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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세계로 열린' 제주가 닫혔다…무비자입국 중단 첫날 '썰렁'

뉴스1

입력 2020.02.04 13:50

수정 2020.02.04 13:50

제주도 무비자 입국이 중단된 4일 오전 제주시 용두암 대형 버스 주차장이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2020.2.4/뉴스1© News1
제주도 무비자 입국이 중단된 4일 오전 제주시 용두암 대형 버스 주차장이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2020.2.4/뉴스1© News1


무사증 제도가 임시 중단된 첫날인 3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국제선 도착장이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2020.2.3/뉴스1 © News1 홍수영 기자
무사증 제도가 임시 중단된 첫날인 3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국제선 도착장이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2020.2.3/뉴스1 © News1 홍수영 기자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전세계인에게 '열린 문'이었던 제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앞에 빗장을 걸어잠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4일 0시를 기해 제주의 무사증(무비자) 입국제도가 도입 18년만에 일시중단됐다.


무비자 입국 중지 첫날인 이날 제주시 용두암 대형 버스 주차장에는 강원도에서 온 내국인 관광객을 태운 관광버스 두 대만 세워져 있었다.

제주국제공항으로 입국한 관광객들로 붐비던 제주시 대표 관광지의 평소 모습과는 정반대의 풍광이었다.

주차장을 지나 용두암에 다다랐지만 마스크를 쓴 가족 단위의 내국인 관광객들만 옹기종기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용두암 주변으로 늘어선 식당과 기념품점도 한산하긴 마찬가지였다.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이후 중국인 관광객들이 급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 역시 무비자 입국제도가 중단된 이날부터 더욱 얼어붙게 될 지역경제를 우려하고 있었다.

용두암에서 주차장을 관리하는 송모씨(50)는 "평소엔 하루 700~800대 정도 들어오는데 신종 코로나 이후에는 400대 정도로 줄었다"며 "이 시간에 관광버스가 이렇게 없는 건 흔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용두암은 입장료가 무료인 대신 차량 주차비로 시설을 유지한다"며 "무비자 입국이 중지되면서 중국인 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 자체가 줄어들텐데 걱정이 크다"고 했다.

용두암에서 간단한 먹거리를 판매하고 있는 한 상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시작되기 전부터도 시장 상황이 썩 좋진 않았다"며 "무비자 입국이 중단돼서 지금보다 관광객이 더 줄어들면 장사를 접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용두암을 따라 이어진 용담해안도로도 숫자를 헤아릴 수 있을 만큼 관광객이 확 줄었다.

6㎞가 넘는 해안도로의 처음부터 끝까지 운전해가는 동안 목격한 해안도로를 걷는 관광객은 스무명도 채 되지 않았다.

인근 가게 주인 A씨는 중국인이 많이 줄었냐는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그걸 꼭 말로 해야 알겠느냐. 중국인 관광객이 말도 못하게 줄었다"며 "무비자 입국이 중단되면 더 줄어들 게 뻔한 거 아니냐"고 손사래를 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해 12월부터 관광객 급감 사태를 맞았던 제주도내 다른 유명 관광지들의 걱정도 비슷하다.

서귀포시 대표 관광지로 꼽히는 성산일출봉은 한 달새 방문한 관광객이 평소 대비 70% 가까이 줄었다.

성산일출봉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사태가 진정되고 무사증 입국 중단이 풀릴 때까지 이 정도 수준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서귀포잠수함의 경우 신종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 중국인 관광객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한편 이날부터 중단된 무사증 입국제도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2002년부터 관광객 유치를 위해 테러지원국을 제외한 국적의 외국인에 한해 한 달간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외부 유입 차단을 위해 법무부가 제주도 무사증 입국을 일시 정지시키면서 무사증 혜택을 받던 62개국의 국민들은 사증을 발급받아야 제주로 입국할 수 있다.


도는 이번 무사증 일시 중단으로 한해 100만명에 달하던 중국 관광객의 74%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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