍에 한국 문화를 동경하는 이들이 늘면서 K패션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패션 전문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신진 디자이너들도 자신의 작품을 보다 손쉽게 알릴 수 있게 됐다.
더욱 건강한 생태계가 만들어지면서 K패션의 미래를 이끌 이들이 곳곳에서 자라고 있다. 루이비통·샤넬·폴로랄프로렌·겐조 등 글로벌 패션 업체들을 향한 K패션의 도전을 살펴보고 어떤 지원이 필요한 지를 집중 조명해 봤다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네가 연예인이야? 나이 들어서 왜 이렇게 입어? 옷을 좀 특이하게 입으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죠. 다들 남의 눈을 무서워하고 적당히 입다 보니 한국은 패션 사업하기 참 힘든 곳이 됐습니다"

홍은주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장이 일침을 가했다.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CFDK)는 국내 패션 디자이너 360여 명이 소속된 국내 최대 패션 디자이너 협회다.

홍 회장은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크리스찬 디올의 파리 본사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자신의 브랜드를 창업, 성공을 일군 국내 1세대 패션 디자이너다. 홍은주. 이름 석 자 그 자체로 이미 브랜드다.

지난달 30일 서울 장안동 홍 회장의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한국 디자이너 패션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었다.

◇"'너 왜 이렇게 입니' 고정관념 깨야 K패션 발전"

한국 패션에는 '규칙'이 있다. 발랄한 미니스커트는 20대의 전유물이고 40~50대에게는 금지된다. 그 규칙을 깨면 입방아에 오른다. 모자라면 모자란다고, 과하면 과하다고 손가락질을 받는 것이 한국에서 '옷'이다.

홍 회장은 "그런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고 생각해 왔는데 요즘 조금씩 깨어지는 것 같다"며 '시니어(노인) 모델' 김칠두씨를 언급했다. 김 씨는 60대에 뒤늦게 모델 활동을 시작하면서 화제가 된 인물이다.

홍 회장은 "김철두씨는 20대의 패션을 입지만 너무 잘 어울린다"며 "그분의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는 하나같이 '멋있다'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는 댓글이 달린다"며 최근의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너 왜 이렇게 입니' 이런 말도 '언어폭력'이 될 수 있다"며 "이런 고정관념이 깨져야 한국 패션도 K팝처럼 세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日 패션, 막대한 자금 업고 세계화 성공…우리도 재정 지원 필요"

홍 회장은 "과거에 비해 K패션이 주목받고 있다"며 "중국·대만·홍콩 등 아시아권과 미국 등 K팝이 유행하는 나라에서 K패션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도도한 한류의 흐름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과거에는 우리 국민들도 무조건 '외제'를 으뜸으로 치며 우리 브랜드를 하급으로 여겼지만 이제는 전 세계인이 한국산 제품을 찾는다. 한국 전자기기·자동차·드라마·음악에 이어 K패션도 세계화의 물꼬가 트인 모습이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홍 회장은 "K팝도 BTS가 주목받긴 하지만 주류 시장에서 1등을 하는 게 아니듯이 패션에서도 일본과 비교하면 한국에는 세계인 모두가 알만한 브랜드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겐조 등 일본 패션은 내수 시장에서 나오는 풍부한 매출과 정부 지원 덕분에 세계화에 성공했다"며 "우리 패션도 세계화하려면 막대한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절히 느꼈다"고 설명했다.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는 홈쇼핑 채널 CJ오쇼핑, T커머스 채널 K쇼핑 등과 꾸준히 협업을 시도하며 소속 디자이너들의 판로 확대를 위해 노력했다. 홍 회장은 "정부 보조에 한계가 있다 보니 기업과 협업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탄탄한 재정은 창조적 작업 위한 밑받침"…한국판 유니클로 구상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이 이슈가 되면서 홍 회장은 유니클로 국내 매출 규모(2018년 기준 1조4000억원)를 알게 됐다고 했다. 물론 그는 깜짝 놀랐다.

홍 회장은 "우리나라에 그렇게 큰 내수 시장이 있는데 우리나라 디자이너들은 외국 바이어들 주문받으려 몇백만 원씩 돈 들여 패션쇼를 열었던 것"이라고 읊조렸다.

홍 회장은 국내 패션 디자이너들과 함께 유니클로를 대체할 한국판 SPA를 만들 구상을 시작했다. 그는 "기본 아이템도 있지만 디자이너들이 포인트, 감성, 색상, 소재를 차별화한 SPA 브랜드를 만들면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SPA로 가자'가 아니라 디자이너가 하고 싶은 창의적인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재정적인 밑 작업을 해 두자는 것"이라며 "디올이나 루이비통 같은 브랜드가 되려면 엄청난 자금과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십 년간 패션 디자인을 하며 홍 회장도 점차 현실에 눈을 떴다. 홍 회장은 "디자이너를 하려면 자기가 서 있는 환경이 어떤지 알아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은 조직력, 자금력, 세계시장의 흐름을 잘 모른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다들 무작정 뛰려고 하더라. 하지만 패션은 마라톤과 같다. 어디가 끝인지, 반환점은 어딘지 사전 조사를 하고 장기적으로 달려야 한다.
내가 디자인한 지 30년 만에 얻은 결론은 이렇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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