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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빡이가 혐오스럽습니까?"···경찰관들 의견 분분

뉴시스

입력 2020.02.03 15:28

수정 2020.02.03 15:28

"경직된 경찰조직 변화 위해 용기 낸 류 경사에 감사" "청장 발언 문제 지적에 공감하지만 수위 넘은 것 아닌가" "참모 역할 부재" 지적도
1인 시위하는 일산동부경찰서 마두지구대 소속 류창민 경사
1인 시위하는 일산동부경찰서 마두지구대 소속 류창민 경사

[의정부=뉴시스] 이경환 기자 = 탈모로 인해 삭발한 직원을 비하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이문수 경기북부지방경찰청장에 대해 경찰청이 진상조사에 나서면서 일선 경찰관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

청장의 직위를 이용한 갑질이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의 뜻까지 밝힌 상황에서 과도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3일 경찰청에 따르면, 이 청장과 문제를 제기한 일산동부경찰서 소속 류창민 경사 등의 진술을 들어보고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서는 합당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지난달 15일 이 청장이 현장활력회의 신임 공동대표인 류 경사의 삭발한 머리를 보고 '혐오스럽다'고 말하면서 시작된 갈등이다.

류 경사는 경찰 내부망에 "당시 이 청장은 '왜 머리를 빡빡이로 밀었냐'고 지적한 뒤 자기 마음대로 머리를 밀고 다니는 것은 남에게 위압감을 주고 혐오스럽다고 지적했다"며 "머리를 삭발한 것으로 민원을 받은 것이 없다고 설명했지만 이 청장이 '말대꾸하지 말고 혐오스럽다면 혐오스러운 것이니 고치도록 하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면서 논란은 확산됐다.

이후 이 청장은 "의도치 않은 오해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부분에 대해서는 깊은 위로의 말을 전한다"는 해명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류 경사는 "이 청장은 진정성 있는 사과는커녕 오히려 본인의 잘못은 없는데 일방적으로 오해를 한 것처럼 글을 올렸다"며 "말대꾸를 하지 말라거나 대들지 말라는 이 청장의 발언은 권력형 갑질의 전형적인 형태"라고 반발했다.

이후 류 경사는 경찰청 앞에서 이 청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는 한편 지난달 30일 내부망에 "이 청장은 우리 조직과 함께 갈 수 없는 분으로 민갑룡 경찰청장님께서 답변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2차 피해 호소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청장은 같은 날 기자들과 정례간담회에서 "직원이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면 사과하겠으나 논란의 모든 부분이 잘못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청장은 "사과문을 올렸는데 그것으로 부족하다고 하니 당사자와 직접 만나 소통하겠다"며 "부드럽게 얘기했어야 했는데 강하게 얘기하면서 직원에게 큰 상처가 된 거 같다"고 사과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삭발이나 노란색, 파란색 머리로 염색한 경찰관을 보면서 국민들이 만족해 할지 고민된다"며 "경찰관은 하고 싶은 것을 전부 할 수 없는 직업"이라는 견해도 전했다.

이런 상황을 바라보는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익명을 요구한 A 경장는 "그동안 관례처럼 상하관계가 경직돼 있던 경찰 조직이 조금이나마 바뀔 수 있도록 용기를 내 준 류 경사에게 고마운 마음 뿐"이라며 "직급이 높다는 이유로 외모를 비하하고 사과는커녕 상대방의 잘못으로 몰아가려는 것은 갑질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B경정은 "나이가 있는 고참들은 물론, 젊은 직원들도 서로 이런 상황이 불편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청장의 발언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류 경사의 1인 시위 등은 잘잘못을 떠나 수위를 넘은 것으로 보인다. 직원들 간의 의견 차이가 조직에 미치는 영향도 있는만큼 하루 빨리 마무리 되길 바란다"고 했다.


논란을 키운 데에는 참모들의 역할 부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청장의 해명이 류 경사의 피해글이 게재된 지 7시간 만에 나온데다가 진정성에 대한 비난 여론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북부경찰청의 어느 직원은 "해명글은 경무과장이나 정보과장 등과 조율을 했을 텐데 일방적인 통보 형식의 답변을 올릴 게 아니라 당사자를 직접 만나 대화를 했어야 했다"며 "부서 과장이 직원들과 청장을 잇는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서 논란을 키웠고 북부경찰청의 위상까지 추락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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