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신종 코로나 사태로 북한 대외 강경 자세 완화할까

뉴시스

입력 2020.02.03 10:12

수정 2020.02.03 10:12

제재로 대외교역 급감하면서 줄어든 외화 중국 관광객 늘려 벌충하기 어려워질 듯 제재완화 여건 위해 관계개선 나설 가능성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3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한 사업을 강도높게 전개한다고 보도하면서 마스크를 쓴 평양시민 모습을 담은 사진을 게재했다. (출처=노동신문) 2020.02.03.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3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한 사업을 강도높게 전개한다고 보도하면서 마스크를 쓴 평양시민 모습을 담은 사진을 게재했다. (출처=노동신문) 2020.02.03.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3일 지난달 13일 이후 외국에서 입국한 사람들을 모두 파악해 의학적 감시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 당국이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 환자가 급속히 증가하기 시작한 시점을 지난 달 13일이라고 가정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이 과거 사스나 메르스가 유행하던 때와 비교해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에 훨씬 더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어느 나라보다도 먼저 중국과 국경을 차단하는 한편 노동신문이 연일 특집기사와 르포기사 등을 대서특필하고 있으며 조선중앙TV 등 방송도 연일 보도하고 있다.


이처럼 과거에 비해 북한이 훨씬 공격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이유는 최근 중국으로부터 관광객이 크게 급증한 때문일 것이다.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됨에 따라 대외 교역이 크게 위축되면서 외화수입이 급감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북한 방문을 권장하면서 연 30만명 이상의 중국인이 북한을 방문했었다.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이 아닌 관광을 통한 대북 지원 효과를 노린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에서 신종코로나 사태가 심각하게 악화하면서 북한에도 비상이 걸렸다. 북한은 어느 나라보다도 빠른 지난달 22일 중국인은 물론 중국 지역 체류 북한인들의 북한 입국을 차단하고 나섰다. 이는 자칫 중국의 심기를 건드릴 수도 있는 조치였다. 제재 속에서 중국의 지원에 크게 의존하는 북한으로선 큰 결단이 필요한 일이었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 사태를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에서 신종코로나 환자가 첫 발병한 것은 공식적으로 지난해 12월8일이며 첫 사망자가 나온 것은 12월10일이다. 따라서 신종코로나가 유행하기 시작한 시점은 적어도 11월 하순까지는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또 중국이 초기 발병 사실을 감추고 늑장 대처한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최초 발병시점은 이보다 훨씬 더 앞설 가능성이 크다.

중국에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하기 시작한 이후에도 중국인들의 북한 방문은 2개월 가량 계속된 셈이다. 이 기간 중국인의 북한 방문은 적어도 3~5만명에 이를 것이다.

이 정도면 우리 나라를 방문하는 중국인과 비교할 때 아주 적은 수다. 따라서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좋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지속되는 경제난 속에 국민들의 건강과 위생 수준이 좋지 않은 상태다. 만에 하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입될 경우 그로 인한 피해가 걷잡을 수 없게 커질 위험성이 큰 것이다.

이때문에 북한은 신종코로나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것이 '국가 존망이 걸린 사업'이라고 강조하면서 어느 때보다도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한 외화수입의 감소를 북한이 언제까지 견딜 수 있느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연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전'을 선언하면서 내각중심제, 내각책임제 강화를 대책의 일환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는 북한이 사회주의 경제정책을 강화하겠다는 측면이 강하다. 일부에선 경제난으로 사실상 폐기됐던 생필품 배급시스템을 복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런데 아무리 자력갱생을 외친다고 해도 적어도 북한 내부의 생산 시스템이 어느 정도 정상화되기 전까지는 중국의 지원이 여전히 절대적으로 필요할 수밖에 없다. 또 자력갱생을 통한 경제 회생은 앞으로도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결국 유엔과 국제사회의 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앞으로도 북한으로선 중국의 지원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중국인 입국 차단은 오래 이어지기 어려운 여건이다. 또 지난달 13일을 기준으로 입국자를 파악해 대처하는 현재의 방역 정책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길어질수록 북한이 정치, 경제적으로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이 점은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잠재적으로 북한의 대외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길어진다면 중국도 관광객을 보내는 방식이 아니라 현물 또는 현금 지원 등의 방식으로 북한을 직접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는 지금껏 안보리 제재를 준수하는 자세를 보이려 노력해온 중국 정부로서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서방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의 동의를 구해야 할 수있다.

그렇다면 미국 등 서방이 대북 제재를 일시적으로나마 완화하는데 동의할 수 있도록 북한이 여건을 마련할 필요성이 커질 것이고 이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의 강경한 대외 행보를 취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다. 나아가 미국과 더이상 타협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북한이 새롭게 대미 접촉에 나서도록 만들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런 상황은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여지도 있어 보인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북한은 지금 한국의 정치 판도가 바뀌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중이다. 우리민족끼리와 같은 대남 매체들의 '주요기사'난이 한국 야당들을 공격하는 기사로 채워져 있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한편 우리민족끼리 등은 문재인 대통령 정부를 미국으로부터 떼어놓기 위해 수시로 비난해왔다. 이마저도 총선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빈도가 크게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문대통령 정부를 수시로 비난하고 남북교류를 전면 차단하는 정책을 지속할 경우 야당은 4월 총선에서 정부의 대북 정책 실패를 집중 공격하고 나설 것이다.

북한이 이런 점을 감안해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사실상 모든 남북관계 교류와 접촉을 차단해온 정책을 변화시킬 지도 모른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한반도 정세에도 영향을 주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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