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부동산 민심 악화에 부담…김의겸 결국 불출마
원종건 미투로 지지율 급락…인적 리스크 관리 총력
검증위 안 거친 정봉주 불이익?…"국민 눈높이 결정"
자진 사퇴의 형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김 전 대변인의 불출마는 사실상 부동산 민심 악화에 부담을 느낀 당의 권고와 압박에 따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인재영입 2호 원종건씨에 대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폭로 사태로 지지율에 상당한 타격을 받은 민주당은 정봉주 전 의원 등 논란이 된 남은 인사들에 대해서도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인적 리스크를 최소화할 전망이다.
김 전 대변인은 이날 자신에 대한 예비후보자 적격 여부를 최종 판가름할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검증위)를 앞두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는 멈춰 설 시간이 된 듯하다"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앞서 검증위에서 3차례 연속 적격 여부 판정이 보류되고 당에서 우회적으로 불출마를 권고받았음에도 김 전 대변인은 "예비후보로 뛸 수만 있게 해달라"며 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은 터였다.
전날까지도 출마 의지가 강했던 김 전 대변인이 돌연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이해찬 대표를 향한 읍소에도 당 지도부의 부정적인 기류에 변화가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대변인이 논란이 된 흑석동 재개발 상가주택 매각 차익을 약속대로 기부하기는 했지만 집값 급등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민심이 악화된 상황에서 그의 출마 자체가 여론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결국 지역구 세습 논란을 불러온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씨가 당의 만류로 출마를 포기한 것처럼 김 전 대변인도 당의 권고에 따라 불출마로 거취가 결정된 모양새다.
당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검증위 결정이 있기 전에 본인이 결단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며 "개인적인 고충은 이해하지만 우리 당이 앞으로 가져가야 할 부동산 정책에 부담을 주는 것은 안 된다고 최종적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당에서는 오늘 중에 (부적격) 결론을 낼 것이라는 얘기를 김 전 대변인에게 해준 것 같다"고 전했다.
최근 민주당은 원씨에 대한 미투 폭로를 비롯해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논란으로 당 지지율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지는 타격을 받았던 만큼 향후 인적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8~30일 실시한 1월 5주차 정당 지지도 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결과 민주당의 정당지지도는 현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낮은 34%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기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복당한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해서도 엄격한 검증 잣대를 들이밀 것으로 보인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정 전 의원에 대해 무고와 명예훼손 등 혐의는 물론 성추행 사실 자체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정 전 의원이 총선에 출마하는 것만으로도 과거 미투 논란이 다시 주목받아 당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정 전 의원은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도 검증위에 검증 신청은 하지 않은 상태다. 민주당은 정 전 의원처럼 검증위를 거치지 않고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로 직행한 후보에 대한 불이익을 검토 중이다.
진성준 검증위 간사는 이날 검증위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정 전 의원은 검증위에 검증 신청을 하지 않고 공관위에 곧바로 공천을 신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검증위는 검증 심사를 거치지 않고 공관위에 바로 공천 심사를 요청한 경우 검증위와 똑같이 엄격한 잣대로 심사할 것을 요청하고 그에 상응하는 예비후보자 신청 불가 등의 불이익을 가하도록 요청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증위가 주로 법률적 기준을 갖고 예비후보자의 자격 여부를 판단했다면 공관위는 당의 공천을 받을 분들을 걸러내고 심사하는 과정인 만큼 정무적 판단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며 "어쩌면 검증위 잣대보다 더 엄격한 잣대로 심사해 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정 전 의원의 출마를 부담스러워 하며 그가 스스로 결단을 내려주기를 원하는 분위기다.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 전 의원에 대해 이인영 원내대표가 '국민적 눈높이에 맞춰서 결정될 것'이라고 했기 때문에 본인도 고민하지 않겠냐"며 "김 전 대변인도 그렇게 결정했고 문석균씨도 그렇게 어려운 결정을 했기 때문에 정 전 의원도 잘 생각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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