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혼란만 키운 정부 ESS 발표… 기업 분쟁 불가피

성초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09 17:10

수정 2020.02.09 17:10

운영사 손실 보상 주체 모호
화재 원인, 배터리로 바뀌며
제조사 vs. 운영사·보험사간
구상권 청구 등 법적 다툼 예고
혼란만 키운 정부 ESS 발표… 기업 분쟁 불가피
정부가 국내에서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원인 결과와 이에 따른 추가 안전대책을 내놨지만 관련 산업 전반에는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우선 정부가 지난 6일 발표한 추가 안전대책으로 인한 운영사의 손실 보상 주체가 모호해 향후 기업간 분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지난해 민관합동 조사단의 1차 조사에서 인재(人災)로 결론났던 화재 원인이 2차 조사에선 배터리로 바뀌면서 제조사·운영사 또는 제조사·보험사간 법적 다툼도 예고되고 있다.

■충전 80% 제한, 손실 보상은 누가?

9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합동조사단 결과를 토대로 마련한 ESS 추가 안전대책에는 △충전율 제한조치 △옥내설비의 옥외이전 지원 △블랙박스 설치 등이 포함됐다.

이 중 충전율 제한 조치에 대한 운영사의 손실 보상에 논쟁의 여지가 다분하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시각이다. 이번 충전율 제한조치는 옥내 ESS의 충전율은 80%, 옥외 ESS의 충전율은 90%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문제는 기존 운영 중인 ESS 설비에 대한 손실 보상이다. 이미 LG화학의 경우 작년 6월 이후 자사 배터리가 탑재된 ESS의 충전율을 70%으로 권고하고, 가동손실분에 대한 보상을 선제적으로 집행해오고 있다.

다만 '정부의 2차 조사 결과까지'로 기한을 삼았던 LG화학은 화재 원인이 배터리로 지목되면서 추후 대책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통상 ESS 배터리의 수명이 10~20년임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지속적인 손실 보전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삼성SDI의 상황은 더 복잡하다. 이 회사는 작년 10월부터 기존 ESS 설비에 소화시스템 설치를 진행 중인데, 설치 기간 가동률 하락에 대한 손실분만 보상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 정부 발표로 기존 설비 운영사로부터 모든 운영 손실에 대한 보전 요청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 일부 운영사들은 ESS 운영손실분에 대한 피해 보상을 배터리 제조사측에 요청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에 설치된 ESS 설비는 1500여개다.

업계 관계자는 "운영사의 경우 100% 충전을 기준으로 사업 계획을 세워 ESS 설치를 결정했기 때문에 운영 손실분에 대한 보상을 요구할 수 밖에 없다"며 "배터리 제조사 보상 또는 정부의 특례요금제 혜택 연장 등이 거론된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내년 개편 적용되는 ESS 특례요금제의 요건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특례요금 혜택을 변경할 경우 한국전력의 적자 확대 가능성이 높아져 일각에서 제기되는 "기업의 과실을 세금으로 막는다"는 비판적인 시각에 대한 정부의 부담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보험사와 법정다툼 예고

정부가 지난해 8월 이후 국내에서 일어난 5건의 ESS 화재 중 4건의 원인으로 배터리로 지목하면서 보험사와 배터리 제조사간 법정 분쟁도 예상된다. 앞선 ESS 화재 사고에 대한 보험금을 이미 지급한 보험사들은 배터리 제조업체로 상대로 구상권 청구에 나설 예정이다.

ESS 설비를 포함한 발전 시설업체들은 사고로 인해 기계, 건물 등에 발생하는 물리적 손해나 손실을 종합적으로 담보하는 CMI보험(기관기계보험)을 가입한다. CMI보험은 제3자 책임이 있을 경우 면책 조항이 있다.

지난 6일 정부가 배터리로 ESS 화재 원인을 결론내리면서 이 면책조항에 따라 배터리 제조사에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울러 이번 조사 결과로 보험사와 배터리 제조사간 갈등은 지난해 6월 이전 발생한 1차 ESS 화재 사건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차 조사 결과 발표 이후엔 삼성화재가 LG화학을 상대로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배터리 결함) 결과를 토대로 일부 보험사들이 배터리 제조사들에게 화재 보험금에 대한 구상권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이번 정부의 발표가 법적·행정적 근거로 활용될 수 있기때문에 1차 조사에서 결함 원인을 명확하게 하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도 보험사들이 (배터리 제조사들에게 ) 구상권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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