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무노조' 깬 삼성화재 노조, 상징성 있지만 영향력은 '아직'

뉴스1

입력 2020.02.04 11:27

수정 2020.02.04 11:27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에서 열린 삼성화재노동조합 출범선언 기자회견에서 오상훈 노조위원장이 노조설립신고증을 들어보이고 있다. 삼성화재 노조가 설립되는 것은 창립 68년 만에 처음이다. 2020.2.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에서 열린 삼성화재노동조합 출범선언 기자회견에서 오상훈 노조위원장이 노조설립신고증을 들어보이고 있다. 삼성화재 노조가 설립되는 것은 창립 68년 만에 처음이다. 2020.2.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민정혜 기자 = 삼성화재에 노동조합(이하 노조)이 생기며 창립 68년간 이어온 '무노조 경영' 기조가 깨졌다. 다만 삼성화재 노조는 조합원 규모가 미미해 교섭력이 떨어지는 반면 기존 노사협의회인 평사원협의회(이하 평협)는 조직력이 강해 노조가 사내에서 영향력을 갖기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화재는 노조 활동과 관련해 "합법적으로 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4일 삼성화재 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3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대회의실에서 출범선언식 및 기자회견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오상훈 위원장이 노조를 이끈다.

삼성화재 외에 삼성 금융계열사 중 노조가 있는 곳은 삼성생명, 삼성증권, 삼성화재 자회사인 애니카손해사정이다. 삼성생명 노조는 전신인 동방생명에서 이어졌고, 삼성증권 역시 국제증권과 삼성투자신탁증권 노조가 각각 인수 후에도 유지됐다. 다만 이들 노조가 경영진과 각을 세우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금융 계열사 중에서 자생적으로 생긴 노조는 애니카손해사정과 이번 삼성화재 뿐이다. 애니카손해사정 노조는 2018년 7월 설립됐고 삼성화재와 같이 한국노총 산하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이하 공공연맹)에 속해 있다. 최원석 애니카손해사정 노조위원장은 "삼성그룹 노조위원장은 주기적으로 모임을 갖는데 삼성생명이나 삼성증권 노조 분들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삼성화재에 노조가 생겼지만 당장 사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할지는 미지수다. 노조 규모가 150여명으로 미미해 임직원 5600명을 대변할 명분이 부족하다. 노조는 사측과 교섭권을 갖는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교섭력을 갖춰야 한다. 오 위원장이 "올해 안에 과반수 노조를 만들 것"이라는 목표를 세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임직원의 30.5%가 노조원인 애니카손해사정조차 단체협약을 이끌어내는 데 1년 이상이 걸렸다. 애니카손해사정은 임직원 1500명 중 노조원이 458명이다. 애니카손해사정 노조는 설립 이후 사측과 49차례의 교섭과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신청 끝에 지난 1월17일 단체협약 체결에 합의했다.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한 뒤 10일 내 합의하지 않으면 노조는 파업권을 갖는다. 최 위원장은 "1년 이상 이어진 교섭 끝에 조정신청 후 10일째 되는 날 단체협약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삼성화재에서 노조 역할을 해왔던 평협 조직력이 강한 것도 노조의 역할을 위축시킨다. 삼성화재는 노조가 없어 평협이 사측과 임금협상 등을 이어왔다. 현재 평협 회원은 3000명 이상이다. 더욱이 평협은 노조처럼 회원에게 1만원 이상의 회비를 받는다. 월급에서 회비를 공제하는 건 단체협약 등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삼성화재에서 평협 회비 공제가 이뤄지고 있다는 건 그만큼 평협의 영향력이 크다는 의미다.

오 위원장은 "노조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평협과는 다르다"며 "노조와의 단체협약은 위반 시 형사처벌을 받고 취업규칙보다 우선하지만 평협의 노사협의회는 사측이 협의를 거부해도 부당노동행위로 제재할 수 없고 단체행동을 할 권한도 없다"며 평협과 노조와의 차이를 강조했다.

오 위원장은 올해 평협이 임금협상을 하더라도 노조와의 협의를 사측에 요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그는 조만간 사측에 교섭을 요청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삼성 고위 임원들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삼성화재가 노조의 교섭권을 무시하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화재는 "합법적으로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