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트럼프 80분 연설에 북한 언급 1초도 없었다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05 17:55

수정 2020.02.05 17:55

의회 국정연설서 의도적 패싱
"거론해봤자 오히려 미국 손해"
AP 뉴시스
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의 새해 의회 국정연설에서 당초 예상을 깨고 북한이 단 한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1시간 20분가량 진행된 국정연설은 대선을 겨냥한 트럼프의 '치적 홍보'로 진행됐고 북한문제는 끼어들 틈이 없었다. 북미대화 재개가 요원하고 비핵화 문제를 놓고 장기간 대치모드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재선가도에 별 도움이 될 만한 '변수'가 없다는 판단아래 의도적으로 패싱했다는 관측이다.

■실익없는 북한문제 패싱

4일(현지시간)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진행된 취임 세번째 국정연설은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경제분야의 성과를 반복해서 소개하며 호응을 유도했고, 중국과의 무역합의, 이란 솔레이마니 제거 등으로 잇따라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정작 북한문제는 언급이 없었다.


"그 어떤 정권도 잔혹한 북한 독재체제 보다 더 잔인하고 총체적으로 자국민을 억압한 사례는 없다"(2018년 국정연설), "만약 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지 않았다면 아마도 미국은 지금 북한을 상대로 전면전을 벌이고 있었을 것"(2019년 국정연설) 등에서 '단골메뉴'로 등장했던 때와는 사뭇 달랐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이번 국정연설은 대선을 앞두고 주로 경제에 포커스를 맞췄고 그 관점에 나머지 자랑거리를 갖췄다"며 "북한과의 관계는 애매모호한 상태이기 때문에 넣기에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별하게 자랑할 것이 없는 북한 문제는 언급해봐야 크게 득이 되지 않는다는 계산이 섰을 것이라는 얘기다.

■전문가 "침묵이 오히려 美에 이득"

최근 소강상태인 북미관계를 보더라도 북한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의도적 침묵'을 통해 향후 북미대화 재개 정국에 대비, 협상의 주도권을 쥐려는 '전략전 포석'이 깔렸다는 분석도 있다.


최 부원장은 "트럼프가 북한문제를 치적으로 얘기했다면 북한이 그것을 역이용할 수도 있다"며 "언급하지 않은 것 자체가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결국 미국이 셈법을 바꾸거나 북한이 원하는 것을 들어줄 생각이 없다고 봐야 한다"며 "북한도 트럼프의 국정연설이 이런 식으로 나올 것도 예상하고 있었을 것"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미 대선국면이 시작됐기 때문에 이번 국정연설은 대부분 국내 정치용이었다"며 "북한이 핵, 장거리미사일 시험 유예를 계속하고 있는데 그것 가지고 재선에 도움이 되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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