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신종 코로나보다 불합격이 더 두렵다"… 강의실 꽉 찬 공시족

윤홍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12 17:47

수정 2020.02.12 17:47

취업 부담감에 학원 수강 줄이어
마스크·소독제 등으로 감염 대비
12일 오전 서울 노량진 한 공무원학원 강의실에 100여 명이 넘는 수강생이 들어차 있다. 사진=윤홍집 기자
12일 오전 서울 노량진 한 공무원학원 강의실에 100여 명이 넘는 수강생이 들어차 있다. 사진=윤홍집 기자
오는 22일은 법원직 9급 공무원 시험이 치러진다. 코앞으로 다가온 시험날짜에 12일 서울 노량진의 한 공무원학원 강의실은 공시생으로 가득 찼다. 공시생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우려에도 "학원은 빠질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학원에는 이른 아침부터 100여명이 넘는 학생들이 마스크를 한 채 강의를 듣고 있었다.
학생들은 가끔씩 터져 나오는 기침 소리에 주위를 둘러봤지만 강의에 집중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1년에 한두차례 밖에 없는 공무원 시험이 짧게는 열흘밖에 남지 않았다. 22일 법원직 9급 공무원을 시작으로 4월 25일 국회직 8급 공무원까지 2개여월간 시험 일정이 빽빽하다. 이번 시험을 위해 오랜 기간을 준비해 온 공시생들은 신종 코로나보다 불합격에 대한 불안감이 커 보였다.

4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최모씨(29)는 "학원에 몰려있는 사람들을 보면 신종 코로나에 대한 우려보다 다들 열심히 시험 준비를 한다는 것에 더 큰 불안감을 느낀다"며 "남들 다 공부하는데 나라고 안 할 수 있나. 신종 코로나 걱정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원가에 따르면 노량진을 찾는 공시생의 발걸음은 줄지 않고 있다. 일부 대형 입시학원은 신종 코로나 여파로 수백명 규모의 설명회를 취소하는 경우까지 있지만 공무원학원들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B경찰공무원학원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전후를 비교했을 때 수강생의 수는 차이가 없다"면서 "강의를 취소하거나 환불을 요구하는 수강생도 적어서 신종 코로나 영향을 거의 안 받는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강의가 시작하기 전에 앞자리에 앉으려고 수강생들이 줄을 선다"면서 "감염에 대한 우려가 없는 건 아니지만 강의를 줄이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학생들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원은 강의실이나 자습실 곳곳에 손 소독제를 마련해 감염에 대비하고 있다.
수강생들에게는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신종 코로나 의심 증상이 있을 시 자가 격리를 권장한다. 일부에선 원생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예방수칙을 전달하고, 학원 내 신체접촉을 금하기도 한다.


노량진 거리에서 만난 박모씨는(30)는 "학원을 안 갈 수 없는 현실에서 수강생은 스스로 몸 관리를 할 수밖에 없다"면서 "부디 이번에는 시험에 합격해서 내년에는 다른 삶을 살고 싶다"라고 전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