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결정적 화재원인 여전히 오리무중…업계 "배터리는 점화원 아냐"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의 주원인이 배터리 이상에 있다는 정부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배터리 제조사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갈리는 핵심 쟁점은 결정적인 화재 원인이다. 조사단은 유사 또는 동일한 사업장을 분석한 결과 '방전 후 저전압, 큰 전압 편차' 등의 특성을 감안하면 배터리 이상이 화재원인으로 추정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반면 LG화학, 삼성SDI 등 배터리 제조사는 '조사단이 제시한 근거가 화재까지 유발할 결정적인 원인이 될 수 없다'며 조사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사단 "높은 충전율 조건에 배터리 이상 현상 더해져 화재"
ESS 화재사고 조사단은 6일 '지난해 8월 이후 발생한 5건의 ESS 화재 사고 중 4건의 발화 지점이 배터리인 것으로 분석됐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화재원인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단은 절연 설비 성능저하가 화재원인 것으로 파악된 경남 하동(LG화학)을 제외한 Δ충남 예산(LG화학) Δ강원 평창(삼성SDI) Δ경북 군위(LG화학) Δ경남 김해(삼성SDI) 등 4곳의 ESS화재 사고 발화 지점이 배터리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배터리가 발화지점이라는 근거로 내부 발화시 나타나는 배터리 용융 흔적(충남 예산, 경북 군위), 배터리에서 연기가 발생하는 장면을 담은 CCTV 영상(경북 군위, 경남 김해), 저전압 이상고온 등의 운영기록(강원 평창) 등을 들었다.
특히 ESS의 충전율을 지나치게 높게 설정해 운영하는 방식과 배터리 이상 현상이 결합돼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단은 추정했다. 충남 예산의 경우 지난해 8월22일 충전율을 70%에서 95%로 상향한지 8일 만인 8월30일에 화재가 발생했고, 강원 평창은 지난해 충전율이 95%에서 100%로 상향된 지 14일 만인 지난해 9월24일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로 인해 전소돼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 사고 사업장과 동일한 모델, 동일한 시기에 설치된 인접한 ESS 사업장에서 유사한 운영기록을 보인 배터리를 수거해 분석, 양극판 내부가 손상됐거나 일부 파편이 양극판에 점착돼 있는 점을 확인했다고 조사단은 설명했다.
조사단은 "발화지점 배터리가 소실돼 원인 분석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종합적인 조사분석을 근거로 결과를 도출한 것"이라며 "시스템배터리 운영 기록, 절연 감시 기록 등 보존된 정보를 활용해 지난 조사위보다 배터리 이상과 화재 발생 간의 관련성을 명확하게 규명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업계 "용융 흔적이 발화지점이라는 해석은 무리" 반박
그러나 배터리 제조사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배터리 내부 발화로 단정 내릴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번 정부조사도 다각적인 조사를 바탕으로 내린 결론이지, 화재 원인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찾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조사단이 용융 흔적이 발생했다고 밝힌 충남 예산 화재와 관련 "용융은 고체가 열을 받아 액체로 녹는 현상으로, 배터리 외 다른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해도 배터리 내 용융 흔적이 생길 수 있다"며 "조사단에서 특정한 발화지점 외 배터리에서도 유사한 용융 흔적이 발견되기 때문에 용융 흔적이 있다고 해서 발화지점이라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양극판에 파편이 점착돼 있거나 배터리 분리막에서 리튬-석출물이 형성된 것을 확인했다는 조사단 발표에 대해서는 "일부 파편이 양극판에 점착된다고 해도 저전압을 유발할 수 있으나 LG화학의 '안전성 강화 분리막'(SRS)을 관통해 발화로 이어질 위험성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리튬 석출물은 리튬이온이 전해질을 통해 음극과 양극 사이를 오가는 사이 자연스럽게 생길 수밖에 없는 물질"이라며 "LG화학은 자체 실험을 통해서도 리튬 석출물 형성이 배터리 내부발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왜 배터리가 모든 화재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느냐. ESS 화재 발화지점은 배터리에서 시작됐지만, 화재 원인은 다양하다"며 반발했다.
삼성SDI는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화재는 불을 붙일 수 있는 '점화원', 불을 지속시키는 '산소', 불을 확산시키는 '가연물'이 동시에 존재해야만 발생한다"며 "ESS에서 배터리는 유일하게 에너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연물로써 화재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점화원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