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fn팩트체크] 애오개역 손소독제에 투명 테이프를 붙인 사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14 08:45

수정 2020.02.14 16:33

지난 13일 서울 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에 비치된 손소독제 하단에 테이프가 붙어있다.
지난 13일 서울 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에 비치된 손소독제 하단에 테이프가 붙어있다.

"훔쳐 가니까 그러겠죠. 창피하네요"
지난 13일 서울 한 지하철역 손소독제 바닥에 투명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어있다. 지나가는 시민에게 테이프가 왜 붙어있는 거 같냐고 묻자 시큰둥한 표정으로 이같이 답했다.

코로나19를 예방하고자 마련한 손소독제를 누군가가 몰래 가져가는 일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앞서 서울시가 언급한 바 있고, 제주시 역시 버스정류장 1241곳에 손소독제를 비치할 계획이었으나 철회했다.

일부 지하철역에서는 손소독제를 가져가지 못하도록 테이프로 고정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교통공사 관계자는 14일 "도난방지 차원이기도 하지만 세정제가 엎어질 수 있으니 테이프로 고정해놓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역무원이 상주하고 있는 곳에 비치된 손소독제에는 테이프가 붙어있지 않았다. 테이프가 붙어있는 건 시민들이 가장 많이 지나다니는 지하철 게이트 앞 소독제뿐이었다.

마스크도 상황은 같다. 서울시와 서울시교통공사는 지난달 마스크 150만개를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불과 5일 만에 절반에 달하는 70만개가 소모됐다. 이 때문에 승객들을 위해 하루 2000매씩 배포하려던 마스크는 역당 하루 500매로 줄었다.

당초 역내에 비치해서 시민들이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했지만 최근에는 역무원한테 직접 받아 가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역무원에게 마스크를 지키라는 '특명'이 주어진 셈이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1000매를 갖다 놓아도 30분 만에 동난다"고 밝힌 마스크는 역당 하루 평균 소모량이 100매 내외로 감소했다.
서울시교통공사 관계자는 "초반에는 한꺼번에 많이 가져가는 사례가 있었지만 이제는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자조하는 글이 적지 않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시민의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