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자궁경부암, 예방가능한 유일한 암..왜곡된 백신 공포 믿지 말고 접종하세요" [Weekend 헬스]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07 04:00

수정 2020.02.07 04:00

부인암 3대 명의
②'자궁경부암' 최철훈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
뇌손상 부작용 근거 없어… 이미 필수접종 포함
발생 원인 70%인 HPV 16·18형 예방효과 95%
초기엔 수술로 치료하고 생존율도 높지만
전이나 재발땐 쉽지 않아… 정기검사 필수
최철훈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2008년부터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4년 5월부터 2015년 7월까지 미국국립암연구소에서 연수했다.
최철훈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2008년부터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4년 5월부터 2015년 7월까지 미국국립암연구소에서 연수했다.
자궁경부암은 자궁 입구에 발생하는 암을 말한다. 암 중에서 백신이 개발돼 예방이 가능한 유일한 암이다.
최철훈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사진)는 6일 "자궁경부암은 예방할 수 있지만 여전히 많은 환자들이 고통받고 있는 암"이라며 "암 발생 초기에는 경미한 출혈 이외에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정기적인 검사와 진찰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최근 자궁경부암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가장 최근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를 보면 2007년 이후 연평균 2.6%씩 줄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들의 삶을 위협하는 대표적 암으로 꼽힌다. 2017년도 한 해에만 3400여명의 환자가 새로 발생했다. 부인암 중 가장 많은 숫자다.

―자궁경부암 어떻게 예방하나.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그중 가장 직접적인 건 바로 인유두종바이러스(HPV)다. HPV 감염으로 인해 자궁경부에 상피내 종양이 생기고, 이게 암이 된다. 바이러스 감염 시기로부터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십수년에 걸쳐 진행된다. 다행인 것은 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궁경부암 발생 원인의 70%에 해당하는 HPV 16형과 18형의 경우 시중에 이미 백신이 나와있다. 일반적으로 고등급 자궁경부 이형증 및 자궁경부암 예방효과는 95% 정도로 매우 높다고 알려져 있다.

―백신에 대한 부작용 걱정도 있다.

▲일반적으로 접종 부위에 통증이나 두드러기, 메스꺼움 등이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가볍고 수일 내 회복된다. 과거 일본에서 뇌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돼 오해가 불거지기도 했지만, 이 역시 잘못된 연구로 밝혀졌다. 우리나라에서도 2016년부터 필수예방접종에 포함된 만큼 접종을 망설일 이유가 없다.

―어떻게 치료하나.

▲자궁경부암은 대개 초기 단계에서 발견된다. 이 경우 일반적으로 수술로 치료한다. 자궁이 상피내 종양 수준이면 자궁경부를 원뿔 모양으로 잘라낸다. 하지만 진행된 경우엔 자궁 전부, 난소 및 질의 일부분까지 절제한다. 다만 초기 병기이고 환자가 임신을 원하는 경우 암 발생 주변부만 잘라내 자궁체부를 보존하는 방식으로도 수술이 가능하다. 치료 성적도 좋은 편이다. 국내 5년 상대 생존율은 80.2%(2017년도 중앙암등록통계)다. 삼성서울병원은 84.5%로 높다. 미국은 65.8%로 우리나라보다 낮다고 알려져 있다.

―로봇이나 복강경 수술로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과거에는 개복 수술이 주를 이루었지만 자궁경부암의 경우 로봇수술 및 복강경 수술과 같은 최소침습수술이 빠르게 자리잡았다. 개복보다 빠른 회복, 통증 감소, 흉터가 적게 남는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최근의 연구에서 개복수술이 복강경이나 로봇수술보다 좋다는 연구결과도 있지만 적절한 환자를 잘 선택할 경우 로봇, 복강경 수술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전이나 재발된 경우 치료는.

▲국내 통계를 보면 환자 절반 이상은 암이 자궁경부에 머물러 있는 국한암 상태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나머지 환자들은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된다. 원격 전이가 있는 경우 5년 생존율은 26.2%에 불과하다. 그만큼 치료가 어렵다는 뜻이다. 2기말 이상 진행성 병기에서는 방사선 치료와 항암제를 투여해야 한다. 최근에는 자궁경부암이 진행된 경우 1차 치료로 세기조절방사선치료를 시행한다. 기존 표준방사선치료보다 합병증 면에서 개선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세기방사선치료란 종양 조직에만 선택적으로 원하는 방사선량을 줄 수 있는 맞춤 방사선 치료법을 말한다. 또 기존 항암제와 더불어 표적치료제인 베바시주맙을 함께 쓰는 방법도 많이 쓰인다. 표적치료제인 베바시주맙을 항암제에 추가해서 투여할 경우 부작용의 큰 증가 없이 생존율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또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치료백신을 재발성 경부암에 적용하는 임상연구를 진행함으로써 치료 성적의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최근 면역항암제 대한 환자들의 관심이 높다.

▲미국에서 펨브롤리주맙이란 면역항암제를 재발성 또는 전이성 자궁경부암 치료제로 승인하면서 환자들의 관심이 커졌다. 국내에서도 2018년부터 임상 3상을 승인받아 연구가 진행중이다.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재발되었고 기존의 표준항암요법에 실패한 경우에 면역항암제를 투여하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암환자에서 억제되어 있는 면역기능을 다시 활성화함으로써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게 하는 원리다.
여러 암종에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즉 면역반응이 병의 경과에서 중요한 자궁경부암에서 특히 더 효과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약제는 3주 간격으로 투여하고, 병이 진행할 때까지 또는 독성이 생길 때까지 투여한다.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진행성 경부암에서 방사선항암요법에 면역항암제를 추가하는 연구, 재발성 경부암에 항암제-베바시주맙, 면역항암제를 추가하는 연구 그리고 치료백신을 재발성 암에 투여하는 연구 등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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