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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 연구 본격 착수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06 15:04

수정 2020.02.06 15:04

레이어 브레이너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왼쪽)가 5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팔로 알토의 스탠포드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레이어 브레이너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왼쪽)가 5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팔로 알토의 스탠포드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그동안 비트코인이나 리브라 등 '암호화폐' 유통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암호화폐처럼 디지털로 유통되는 화폐 발행이 가능한 지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준은 당장 직접 암호화폐를 만들겠다는 의도가 아니라 실험적 연구 수준이라면서 중앙은행이 민간업계의 암호화폐 유통 확대에 맞서 규범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레이어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는 5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학 경영대학원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연준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연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CBDC는 물리적 실체가 없는 디지털 화폐라는 점에서 비트코인 같은 민간 주도의 암호화폐와 비슷하지만 △발행주체가 일반 민간인이 아닌 중앙은행이고 △독자 단위를 사용하는 암호화폐와 달리 법정통화와 같은 단위를 사용하고 △ 교환가치가 법정통화와 1대 1로 고정되어 있다는 점이 다르다.
민간 암호화폐의 개발 동기가 중앙집권적인 금융체계를 무너뜨리고 다원적인 금융체계를 만드는 것이었다면 CBDC는 기존 법정화폐를 편리하게 사용하는 기술적인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과 유럽 등 세계 6개 중앙은행은 이미 CBDC 발행 문제를 공동으로 연구하고 있고 한국은행도 5일 발표에서 CBDC 전담기구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이날 연설에서 "결제를 디지털 구조로 바꾸는 것은 적은 비용으로 큰 가치와 편의성을 달성할 수 잇는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새로운 주자들이 금융체계 바깥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그들의 통화는 불법 행위에 쓰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특히 페이스북이 개발중인 암호화폐 '리브라'를 지적하며 "페이스북 사용자는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나 되고 페이스북의 리브라 프로젝는 돈의 형태와 발행, 결제의 기록과 청산이라는 부분에서 긴급한 토론을 유발했다"고 설명했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암호화폐의 근간이 되는 분산원장(블록체인)기술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블록체인과 해당 기술이 CBDC에 쓰일 수 있는 지에 대한 잠재력과 관련된 연구와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달러의 중요한 역할을 감안했을 때 우리가 CBDC와 관련된 연구와 규정 개발의 최전선에 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고 강조했다.

연준은 지난해만 하더라도 리브라와 암호화폐를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해 7월 하원 증언에서 "리브라 도입으로 사생활 보호와 돈세탁, 금융안정성 등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돈세탁 문제에 대한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리브라 도입은 진전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연준은 미 의회의 끊임없는 대책 요구에 못 이겨 암호화폐 연구를 위해 손을 걷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지난해 10월 보도에서 연준 내부에서 민간 기업이 암호화폐를 통해 세계 금융체계를 점령하고 달러의 패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자체적인 디지털 화폐 개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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