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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에 밀린 日 조선사, 사업포기 속출 [특파원 리포트]

2위 조선사도 상선 건조 중단
'수주 보릿고개'에 한계 다달아
재팬 마린 유나이티드(JMU)의 교토 마루이즈 조선소 전경.
재팬 마린 유나이티드(JMU)의 교토 마루이즈 조선소 전경.
【 도쿄=조은효 특파원】 10년 래 최악의 수주가뭄에 100년이 넘은 일본 조선사들의 사업 포기가 속출하고 있다.

컨테이너선 등 상선 건조시장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에 밀리고, 드릴쉽 등 고부가 선박은 이미 한국 조선사들이 선점해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한 것. 날로 엄격해지는 국제 친환경 규격을 쫓아가자니 이 역시 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일본의 산업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조선업과 과감히 결별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日 조선 1·2위간 뭉쳐봤지만

4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조선업계 2위 업체인 저팬 마린 유나이티드(JMU)가 교토 소재 마이즈루 사업소의 상선 건조사업 종료 계획을 발표했다. JMU는 현재 남아있는 수주 물량은 내년 4∼6월 완료하고, 이후엔 방위성 등을 대상으로 한 함선 수리 중심으로 마이즈루 사업소를 재편한다는 구상이다.

JMU는 지난해 11월 일본 1위 조선업체인 이마바리 조선소와 업무·자본제휴를 맺어, 한·중 조선사에 대항해 '합종연횡'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됐으나, 3개월 만에 일부 사업 포기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돌이켜보면 이미 자체적으로 한계 상황에 내몰린 상태에서의 합종연횡이었던 것이다.

일본 조선공업회의 사이토 타모츠 회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상황이 어렵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며 "업계 전체의 협업과 재편이 앞으로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내에서 일본 조선업계의 수주가뭄을 놓고, 전통 산업인 조선산업과 결별하기 위한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츠비시重 '창업의 땅'서 철수

지난해 말엔 미츠비시 중공업이 일본 조선산업의 '심장부'와 같은 나가사키 소재 코우야키 조선소를 오오시마조선사에 매각했다. 나가사키는 미츠비시중공업에겐 '창업의 땅'이다. 140년 역사의 나가사키 조선소의 일부 포기는 일본의 조선업이 한계 상황에 내몰렸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일본 내 최대 규모의 도크(약 1000m)를 자랑하는 코우야기 조선소는 과거 1970년대엔 유조선을 건조했던 곳이다. 2000년대 들어선 고부가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건조로 전환하는 등 잠시 시대의 흐름을 타는가 싶었지만, 결국 수주난을 이기지 못해 미츠비시라는 간판을 내리게 됐다. 한·중 조선업체들에 밀리면서 2015년 이후 신규 수주가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고, 일감이 말라가면서 지난해 9월 미츠이물산에 LNG선 1척을 인도한 것을 끝으로 선박 건조라인이 올스톱됐던 것. 거대한 조선소 야드를 놀릴 수 없었던 미츠비시중공업은 풍력발전용 대형 풍차를 건조하면서 수주 가뭄기를 견뎌봤지만, 결국 조선소를 넘기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약 600여명의 직원들도 재비치가 논의 중이라고 하나, 상당수는 조선소를 떠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랜 수주가뭄과 적자경영에 지친 102년 역사의 조선기업 미츠이 E&S(1917년 설립)역시 지난달 상선 건조시장에서 전격 철수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된 치바현 공장도 매각하기로 했다.


미츠이 E&S의 오카 료이치 사장은 최근 "거액의 손실 때문에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면서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플랜트 등 엔지니어링과 조선사업은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츠이E&S의 지난해 상반기(일본 회계연도 기준·4~9월)664억엔 적자(전년 동기엔 478억엔 적자)를 기록했다. 연간 실적으로는 총 880억엔으로 적자 규모가 커질 전망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