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여영 (주)월향 대표 = 4명, 12명, 24명…. 밤늦게 카카오톡으로 매장의 예약 취소 상황이 시시각각 전해진다. 그 숫자가 날카로운 비수처럼 가슴을 찌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영향으로 요즘 외식업계는 초비상이다. 운영중인 20여개 직영 혹은 합작 매장도 현재 매출이 20~30% 정도 빠지는 중이다. 10여년 업력이 이제 자부심이 아니라 부채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바이러스 시대, 식당은 최우선 기피 대상이다. 페스트(흑사병)가 창궐하던 중세 교회처럼, 바이러스 전염의 주요 경로라는 오명을 얻었다. 그 결과 이런 일이 벌어지면 몇 년 전 메르스 사태처럼, 거의 동시다발로 매장이 타격을 입는 일이 불가피하다. 사스와 에볼라·지카 바이러스 같은 전염병 대유행이 일상이 된 세계화 시대, 주기적인 타격이라 더 아프다. 몇 년간의 어려움을 만회할 만하면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
그러잖아도 고질적인 자영업의 어려움에 더해, 배달앱 확산과 1인 가구와 가정간편식(HMR) 온라인 판매 증가로 오프라인 매장의 미래가 어두운 터였다.
가끔 내 처지를 하소연하다 아차 하는 순간도 있다. 수백개의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거느린 회사 대표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다. 그분들의 어려움은 오죽할까 싶다. 이럴 때면 몇 년 전 고심 끝에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이지 않기로 한 자신의 결정이 새삼 고맙기까지 하다.
그냥 앉아서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 매장을 포함해 바이러스 시대의 식당가는 살기 위한 몸부림과 외침으로 떠들썩하다. 우리는 SNS와 온라인을 통한 '밀키트'(meal kit) 판매에 전력하는 중이다. 매장에서 인정받은 손맛을 살리되 새로운 채널로 판매하려는 시도다. 친구와의 모임을 위한 '다인분 반조리' 일품요리 세트인 밀키트는 1인용 가정간편식보다도 시장 잠재력이 크다. 특별한 날 나눠먹는 음식에는 뭔가 더 특별한 게 있는 법이니까.
그러나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이 일을 위해 예정에 없던 유튜브와 인스타 라이브 방송을 주기적으로, 성실하게 찍어야 한다. 평상시 내킬 때마다 하던 SNS도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이 일을 시작한 후로 온 종일 이어지는 구매요청과 문의사항으로 휴대폰을 내려놓을 틈이 없을 정도다.
시행착오로 인한 수업료도 만만치 않다. SNS와 온라인을 통한 초기 판매에서는 포장과 배송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빠른 대응을 중시하는 소비자의 마음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 예상치 못한 문제와 대처 부족으로 소비자 불만이 폭주하기도 하고 그야말로 융단폭격을 면치 못한 적도 있다. 고육지책처럼 살기 위해 우리가 선택한 방법이지만 아직 돈을 벌지는 못하는 형편이다.
매장 숫자가 얼마든, 식당 사장은 모든 사장 가운데서도 가장 고단한 자리다. 바이러스가 엄습할 때는 그야말로 밑바닥 신세를 면할 수 없다. 우리 같은 부류는 한 가지 어려움을 더 견뎌야 한다.
온라인과 SNS를 판매 채널에 추가하고는 ‘관종’이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누군가에게서 투자를 유치하면 스폰서 관계냐는 의심을 받고, 다른 이와 사업 협력을 하면 특별한 관계라는 공격을 받을 때도 있다.
외식업계의 저열한 경쟁자들 중에는 SNS로 내 사업을 망치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이들부터가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우리 땅의 오랜 고정관념에 대한 도전을 마뜩잖게 본다. 젖 한번 안 물린 게 무슨 엄마냐고 애 키우고 살림이나 살지 누가 일을 하라고 했냐며, 언제고 주저앉기를 원한다.
그렇다. 나는 식당 사장이자 ‘여자 사장’이다. 사장 중 가장 어렵고, 우리 사회에서도 바닥인 처지다. 그래도 나를 포함해 200여명 젊은 꿈과 함께 하는 것이 즐겁다. 그 분들과 힘겹게 하루 목표 매출을 달성하고 내일 더 잘하자며 웃으며 헤어지는 기분은 정말 최고다. 이 순간만큼은 마르케스의 소설 <콜레라 시대의 사랑>에 나오는 한 구절 같은 여자가 돼도 좋겠다.
‘그녀는 비가 그치지 않고 영원히 내릴 때에도 자신의 추억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 사람이었다.’ yiyoyong1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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