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온다예 기자 =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10일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에 오르자 그가 대학교 재학 시절 그린 네 컷 만평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만화광으로 유명한 봉 감독은 연출뿐 아니라 직접 각본을 쓰고 콘티를 그리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각본의 각 장면을 시나리오 속 인물과 배경, 카메라 앵글이나 움직임을 그림으로 구현한다. 디테일한 연출로 '봉테일'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바로 이러한 세밀함 때문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영화 감독을 꿈꾸던 봉 감독은 1988년 연세대 사회학과에 입학해 본격적인 영화 연출가로서의 준비 기틀을 닦는다.
대학 시절 연합 영화 동아리 '노란 문'을 만들어 활동했던 봉 감독은 지난 1월 발간된 연세동문회보와 인터뷰에서 "동아리방 출입문에 노란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어 이름이 '노란 문'이었다"고 일화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그 시절엔 '시네마 교도' 같았고 영화를 좋아하는 것 만큼은 그 후로도 변하지 않았다"며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1993년 1학기에는 교내신문인 '연세춘추'에 한 컷 풍자 카툰과 '연돌이와 세순이'라는 네 컷 만평을 그렸다. 한 학기 만에 연재를 그만 두긴 했지만 학교 생활을 하면서 겪을 만한 경험을 네 컷 안에 실감나게 그려 넣어 동문들의 큰 호응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봉 감독이 그린 네 컷 만평에는 학교 측의 등록금 과다 인상에도 뒤떨어진 학사행정을 비꼬는 내용이나 시국 관련 제적을 당했다가 다시 입학한 복학생을 등장시켜 당대 시대상을 보여주는 그림도 있다. 축제기간에 중국집 배달원이나 학교 청소부를 등장시키며 '가끔씩은 주위를 살펴봅시다'라는 소외층에 대한 시선을 담은 만평도 눈길을 끈다.
봉 감독이 글과 그림에 능한 건 집안 내력이라는 말도 있다. 외할아버지는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쓴 소설가 박태원(1909~1986)이다. 아버지는 2017년 작고한 봉상균씨로, 우리나라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를 지냈다.
봉 감독의 아들 효민씨(본명 봉효민)도 영화 감독이다. 2017년 YG케이플러스의 웹무비 '결혼식'을 연출했다.
봉 감독의 7번째 장편 영화 '기생충'은 이날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권위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과 각본상, 국제극영화상 4개 부문을 싹쓸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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