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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리뷰] '지푸들' 벼랑 끝 마지막 기회…처절한 욕망이 부른 범죄극

뉴스1

입력 2020.02.04 10:45

수정 2020.02.04 10:45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스틸 © 뉴스1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스틸 © 뉴스1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스틸컷 © 뉴스1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스틸컷 © 뉴스1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스틸컷 © 뉴스1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스틸컷 © 뉴스1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누군가 사우나 라커에 의문의 짐가방을 넣었다. 사우나에서 아르바이트 중인 중만(배성우 분)이 청소를 하다 우연히 이 짐가방을 발견하게 되고, 가방 안에 5만원권 돈다발이 가득 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흔들리기 시작한다. "아버지가 주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할게요."

출입국 관리소 공무원 태영(정우성 분)은 자신의 앞으로 어마어마한 사채 빚을 남긴 채 사라져버린 애인 때문에 고리대금업자 두만(정만식 분)에게 온갖 협박을 받으며 불안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중 그의 앞에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거액의 돈이 나타난다.

주부 미란(신현빈 분)은 사기로 생긴 빚 때문에 매일이 불행하다. 남편은 분노와 배신감으로 미란을 폭행하고, 미란은 이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남편 몰래 고군분투한다.
그런 그 앞에 불법체류자 진태(정가람 분)가 나타나고, 진태는 미란과의 미래를 위해 범죄를 계획하게 된다.

지난 4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은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범죄극으로, 동명의 일본 소설이 원작이다. 영화는 흔들리는 가장 중만과, 공무원 태영, 그리고 가정이 무너진 주부 미란까지 지극히 평범한 인간들이 처한 절박한 상황에서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총 6개 챕터로 이어져있다. 빚, 호구, 먹이사슬, 상어, 럭키 스트라이크, 돈가방이라는 챕터에는 각 시퀀스에 담고자 했던 인물들의 서사가 담겼다. 이 세 명의 인물들의 이야기는 초반 독립적인 서사처럼 진행되지만, 점점 하나의 퍼즐처럼 조각이 맞춰지고, 불행이 더 고조될수록 이들 인물이 어떻게 얽힌 관계일지 더욱 궁금증을 더한다. 인물들의 연관성을 따라가다 보면 예상 밖 전개가 이어지고, 영화의 끝에서 관객들은 생각지 못했던, 인간의 민낯과 마주하게 된다.

영화의 이 같은 전개 방식은 다소 낯설다. 감독이 의도한 전개 방식에 몰입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영화 속 시간의 흐름을 뒤틀리게 한 편집 방식이 익숙하지 않아 빠른 몰입은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전도연의 등장도 예상보다 늦다. 기다림이 길었지만 역시 전도연의 연기는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뒤늦게 등장했지만 매혹적이고도 매력적인 술집 사장 연희로 등장해 단숨에 영화의 공기를 바꾸고 흐름을 이끌고 간다. 영화가 서사의 힘을 발휘한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전도연의 등장부터다. 다른 인물들과 달리, 자신의 욕망을 위해 움직이는 이 여성 캐릭터는 전도연의 외적 변신부터 내면까지 새로운 모습으로 모두 강렬하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삶의 벼랑 끝에서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현실 속 인물들의 이야기고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 이야기엔 생존에 대한 처절한 본능과 욕망이 녹아있다. 관객들이 그 심정에 공감하게 하기 위한 배우들의 세밀하면서도 폭발적인 연기력이 돋보였다. 신현빈은 불행한 여자의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예상 밖 상황에 돌변하는 반전 모습까지, 영화에서의 호연으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줬다. 이외에도 짠내나는 사우나 아르바이트생인 중만 역의 배성우는 애잔한 모습부터 위기에 처한 가장의 모습까지 드라마틱하지만 현실적으로 감정선으로 또 한 번 존재감을 남겼다.

인물들의 어떤 선택이 불러오는 연쇄 작용은 매우 영화적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전개가 관객들에게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질문으로도 다가온다. 가장과 공무원, 그리고 주부 등은 현실을 사는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인물들이기에 생존 앞에 선, 같은 인간의 처절한 본능에 더욱 공감할 수밖에 없다.
태영의 오피스텔에 스며든 네온사인 빛을 드리운, 인물들의 쓰디쓴, 씁쓸한 인생들과 돈 앞에서 순간 달라지는 이들의 극적인 표정이 기억에 남는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라는 제목은 영화의 내용과 의미 그 자체다.
'하류 인생'들의 마지막 선택이 부른 비극을 총체적으로 내포했다. 오는 1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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