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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의 난' 한진칼 주총…의결권자문사가 캐스팅보트?

뉴시스

입력 2020.02.03 12:05

수정 2020.02.03 12:05

의결권 자문사 권고, 국민연금 일치율 90% 달해
[서울=뉴시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2019.12.26.(사진=한진 제공)
[서울=뉴시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2019.12.26.(사진=한진 제공)
[서울=뉴시스] 류병화 기자 =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KCGI, 반도건설과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을 함께 보유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의결권 자문사의 의결권 행사 권고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조 전 부사장과 조원태 회장이 비등한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서 오는 3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연기금과 개인이 캐스팅 보트 역할을 맡게 됐는데, 이들에 영향을 주는 의결권 자문사의 '입지'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진칼 지분 6.49%를 보유하고 있는 조현아 전 부사장은 KCGI(17.29%)와 반도건설(8.28%)과 지분을 공동 보유하기로 합의했다. 이들의 지분율은 32.06%로 늘어난다. 이중 의결권이 없는 반도건설 지분 0.8%를 제외하면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은 총 31.98%의 지분을 확보한 셈이다.

반면 한진칼 지분 6.52%를 보유한 조원태 회장은 여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와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이 조 회장 편을 들어줄 경우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한진 총수 일가의 지분은 22.45%가 된다.
여기에 조 회장의 '백기사'로 분류된 델타항공의 지분 10.00%와 카카오 지분 1%를 더해도 33.45%에 그친다.

양측간 지분 차이가 1.5%포인트 안으로 좁혀져 나머지 지분을 들고 있는 개인과 국민연금 등이 캐스팅 보트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4월 기존 5.36%에서 4.11%로 한진칼 보유 지분이 감소했다고 공시한 이후 5% 이상 보유 보고를 하지 않고 있다. 5% 이상 보유하지 않으면 보고 의무가 없어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4.11% 이하로 떨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양측의 지분 격차가 좁혀져 주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용역 계약을 맺고 의결권 행사 방향을 권고하는 의결권 자문사의 목소리가 크게 반영될 가능성이 생겼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의안분석 일치율은 약 90%에 달한다. 국민연금이 기업지배구조원의 권고대로 대부분 따르는 경향이 있었다는 의미다.

현재 국내에서는 기업지배구조원,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서스틴베스트와 외국계인 ISS, 글래스루이스 등이 의결권 자문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분석을 토대로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이 의결권을 한진칼 지분을 갖고 있는 만큼 행사하게 된다.

국민연금과 의결권 자문 용역 계약을 맺고 있는 기업지배구조원은 의안분석 프로세스상 분석 대상기업을 확정하고 의안분석 계획을 수립한 뒤 주주총회 소집결의 공시 이후 임원 선임 안건 분석에 대한 의견을 결정한다.

주주총회 소집공고 이후 기타 안건에 대한 의견을 결정하고 보고서 초안을 작성해 승인 후 주총 전 보고서를 내게 된다.


ESG 평가와 의안분석, 책임투자 자문을 총괄하는 윤진수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본부장은 "이사의 법상 결격 요건, 독립성, 전문성을 살펴본 뒤 현 이사회에서 전문성을 늘릴 수 있는 후보인지, 다양성을 보강해줄 수 있는 후보인지 등 주주의 이익 관점에서 살펴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조현아 전 부사장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부각시킬 KCGI의 논리에 외부 자문기관들의 평가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우호적인 평가를 확보하기 위해 물류와 항공운송 분야에서 현 경영진보다 우수한 경영능력을 갖춘 후보를 내세워야 하지만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어 "기관 투자자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지배구조연구소의 역할이 부각된다"며 "기관투자자와 달리 자유로운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소액주주는 현 경영진보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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