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1%대 물가 이어간다는데…신종 코로나 '복병'에 불확실성 커져

뉴시스

입력 2020.02.04 11:45

수정 2020.02.04 13:32

1월 물가 1.5%↑…13개월 만에 0%대 저물가 탈출 채솟값·기름값 상승이 주요인…"작년 기저효과 해소" 물가안정목표 여전히 밑돌아…복지 정책 영향 지속 전염병 영향은 미지수…메르스때 일부 품목 가격↓ "소비 수요 둔화되면 수요 측 하방 압력 작용" 우려
(출처=뉴시스/NEWSIS)
(출처=뉴시스/NEWSIS)
[세종=뉴시스] 장서우 기자 = 지난해 역대급 저(低)물가 현상을 이끌었던 채솟값과 기름값 등이 연초 비교적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여 만에 1%대를 회복했다. 초저물가 상황이 오랜 기간 지속돼왔던 탓에 그간 물가를 끌어내렸던 품목들을 중심으로 기저효과가 컸다.

당국은 올해 물가 상승률이 1%대에서 유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로 국내 경기가 위축되면 물가를 다시금 끌어내리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5.79(2015년=100)로 1년 전보다 1.5% 올랐다. 물가 상승률은 2018년 12월(1.3%) 이후 유례없이 긴 기간 1%에 미치지 못하다가 13개월 만에 1%대를 회복했다. 상승 폭은 2018년 11월(2.0%) 이후 1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채소류 가격이 전년 대비 15.8% 뛰었다. 무(126.6%), 열무(122.0%), 배추(76.9%), 브로콜리(57.2%), 양배추(54.0%), 상추(46.2%), 부추(33.2%), 깻잎(31.0%), 풋고추(30.0%) 등의 오름폭이 특히 컸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국장)은 "2018년 하반기 무더위로 고물가가 나타난 데 따른 기저효과(경제 지표를 평가할 때 기준 시점과 비교 시점 간 상대적인 수치에 따라 결과에 차이가 나타나는 현상)가 종료되면서 채소류를 포함한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올라 전체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채소와 함께 생선, 해산물,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0개 품목의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도 2018년 12월(6.6%) 이후 가장 큰 4.1%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석유류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다. 전년 대비 상승률은 12.4%를 기록했는데, 2018년 7월(12.5%) 이후 가장 크다. 역시 국제유가 하락과 함께 2018년 하반기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지속됐던 유류세 인하 정책이 종료된 데 따른 기저효과가 걷힌 영향이다. 작년 한 해 석유류 가격은 전년 대비 5.7% 내렸었다.

올해는 연초부터 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 갈등이 불거지면서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띠었다. 이런 영향에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9주 연속 오르기도 했다. 통계청은 석유류에서의 기저효과가 채소류에서보다 더 컸다고 봤다.

[서울=뉴시스]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5.79(2015=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 증가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5.79(2015=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 증가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물가 상승을 끌어올리는 데에 석유류가 기여한 정도가 0.49%포인트(p)로 가장 컸다. 채소류의 기여도는 0.24%p로 나타났다. 외식을 제외한 개인서비스가 기여한 정도가 0.44%p로 채소류보다 높았는데, 국공립 자연휴양림 이용료가 22.0% 뛴 데 기인했다. 이밖에 국내항공료(8.1%), 공동주택관리비(7.9%), 가전제품수리비(7.6%), 보험서비스료(7.5%), 세차료(5.2%), 휴대전화기수리비(5.1%) 등이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 하반기 들어 사상 처음으로 0%에 미달하는 물가 상승률이 나오자 '디플레이션'(deflation,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지속해서 하락하며 경제 전반을 위축시키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통계 당국은 0%대 이하의 물가 상승률이 1년 이상 장기간 지속될 때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작년의 저물가 상황은 기저효과와 정부 정책 등 일시적 요인에 기인한 것이어서 디플레이션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올해부터는 1%대 물가를 회복할 것이라는 정부 예측이 맞아떨어졌지만, 여전히 통화 당국인 한국은행이 설정한 물가 안정 목표(2.0%)에는 미치지 못한다. 2%대 미만 물가 상승률은 2018년 12월부터 14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무상교육·급식·교복,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교육·보건 분야에서의 복지 정책이 당분간 시행될 예정이어서 앞으로도 물가 안정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다고 통계청은 내다봤다. 안 국장은 "기재부와 한국은행이 내다본 것과 같이 1%대 초중반 정도의 물가가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 정책의 영향은 낮은 수준의 근원물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계절적·일시적 요인에 의한 충격을 제거하고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작성되는 농산물및석유류제외지수(근원물가)는 전년 대비 0.9% 오르면서 6개월째 1%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및에너지제외지수 상승률은 0.8%로, 11개월째 0%대다. 물가 당국인 기획재정부는 "복지 제도 확충이 일단락되는 2022~2023년 이후부터 이 같은 하방 요인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1월 소비자 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대비 0.6%, 전년동월대비 1.5% 각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02.04.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1월 소비자 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대비 0.6%, 전년동월대비 1.5% 각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02.04. ppkjm@newsis.com
작년과 비교해서는 물가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걸까. 당장 국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중국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변수다. 최근까지의 초저물가에는 채솟값이나 기름값, 정부 정책 등 공급 측 요인뿐 아니라 경기 부진에 따른 수요 위축도 한몫했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었다.

전염병으로 내수 위축세가 더욱 심해지면 물가 상승률이 다시 꺾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사태가 조기 종식되지 않으면 경기 하방 압력으로의 작용이 예상된다"고 우려한 바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물가에 미친 영향은 다음달부터 가시화될 것이라고 통계청은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앞서 2003년에 있었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태는 물가에 준 영향이 특별히 관측되지 않았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 때는 레포츠 이용료, 놀이시설 이용료 등 오락·문화 관련 일부 품목의 가격이 5~6월에 반짝 내렸다가 7월께 곧바로 반등했었다. 2015년은 지난해와 같이 0%대 물가가 1년 내내 이어졌던 해였는데, 메르스 때문이라기보다는 국제유가의 하락이 결정적인 요인이었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반등 신호를 보이던 국내 경기 상황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찬물을 끼얹으면서 연쇄적으로 물가를 더 끌어내릴 상황이 올 것을 우려한다.

[서울=뉴시스]김근현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강동구 소재 마스크 제조·판매업체인 웰킵스를 격려 방문해 마스크를 써보고 있다. 2020.02.03.khkim@newsis.com
[서울=뉴시스]김근현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강동구 소재 마스크 제조·판매업체인 웰킵스를 격려 방문해 마스크를 써보고 있다. 2020.02.03.khkim@newsis.com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미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에 우리 경제에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미 수요 측 하방 압력은 존재하고 있었는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경기가 더 안 좋아질 확률이 높아 하방 압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당장은 소비 수요가 둔화되면서 수요 측면에서 물가를 떨어트리는 힘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올해도 연간으로는 작년과 같이 0%대 물가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 위원은 "CV 사태로 유통이나 서비스 부문에서 제품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순 있겠지만, 더 지켜봐야 한다"며 "물가가 대세적으로 1%대로 올라섰다고 판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통계청은 소비자물가를 측정하는 과정에서 최근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마스크를 조사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마스크는 그간 소비 지출 내 비중이 크지 않아 예비 조사 품목이 아니었는데,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지면서 올해 개편을 계기로 조사 항목에 넣겠다는 방침이다. 집계한 수치는 내년부터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이와 관련, "마스크 등 의약외품의 수급 가격 안정을 위해 적극적이고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suwu@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