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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공공기관 ‘퍼주기’ 사회적 가치경영 없애려면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12 17:04

수정 2020.02.13 09:51

[fn논단] 공공기관 ‘퍼주기’ 사회적 가치경영 없애려면
공공기관은 경영평가에 민감하다. 일례로 지난해 경영평가 때 코레일은 단순 실수라 하더라도 순이익을 무려 약 4000억원이나 과대산정했다가, 감사원의 결산검사에서 이러한 사실이 밝혀져 결국 지난해 말 기재부는 코레일에 과다지급된 성과급을 환수하기로 했다. 그런데 최근 코레일은 경영평가에서 다방면으로 영향을 미치는 고객만족도 조사를 조작했다는 논란까지 일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코레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예를 들어 공공기관이 경영평가 때문에 이익 등을 조정할 수 있다는 학술적 증거는 2010년 한국회계정보학회의 발표논문으로부터 시작해서 2016년 한국정부회계학회, 2017년 한국회계학회 등으로부터 계속 제시돼왔다. 지난해 10월 유성엽 국회의원이 기재부로부터 제출받아 언론에 보도된 자료에 따르면 공공기관장의 경영평가 성과급이 1억원이 넘기도 하는 것을 보면 그럴 만도 하다.


그런데 박근혜정부 당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의 일환으로 공공기관의 부채감축 정책을 시행한 바 있다. 위의 연구에 따르면 공공기관들은 주어진 부채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익을 조정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정부에서는 100대 국정과제 중 12번째로 '사회적 가치 실현을 선도하는 공공기관'을 제시하고 있듯이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에 그대로 반영돼 암묵적으로 평가되는 항목들을 제외하고 사회적 가치(또는 책임)라고 명시적으로 밝힌 평가점수만 하더라도 공기업의 경우 2017년 최대 5점에서 2018년 22점, 그리고 2019년 24점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공공기관은 경영평가에 민감하다. 공공기관이 부채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익을 조정했듯이 이번에는 주어진 사회적 가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익을 훼손할 유인이 존재한다. 이에 공공기관의 무분별한 '퍼주기식' 사회적 가치 실현을 막기 위해 다음의 두 가지 조치를 제안한다.

첫째,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에서 '사회적 가치 실현'과 '사회적 책임 수행'을 명확히 구분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은 그 "설립목적이나 정관 등에 따른 주요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직접적이고 의도적으로 창출된 공익적 결과"여야 한다. 가령 코레일이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은 사회적 책임의 수행일 수는 있지만 코레일의 설립목적에 따라 실현될 사회적 가치는 아니다. 이렇게 해당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를 설립목적에 따라 명확히 정의해야 '퍼주기식' 새로운 방만경영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사회적 가치의 실현은 목적 접합성과 표현의 충실성이라는 측정원칙을 기반으로 화폐단위로 측정돼야 한다. 국민의 혈세를 무분별하게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는 투입된 원가와 창출된 효익이 반드시 비교돼야 한다. 즉, 사회적 가치를 효율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원가뿐만 아니라 효익에 대한 화폐 측정치도 필요하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는 피터 드러커 교수의 조언을 다시 한 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

지난해 기재부가 담당한 경영평가 대상 공공기관만 129개이고, 각 부처들과 지방자치단체들의 공공기관까지 포함한다면 '퍼주기식' 사회적 가치 추구가 국민의 혈세를 얼마나 낭비할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공공기관의 당연한 숙명인 사회적 가치 추구를 하지 말자는 주장이 아니라, 국민의 소중한 혈세가 새로운 방만경영으로 낭비되지 않게 하자는 것이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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