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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 위기 지역 소비시장에 신종 코로나까지 ‘엎친 데 덮친 격’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04 10:06

수정 2020.02.04 13:50

[파이낸셜뉴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지역 소비시장이 급속하게 얼어붙고 있다. 이번 사태가 확산되거나 장기화될 경우 지역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불 보듯 뻔하지만 대응은 속수무책인 현실이다.

부산상공회의소는 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따른 지역 소비시장 영향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번 조사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호텔숙박업계, 전시관람시설 등 대형 집객 및 다중 이용시설과 여행업계를 포함, 지역 주요 소비 거점업체 60여 곳을 직접 면담 조사한 결과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거의 모든 업체에서 예약 취소, 방문객 감소 등으로 이미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행업체의 경우 중국 여행은 100% 취소됐고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 등 동남아 여행도 설 이후 취소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3월 이후 성수기를 대비한 추가적인 여행 문의도 끊겨 속수무책으로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가 높아진 지난달 28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입국장에서 중국발 항공기를 타고 온 승객들이 체온 감지 열화상 카메라가 설치된 검역대를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가 높아진 지난달 28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입국장에서 중국발 항공기를 타고 온 승객들이 체온 감지 열화상 카메라가 설치된 검역대를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해외여행을 주로 취급하는 A여행사는 중국은 물론 동남아 지역까지도 기존 예약이 거의 취소됐고 국내 여행마저도 외출을 자제하면서 취소 건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B사도 해외여행은 지역을 불문하고 취소가 발생하고 있고 고객들 90% 이상이 취소 수수료를 부담하고도 여행을 취소하고 있어 과거 메르스 때보다도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고 하소연했다.

전세관광버스를 운영하는 C사는 크루즈를 통해 들어오는 중국 단체관광객을 상대로 한 영업 비중이 높아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3월 이후 행락철 성수기 수학여행과 각종 단체 모임이나 행사에 대한 취소 및 축소 움직임에 대해서도 우려가 컸다.

해운대를 중심으로 한 지역의 특급호텔들은 대체로 과거 메르스 사태의 경험으로 단계별 대응책을 가지고 있었고 열화상 카메라를 적극 활용하는 중이다. 하지만 예약취소가 크게 증가하는 등 실질적인 피해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응책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A호텔의 경우 이미 지난달 29일까지 벌써 100실이 취소돼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출입문을 제한하고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해 방문객을 체크하고 있지만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임을 호소했다.

B호텔도 별도의 페널티 없이 무료 취소를 해주고 있는 상황이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행사가 집중되는 3월을 기점으로 피해가 크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면세점, 아울렛 등 지역 대형 유통업계는 직원들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방역을 강화하는 등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대응에 골몰하고 있지만 내방객 감소에 따른 매출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나마 오프라인 내방객이 줄어든 대신 온라인몰 이용객은 늘어 주문량도 증가 추세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백화점은 방역을 강화하고 손소독제를 구역마다 배치해 고객들이 사용할 수 있게 조치하고 있지만 내방객이 눈에 띄게 줄어든 형편이다.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 한 놀이시설과 키즈카페, 문화센터 등은 방학기간임에도 이용객이 거의 없어 부대시설 운용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고 있었다.

B면세점도 이번 사태로 중국관광객이 줄어들면서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지만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편 지역 대형 관람시설도 상황은 매한가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들이 주로 찾는 A시설은 설 명절 할인 혜택에도 불구하고 관람객 수가 줄었고 유치원 등 단체예약도 취소되고 있다고 했다.

B시설도 자체대응을 위해 별도의 TF팀을 구성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었지만 이미 5~6건의 행사에 대한 연기가 논의 중이라는 설명이다.

영화의전당, 부산문화회관, 부산시민회관 등 대규모 관람시설에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관람객 감소에 대비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업계는 바이러스 확산으로 마스크, 손세정제, 열화상 카메라 등에 대한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데다 최근 품귀현상에 가격까지 폭등하고 있어 제품을 구하기도 힘든 상황인데 정부는 각종 지침과 요구사항만 있을뿐 업계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없는 것에 대해 불만이 급증하고 있다”며 “이번 코로나 사태는 단기간에 진정되기 어려운 만큼 정부가 민간부문의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피해업종에 대한 구제방안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defrost@fnnews.com 노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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