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中정부, 공장 돌리려면 마스크 2개씩 준비하라…유럽선 거래 중단 통보"

뉴스1

입력 2020.02.04 18:04

수정 2020.02.04 18:04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4일 오후 경기도 시흥의 한 건설장비 제조업체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산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수출 중소기업과 2차 간담회를 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2020.2.4/뉴스1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4일 오후 경기도 시흥의 한 건설장비 제조업체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산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수출 중소기업과 2차 간담회를 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2020.2.4/뉴스1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공포로 사흘 연속 하락했던 코스피가 2% 가까이 상승하며 2150선을 회복한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39.02포인트(1.84%) 오른 2157.90을 나타내고 있다. 2020.2.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공포로 사흘 연속 하락했던 코스피가 2% 가까이 상승하며 2150선을 회복한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39.02포인트(1.84%) 오른 2157.90을 나타내고 있다. 2020.2.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조현기 기자 = "현재 (중국정부에서) 2월7일부터 작업을 해도 된다는 지시가 내려왔지만 '마스크를 하루에 전 직원에 2개씩 지급하라', '온도계를 준비해 출입문에서 체온을 확인하고 출근시키라'고 합니다."

"지난주부터 스페인 기업에서 돌연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영국 회사에서도 검수를 취소했습니다.
왜 취소했냐 물으니 '아시아의 전염병이 문제다. 확산이 안 될 때까지 잠정적으로 비즈니스를 중단하라'는 본사 차원의 지시가 내려왔다고 하네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이 확산하면서 우리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중국과 직거래하는 업체는 물론 인근 국가라는 이유만으로 해외 바이어가 기피하는 등 간접피해를 입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긴급 경영안정자금 및 특별보증 등 지원책을 서둘러 내놓은데 이어 춘절 연휴가 끝나는 오는 10일 전후를 고비로 판단, 2차 대비책을 마련 중이다. 아울러 사태 장기화에 따른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3차 대비책도 물밑에서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中수송망 올스톱"…화장품·김치 등 전산업으로 충격 확산 우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4일 오후 경기도 시흥의 한 건설장비 제조업체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산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수출 중소기업과 2차 간담회를 가졌다.

서기만 경기벤처기업협회 회장은 "2월 안에 끝나면 괜찮지만 장기화되면 금융지원 문제 등 향후 중국과 비즈니스에서 문제가 될 것"이라면서 "규모가 있는 업체들은 중국 의존도가 높아 중국측 요구를 무조건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 상당히 걱정하고 있다"고 중소기업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A업체 대표는 "현재 (중국정부에서) 2월7일부터 작업을 해도 된다는 지시가 내려왔지만 '마스크를 하루에 전 직원에 2개씩 지급하라', '온도계를 준비해 출입문에서 체온을 확인하고 출근시키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스크나 온도계는 중국에서 돈 주고도 살 수 없어 본사에서 구해 달라고 했지만 어제 구하러 다니니 2000장 밖에 못 구했다"며 "(중국현지)지역 마다 다르겠지만 지금 마스크와 온도계가 준비돼야 작업 시작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외 통관이 엄격하게 통제되면서 물류수송 차질도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물류수송은 주로 컨테이너선을 통해 이뤄지는데, 스케줄에 맞춰 한 달에 1~2회씩 대규모로 선적해 운송하는게 일반적이다. 통관이 막히거나 지연되면서 2월 컨테이너선은 이미 취소됐고 3월에나 한-중을 오가는 물품수송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A 대표는 "부품을 생산해 현지에 팔고 있고 국내에서 완료해 해외에 판매하는데 부품 조달 문제가 발생할 듯 하다"며 "우리는 한 달에 한 번 컨테이너가 들어오는데 2월에는 못 들어오고 3월에나 들어온다고 한다"고 말했다.

특히 A 대표는 "중국 내륙에서는 물류가 스톱됐다. 정부가 관할하는 물류회사 한 곳만 유통하고 있고, 다른 곳은 올스톱"이라며 "여기서 (물품을)보내더라도 내륙으로 가는게 문제"라고 하소연했다.

화장품 관련 B업체 대표는 "알코올이 없고, 펌프·부자재 수입이 안되고, 원단도 없어 이번 주부터 공장을 못 돌리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며 "지금 중국으로 외화 송금이 안돼 돈을 부칠수도 받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김치 생산업체 C 대표는 "김치가 중국에서 들어오던게 다 스톱됐다. 바로 한 열흘 정도면 배추가 파동 조짐"이라며 "원물 수급이라든지 기업에 상당히 어려운 압박이 되고 있다"고 정부지원을 요청했다.

◇"유럽 바이어, 中전염병 때문에 취소" 간접피해도…정부 추가대책 '고심'

영미권 기업들이 중국은 물론 아시아권 기업 전체와 거래를 기피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금형업체 D사 대표는 "우한폐렴의 직접적인 피해는 아니지만 지난주부터 스페인 기업에서 돌연 일정을 취소했다"며 "영국 C회사에서도 금형을 검수하고 포장해서 나가야 하는데 이것(검수)을 돌연 취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왜 취소하냐 물으니 '본사 차원에서 아시아의 전염병이 문제다. 확산이 안 될때까지 잠정적으로 비즈니스를 중단하라고 본사의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한국과 중국 시장을 따로 안 보고 있다. 장기화되면 우리에게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우리의 기회가 다른 시장으로 옮겨갈까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중기부는 이같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정책자금을 2500억원을 긴급 투입을 골자로 한 추가대책을 이날 내놨다. 중국 춘절 연휴가 끝나는 오는 9일 전까지를 1단계, 이후를 2단계로 나눠 중소기업 추가 지원을 준비 중이다.

정부는 사태장기화에 따른 3단계 대책도 물밑에서 마련하고 있다.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금 상환 유예 및 이자율 감면 등 추가조치를 금융당국과 협의 중으로 전해졌다. 다만 박 장관은 "아직 3차 대책까지 거론하기는 이른 상황"이라며 피해확산 최소화에 우선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신종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베트남 등지로 부품수급이나 수출입을 다변화해 중국 대외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E업체 대표는 "중국에서 들어오는 부품들을 국내에서 소싱을 해야되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도 그런 (생산)업체가 있다. 다만 중국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없는 것"이라면서 "국내에서 (판로가)보증이 된다면 국내 기업들에게는 또 하나의 좋은 찬스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F업체 대표는 "중국 정부에서 공장의 안전기준 및 위생문제, 소방문제를 평가해 75점을 넘어야 사업을 유지하도록 하는 등 까다롭게 다루고 있어 베트남 진출을 고민 중"이라며 "작은 기업은 베트남 진출이 어려운데 정부 차원에서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우리 기업들이 어느 한 곳에 집중적으로 공장을 갖고 있으면 앞으로 이런 사태가 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며 "장기적으로 우리가 이런 부분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공감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으로 (다시)들어오는 리쇼어링 대책도 준비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국내 유턴기업 지원 필요성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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