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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에이전트? 우린 투자자 마음까지 읽어내는 ‘딜메이커’[IB하우스 탐방]

강구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11 18:48

수정 2020.02.11 18:48

CBRE 코리아 캐피탈마켓부
한강호텔·부영을지빌딩 매각 때
매도인 일일이 만나 수개월 설득
"매각 어렵다" 시장 예상 깨고 성사
자산거래규모 1년새 2배 이상 늘어
올해 물류투자 성장 원년으로
해외 부동산 매각자문도 본격 추진
CBRE코리아 캐피탈마켓부의 수장인 최성현 전무(앞줄 왼쪽 세번째)가 부서 직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CBRE코리아 제공
CBRE코리아 캐피탈마켓부의 수장인 최성현 전무(앞줄 왼쪽 세번째)가 부서 직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CBRE코리아 제공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 코리아의 캐피탈마켓부는 최근 "'색깔'이 달라졌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단순 매입, 매각을 중개하는 에이전트가 아니라 관련 펀드 내 투자자(LP)들의 니즈(needs)를 충족시키는 '딜(거래) 메이커'로 변신한 덕분이다.

지난해 4월 부서장을 맡은 최성현 전무의 영향이다. 최 전무는 자산운용사에서 14년 넘게 부동산 펀드매니저로 일했다.
투자 및 운용의 현장 분위기를 읽는데 누구보다도 능수능란하다는 평가다. 매도자, 매입자는 물론 펀드 투자자까지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눌 정도다. 투자자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에이전트'의 DNA가 캐피탈마켓부에 이식됐다.

■거래규모 1조대→3.2조 급성장

CBRE코리아 캐피탈마켓부가 수행한 자산거래 규모(딜 클로징 기준)는 2018년 1조원대에서 2019년 3조2000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최 전무가 내세운 '설득의 힘'이 결실을 본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엠디엠플러스 컨소시엄이 1800억원대에 인수한 한강호텔 거래다. 시장에 한번 나왔던 매물인 데다 다수의 주주로 구성된 소유구조, 임차인의 명도 이슈 등의 정리가 쉽지 않아 '매각이 어렵다'는 것이 시장의 인식이었다.

하지만 시행사 경험이 있었던 양승재 프라이빗거래팀 이사에게는 기회로 보였다. 매각 딜로 이끌어내기만 하면 시장의 반응이 괜찮을 것이란 판단이었다. 공공택지 공급이 끊겨 개발업체들이 민간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시장 상황도 한몫했다. 공동자문사를 맡은 코람코자산운용과 함께 16명의 주주를 수개월간 일일이 찾아가 설득했다. 수의계약으로 제안된 가격도 입찰을 진행하면 더 높일 여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최초 매도호가 대비 25%가량 높은 값에 매각을 성사시켰다.

부영을지빌딩(옛 삼성화재 본사)은 '삼고초려' 끝에 주인을 찾았다. 부영주택이 2017년 4380억원에 매입, 지난해 더존비즈온에 4501억원에 되팔았다. 해당 건물은 복수의 자산운용사가 시도하다 포기해 어려움이 컸다. 박준호 기관거래팀 부장은 포기 대신, 설득으로 방침을 정했다. 매도인이 인정할 만한 제안을 내놓아야 했다. 심사숙고한 제안을 바탕으로 두 달 넘게 부영을 설득했고, 가능성 있는 투자자(더존비즈온)을 연결하자 거래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해 마일스톤자산운용이 이지스자산운용에 매각한 CGV 대학로점(615억원)은 CBRE가 매각을 두 차례 진행한 물건이다. '디테일의 힘'과 '상시적인 고객케어'가 동시에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물류투자 플랫폼 플레이어로

캐피탈마켓부는 올해를 '물류투자의 플랫폼 플레이어'의 원년으로 삼았다. 이커머스(온라인 상거래)의 성장에 따라 프라임급 물류센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이 물류 투자 및 개발에 집중되고 있는 대목에서 기회를 찾았다. 현재 4명인 인력을 6~7명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지현 산업·물류팀 이사는 "화주기업들을 만나보면 전략적인 접근이 아닌, 단편적인 접근으로 물류부지를 찾는 경우가 많다"며 "전략적인 거점 마련, 분산된 센터 통합 이전, 경우에 따라 물류 부동산에 대한 유동화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개발단계부터 임차인의 최적의 기준에 맞춰 물류센터를 짓는 'Built-to Suit' 역시 중요해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실제 마켓컬리의 경기 김포 허브센터 임차는 이 이사의 의중이 반영됐다. 국내 유통형 저온물류센터의 부재를 고려, 개발 중인 물류센터의 상온창고를 저온으로 변경하는 선임대계약 체결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고, 중장기 전략에 맞춰 물류센터를 임차하는 것이다.

해외 부동산 매각자문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 수년 간 한국의 기관 입장에서 해외 부동산이 '매수'가 중심이었다면 올해부터는 '매각' 역시 중요해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최 전무는 CBRE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회를 만들 계획이다. 현지 시장상황 및 부동산 시세 등을 확인하고, 향후 1~2년 안에 펀드 만기가 도래하는 부동산의 매각에서 한국 투자자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네트워크 중심의 매입·매각 전략은 미래에셋대우가 인수한 프랑스 파리 마중가타워에서 이미 증명됐다. 톰 진스 아웃바운드팀 부장은 CBRE 파리팀과 협업해 국내 자본유치에 기여했다.
NH투자증권과 AIP자산운용이 인수한 핀란드 OP파이낸셜그룹 본사 거래(6400억원)에서도 역할을 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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