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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 전 신라와 부산, 연산동 ‘배산성지Ⅰ’ 발굴보고서

뉴시스

입력 2020.02.04 10:55

수정 2020.02.04 10:55

배산성지, 부산 연제구 연산동 산61번지 일원
배산성지, 부산 연제구 연산동 산61번지 일원

[부산=뉴시스] 허상천 기자 = 부산시립박물관이 부산 연제구 연산동 산61번지 일원 배산성지 1차 발굴조사(2017) 보고서를 펴냈다.

삼국시대 산성으로 알려진 배산성지(부산광역시 기념물 제4호)는 배산(서봉 254m, 동봉 246m)의 7부 능선과 골짜기를 두르는 포곡식(包谷式) 산성으로, 부산의 중심지가 대부분 조망되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번에 보고된 2기의 집수지(集水址)는 모두 원형 석축구조로 집수지 붕괴방지를 위한 3단의 계단식 호안석축(護岸石築)으로 쌓았다. 집수지의 구조는 기장산성, 거제 둔덕기성, 남해 대국산성, 남해 임진성 등 남해안 일대 6~7세기 신라 산성의 것들과 동일한 구조다.

이번 보고를 통해 배산성지 집수지 2기는 국내 원형집수지 중 최대급에 속하는 것임이 밝혀졌다.


1호 집수지는 직경 18.6m·깊이 5.5m, 2호 집수지는 직경 16.4m·깊이 4.6m에 이르는 대형으로, 고대의 토목기술이 집합돼 축조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1호 집수지는 일정한 간격으로 중심을 공유하는 원과 정사각형 형태로 구축돼 당시 정밀한 설계를 통해 제작됐음이 밝혀졌다.

2기의 집수지 내부에서는 1500년 전 삼국~통일신라시대의 그릇, 항아리 등 생활용 토기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됐다. 그 중 배산성의 축조 연대를 추정해 볼 수 있는 유물로는 부산 최초로 발견된 목간, 차양막의 일종인 대나무로 만든 발 등이 확인돼 관심을 끈다.

출토된 2점의 목간 중 2호 집수지에서 출토된 목간은 길이 31㎝, 너비 6㎝로 한 면에만 먹으로 쓴 글씨가 남겨져 있다. 목간의 내용은 거칠산군 산하 대판고촌(大板古村)의 곡물 등 입출(入出)을 을해년 2월에서 4월을 중심으로 한 분기에 점검 정리한 창고의 장부문서에 대한 것이다.

특히 ‘을해년(乙亥年)’이라는 간지를 통해 목간의 작성 연대를 추정해 볼 수 있다. 을해년은 555년, 615년, 675년 중 하나로 추정된다.

1호 집수지 바닥에서 확인된 대나무제 발은 길이 254㎝, 너비 123㎝로 대살 부분에서는 목섬유가 관찰돼 재질이 대나무인 것으로 판명됐다.

이와 함께 당시 군인들이 사용하던 천막을 고정하는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길이 327㎝, 두께 5.5~8㎝의 네모진 나무기둥도 발굴됐다. 이 나무기둥은 분석결과, 재질이 단단한 상수리나무류의 참나무로 판명됐다. 또 나이테연대 및 방사성탄소연대 측정법에 따른 분석결과 AD 446년에서 AD 556년 사이에 베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보고를 통해 목간과 네모진 나무기둥의 추정 연대가 밝혀져, 기존에 알려져 있던 배산성의 축조 연대를 조금 더 올려 볼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배산성지가 축조될 무렵 부산지역에 관한 기록으로는 ‘삼국사기’ 지리지에 신라 경덕왕 16년(757) 12월 거칠산군을 동래군으로 개명했다는 내용이 남아 있다. 이번 보고서를 통해 보고된 배산성지의 유물은 중심연대가 6세기 후반~7세기대로 편년되는 것으로, 배산성은 동래군이 설치되기 이전인 거칠산군의 치소성(治所城)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집수지 배후 퇴적층과 주변에서는 6세기 중반 이전의 유물도 출토됨에 따라 축성시기가 가야시대로 소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배산성 일대에 대한 연차적인 정밀발굴조사를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시립박물관 관계자는 “배산성지는 부산지역 고대산성의 발생과 전개 과정을 밝혀주는 중요한 유적으로 삼국시대 부산지역에서 신라의 영향력 증대와 통일신라·고려시대의 동래고읍성을 포함한 부산의 성곽유적에 대한 유기적인 역할과 성격을 밝혀줄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한편 시립박물관은 향후 보존처리가 완료된 대나무제 발을 비롯한 배산성지 출토유물에 대한 전시도 기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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