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Buy 코리아' 외면하는 軍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13 18:02

수정 2020.02.13 21:39

[기자수첩] 'Buy 코리아' 외면하는 軍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많은 국가들이 자국 산업 보호와 육성,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자국산 의무 사용(Buy National)'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 국회에서도 지난 2016년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른바 '바이 코리아'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공공부문에 대한 자국 제품을 우선 사용하도록 하는 국가계약법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아직 통과하지 못했고, 이 탓에 우리 정부는 여전히 '쓸 만한 국산'이 있음에도 외국산을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국방부가 대표적이다. 육군의 지휘헬기는 현재 기령이 다 됐다.
미국산 헬기인 'UH-60'을 성능개량할 것인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수리온'으로 교체할지를 두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일각에선 연초 대만군 최고위 인사들이 탑승했던 'UH-60'이 추락, 참모총장이 사망한 사건으로 결정을 유보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방산업계는 연초 대만에서 발생한 UH-60의 사고가 아니더라도 우리 군이 수리온을 써야 하는 이유가 적지 않다고 주장한다. 각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자국산 의무 사용'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를 우리 군만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KAI가 개발해 상용화한 수리온은 우리 국민이 낸 세금으로 만들어진 헬기다. 지난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무려 1조2900억원의 정부 예산이 투입됐다.

단순히 국산이란 이유만으로 써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실제 군이 쓰는 지휘헬기는 유사시를 고려해야 하는 '무기'이기 때문에 그 성능이 무척 중요하다. 이 때문에 성능이 떨어지는 헬기라면 현재 사용 중인 미국산 UH-60을 고쳐 쓰는 게 옳다. 하지만 수리온은 이미 그 성능이 검증된 훌륭한 상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실제 우리 경찰이나 소방당국은 이미 수리온을 쓰고 있다. 군에서도 '닥터헬기'로 쓰기 위해 KAI와 계약을 했다. 게다가 현재 우리 정부의 첫째 과제인 '일자리'와도 무관치 않다. 수리온을 만드는 과정엔 KAI뿐 아니라 국내 250여개 협력업체가 달라붙는다.
또 우리 육군이 수명이 다 된 UH-60 대신 수리온으로 교체한다면 '메이드 인 코리아' 헬기의 수출도 활로를 찾을 수 있다. 복수의 전문가들은 "세계서 인정받는 미국 헬기도 6·25전쟁과 베트남전쟁 때 운용실적으로 검증을 거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제 군의 결단만 남았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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