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중국산 부품 공급 중단 … 부산 제조업계 줄줄이 위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09 18:10

수정 2020.02.09 18:10

‘신종 코로나’ 부산 제조업계 위협
부산상의, 수출입 기업 등 70곳
코로나 관련 모니터링 결과 발표
기업 23.1% "이미 피해 입었다"
30.8% "직접적 피해 불가피"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영향이 부산 지역 제조업으로까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중국산 전장부품 공급 중단으로 완성차 생산이 중단되면서 지역의 자동차부품업계가 또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산 원부자재 의존도가 높은 일부 기업은 춘제 연휴 동안 중국 거래선의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가운데 원부자재 수급 차질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9일 부산상공회의소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지역 제조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 한 결과를 내놓았다. 대상 기업은 지역 자동차부품업계와 대중국 수출입 기업과 중국에 현지공장을 가지고 있는 기업을 포함해 총 70여개다.



조사에 따르면 자동차부품업계뿐만 아니라 지역 제조업 전반에 걸쳐 빠르게 확산되고 있고, 단순한 우려를 넘어 실질적 피해가 발생한 기업도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모니터링 대상 70여개 제조업 가운데 이미 피해가 발생한 기업은 23.1%였으며, 직접적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에 놓인 기업도 30.8%에 달해 절반이 넘는 조사 기업이 이번 사태로 생산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유형으로는 △원부자재 수입 차질에 대한 피해 우려(50.0%)가 가장 컸고, 뒤이어 △수출 지연(35.0%)으로 나타났다. 이어 △현지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납기 지연(10.0%) △중국수요 감소(2.5%) △중국 출장 애로(2.5%) 등의 순으로 확인됐다.

업종별로는 자동차부품업이 완성차 생산중단으로 납품 중단 등 가장 직접적 영향을 받고 있었지만 당분간은 생산 재개를 대비한 재고 확보 차원에서 정상가동하겠다는 기업이 많았다. 일부는 휴무를 통해 생산을 조정하는 기업도 있었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지역 자동차산업 전반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업체들은 각개 생산량 조절에 나섰다.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A사는 완성차 생산이 중단되는 기간 동안 정상가동을 하면서 재고를 쌓아두겠다는 입장이었고 사태 추이를 봐가면서 노사협의를 통해 조업을 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B기업도 아직은 생산량 조절이나 휴업을 고려하지 않았으며, 생산 확대를 대비해 재고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정상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C사는 휴무를 실시해 생산량을 조정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도료, 고무, 플라스틱 등 화학관련업은 원부자재의 수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 중국 정부의 감염 방지 조치가 강화되면서 연휴 추가 연장이나 그에 준하는 상황 발생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확보한 재고가 소진될 경우, 생산 중단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기업도 늘어날 전망이다. 안료를 생산하는 A사는 이미 춘제 연휴 연장으로 원료 수급에 차질을 빚었고, 연휴 이후의 상황도 예측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상하이 현지공장을 통해 부자재를 조달하고 있는 B사도 중국 지방 정부에서 9일 이후에도 영업을 하지 말라는 권고를 받고 있어 원부자재를 국내에서 조달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조선기자재업을 포함한 기계부품 기업은 중국 바이어선의 휴무로 수출 지연에 따른 피해를 보고 있는 기업이 많았다. 실제 부산의 대중국 수출 1위 품목이 선박해양구조물 및 부품이라 지역 수출실적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조선기자재를 생산하는 A사는 중국 내 물류 지연으로 납기를 미뤄달라는 요청을 받아 창고 보관료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B사도 중국 내 조선소 가동이 중단되면서 중국 수출이 중단된 상태였다. C사는 이미 중국산 원부자재 수입이 중단되면서 납품 물량의 납기를 맞추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이 밖에 중국에 현지법인이나 공장을 보유한 대부분의 기업은 춘제 연휴 연장으로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었고, 중국 당국의 방역 강화와 이로 인해 근로자 복귀율이 크게 떨어질 것을 우려했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연휴가 끝나는 10일 이후도 현지 공장의 정상 가동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돼 향후 관련 기업의 원부자재 수급 애로는 지속될 전망"이라며 "또 중국 내 항만 물류 시설에 지연됐던 물량이 한 번에 몰린다면 통관 등 물류에 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부산상의는 춘제 연휴 이후의 중국 내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고 지역 기업들의 추가적인 동향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또 이번 사태로 인한 지역 기업의 피해나 애로 사항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기 위해 10일부터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피해 기업 신고센터를 운영한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