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레이블 편입후 새 앨범 '회:래버린스' 공개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그룹 '여자친구'는 교차로에서 들뜨거나 흔들리지 않았다. 소속사 쏘스뮤직이 글로벌 그룹 '방탄소년단'(BTS) 레이블로 편입된 뒤 처음 발매하는 새 앨범 '회:래버린스(回:LABYRINTH).
빅히트·쏘스뮤직 조합으로 새로 생긴 이 교차로에 대해 음악업계의 관심은 뜨거운데 여자친구들은 자신들이 해온 대로 무대 위에서 열심히 뛰고 또 뛸 뿐이었다.
7개월 만인 3일 오후 6시 공개한 이번 앨범은 소녀가 성장 과정에서 마주하는 선택의 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빅히트를 만난 쏘스뮤직의 선택은 데뷔 5주년을 맞은 여자친구 멤버들을 어떻게 성장시켰을까.
이날 앨범 발매에 앞서 서울 광장동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엄지는 "저희는 일단 쏘스뮤직 소속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 것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나 싶어요"라며 차분하게 말했다.
타이틀곡 '교차로 (Crossroads)'는 아름다운 선율을 바탕으로 강렬한 스트링 사운드(String Sound)와 신스(Synth)의 반전이 돋보이는 댄스 곡이다.
쏘스뮤직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 마음 상태를 '교차로'라는 단어로 표현했다"면서 "교차로에 서서 이 곳에서 멈출 것인지 아니면 건너갈 것인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고민하는 복잡한 마음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몰아치는 강렬한 사운드가 여자친구 특유의 서정적이면서도 역동적인 분위기와 조화를 이룬다.
'유리구슬'과 '오늘부터 우리는'은 청순한 차림으로 과감한 발차기를 하고 유려함 속에 강한 멜로디가 깃든 '다시 만난 세계'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섹시로 점철된 걸그룹 사이에서 적확한 포지셔닝이었다. 일본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교복 또는 (티저 이미지 속에서) 체육복을 입고 청순함을 뽐내는 모습은 남성들의 첫사랑에 대한 향수를 자극했다.
여기에 멤버들의 끈기가 보태지면서 점차 소녀시대를 레퍼런스로 삼은 그룹이 아닌, 그냥 여자친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파워 청순', '격정 아련', '갓자 친구' 등의 수식이 붙여졌다.
특히 방 대표는 자신의 작업명인 '히트맨 뱅'이라는 예명으로 앨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첫 번째 트랙 '래버린스(Labyrinth)'와 마지막 트랙 '프롬 미(From Me)'의 가사 작업에 참여했다.
여자친구 여섯 멤버들은 '래버린스'에서 "날 위해서라면 저 끝까지 갈래"라고, '프롬 미'에서는 "아직 잘은 모르지만 무서울지도 모르지만 날 위해 흐르고 흐르고 싶어 흘러 흘러 프롬 아이 투 미 흘러 프롬 아이 투 미"라고 노래한다.
이번 앨범의 특징은 수록곡 여섯 곡의 내용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화려한 미로 속 세상에 머무를 것인가'를 두고 충돌하는 소녀의 모습을 그린 '래버린스'부터 멀어진 우리가 다시 함께하자는 '히어 위 아(Here We Are)', 우리다웠던 모습으로 돌아가 온전하게 빛나고 싶은 마음을 노래한 '지금 만나러 갑니다'(Eclipse), 사랑하는 사람이 두려운 어둠 속에서 나를 지켜준다는 '드림캐처(Dreamcatcher)', 나에게 보내는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담은 '프롬 미'가 이어져 하나의 큰 서사가 된다.
이처럼 자신만의 서사를 써온 여자친구는 가수들의 정체성을 중시해온 빅히트의 세계관과 만나 좀 더 내밀해지고 어두워졌다. 이런 성숙해진 노래에 맞춰 무대에서도 평소 잘 쓰지 않는 골반을 이용한 동작 등을 보여주며 자연스레 '섹시미'에도 방점을 찍는다.
여자치구 리더 소원은 아직 방 대표를 만나보지 못했지만 쏘스뮤직을 통해 좋은 말씀을 전달주셨다고 전했다.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여자친구만의 매력이 있다. 그 콘텐츠를 잘 발전시켜나갔으면 좋겠다'가 중심 내용이었다.
소원은 "힘이 참 됐어요. 물심양면으로 잘 지원해주셨죠. 의지가 됐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고,엄지는 "방시혁 프로듀서님뿐만 아니라 빅히트의 비주얼 스태프분들이 곡 작업은 물론 사진, 영상 작업에도 도움을 주셨다"면서 "콘텐츠적인 도움을 받았는데 덕분에 저희가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들이 전체적으로 탄탄해졌어요. 유기적으로 견고해졌다고 할까요. 이번 앨범이 저희에게 새로운 시작은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빅히트, 방시혁이라는 든든한 천군만마를 얻었지만 여자친구는 무대 위에서 안주하지 않았다. 그간 다리를 부지런하게 움직였다면, 이번에는 더 많은 팔 움직임으로 절박함을 더했다. 대표곡 '시간을 달려서' 뮤직비디오에 이어 이번 '크로스'에서도 달리는 장면을 책임진 유주는 "이쯤 되면 달리기가 숙명이네요. 앞으로도 더 열심히 달려 보겠습니다"라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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