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2020년 1월 소비자 물가 동향' 발표
1월 소비자물가상승률 13개월 만에 1%대 회복
"농산물 기저효과 종료·석유가격 상승 원인"
"신종 코로나 영향 2월 반영…메르스때 영향"
2020년 개편 마스크 예비조사 품목 포함 검토
[세종=뉴시스] 박영주 장서우 기자 = 지난달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 상승에 힘입어 소비자물가가 13개월 만에 1%대로 올라섰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5.79(2015=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 상승했다. 2018년 11월(2.0%) 이후 14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오른 수치이기도 하다.
전년 동월과 비교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9년 1월 0.8%로 내려앉은 후 줄곧 0%대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8월 -0.038%를 기록하며 사실상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해 9월에는 -0.4%로 하락하면서 1965년 통계 작성 이래 '공식' 물가가 0% 아래로 내려갔다. 국제적 비교를 위한 통계는 소수점 한자리로 계산한다.
이어 10월 보합(0.0%), 11월(0.2%)과 12월(0.7%)에는 오름세를 보였으나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65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인 0.4% 상승에 그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를 넘어선 건 2018년 12월(1.3%) 이후 처음이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올해는 농산물 쪽 기저효과가 종료되고 작황이 악화되면서 채소류 등 농산물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며 "2018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지속됐던 유류세 인하 정책 종료로 석유 가격이 상승한 것도 전체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저(低)물가를 이끌었던 농축수산물은 전년보다 2.5% 올랐다. 농축수산물은 지난해 6월(1.8%) 이후 7월부터 마이너스를 보이다가 7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됐다. 농산물은 1년 전보다 1.0% 상승했으며 이 중 채소류가 15.8%나 급등했다. 축산물과 수산물은 각각 1년 전보다 물가가 3.4%, 6.0% 올랐다.
농축수산물이 물가에 기여한 정도는 0.19%포인트(p)로 나타났다. 농축수산물의 경우 세부적으로는 농산물의 물가 기여도가 0.04%p였고, 채소류가 0.24%p였다. 축산물과 수산물은 각각 0.08%p, 0.07%p였다.
품목별 동향을 보면 무(126.6%), 배추(76.9%), 상추(46.2%), 딸기(18.2%), 국산 쇠고기(4.9%), 돼지고기(3.2%) 등이 물가 상승률을 높였다. 반면 감자(-27.8%), 마늘(-23.8%), 고구마(-21.4%), 귤(-20.3%), 고춧가루(-15.7%), 사과(-9.6%) 등이 물가를 끌어내렸다.
공업제품은 1년 전보다 2.3% 상승했다. 휘발유(15.6%), 경유(11.6%) 등 석유류가 1년 전보다 12.4% 오르면서 물가를 끌어올렸다. 이는 2018년 7월(12.5%) 이후 최대 상승치다. 석유류가 물가를 올리는데 기여한 정도는 0.49%p였다. 휴대전화기(-2.9%), 남자학생복(-45.7%), TV(-10.4%), 여자학생복(-42.8%) 등은 내려갔다.
서비스가격은 전년보다 0.8% 상승했다. 전세(-0.1%)와 월세(-0.2%)가 모두 하락하면서 집세가 0.2% 감소했다. 택시료(13.7%), 시내버스료(4.9%) 등은 올랐으나 고등학교납입금(-36.2%), 휴대전화료(-2.6%) 등의 하락으로 공공서비스도 0.5% 내려갔다.
외식외 개인서비스가 1년 전보다 2.3% 오르면서 개인서비스는 1.7% 상승했다. 외식외 개인서비스의 물가 상승의 기여도는 0.44%p였다. 보험서비스료(7.5%), 휴양시설이용료(22.0%) 등이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1개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1% 상승했다.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0개 품목의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전년보다 4.1% 올랐다. 2018년 12월(6.6%) 이후 13개월 만에 최대 폭을 보였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 파악을 위해 작성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제외지수(근원물가)는 전년보다 0.9% 올랐다. 지난해 8월(0.9%)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0.8% 상승했다. 이 역시 지난해 8월(0.8%)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안 심의관은 "올해는 교육, 보건 쪽 정책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물가가 크게 좋아지기보다는 1%대 초반 정도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는 "0%대 물가가 1년 이상 장기 지속될 때도 디플레이션 우려가 있었던 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소비자물가조사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영향은 반영되지 않았다. 안 심의관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지난달 20일 이후 한국에 영향을 미쳤기에 이번에 반영됐다고 단언하기 어렵다"며 "다음 달에는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거 사례로 보면 사스의 경우 물가에 두드러진 영향은 관측되지 않았다. 하지만 메르스는 레포츠 이용료, 놀이 시설 이용료 등이 2015년 5~6월에 각각 전년 동월 대비 -4.5%, -6.2%를 보이며 하락했다가 7월에 다시 6.0%로 반등했던 사례가 있었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아울러 통계청은 2020년 기준 개편에 마스크를 예비조사 품목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안 심의관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뿐 아니라 미세먼지 등 최근 소비지출이 늘어서 2020년 기준 개편 때는 마스크를 항목으로 선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소비자물가동향과 관련해 "농산물·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월 0.9%로 소폭 상승했으나 복지정책 확충 등 정책 하방 요인 등의 영향이 지속되면서 1% 미만 수준을 유지 중이다"며 "무상교육 등 복지제도 확충이 일단락되는 2022~2023년 이후 이러한 특이요인이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정부는 소비자물가 흐름 및 물가 상·하방 리스크 요인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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