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디지털 손보시장 판 커진다…카카오+삼성화재, 더케이 '출사표'

뉴스1

입력 2020.02.17 06:15

수정 2020.02.17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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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민정혜 기자 = 디지털 손해보험 시장의 판이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국내 첫 디지털 손보사인 캐롯손해보험이 문을 연데 이어 카카오페이와 삼성화재의 합작사가 오는 3월 예비인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더케이손해보험을 인수한 하나금융지주가 디지털 손보사 전환을 예고해 치열한 경쟁이 전망된다.

잇따른 디지털 손보사 설립은 자동차보험 등 기존 손보시장이 포화된 가운데 덩치 큰 손보사가 다루기는 어렵고 보장하기엔 수익성이 낮은 일상 속 다양한 위험이 핀테크 기술 발달로 속속 상품화되기 시작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 손보사들은 고객의 새로운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여러 플랫폼 기업과 제휴를 맺고 미니보험을 내놨지만 여전히 '실험 단계'다. 미니보험은 보험료가 저렴하고 보장 기간이 짧고 상품구조가 간단한 보험을 의미한다.
스키보험, 미니 암보험, 미세먼지보험, 귀가안심보험, 웨딩보험 등 새로운 위험을 보장하는 상품들이 대표적이다.

◇디지털 손보사, 일제히 '보험을 일상으로'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지난 14일 주식 인수 계약을 체결한 더케이손보를 디지털 손보사로 전환해 키울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더케이손보를 인수해 사업라인을 다각화하고 동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겠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캐롯손보가 국내 1호 디지털 손보사로 등장한 데 이어 카카오페이와 삼성화재의 합작사, 더케이손보가 차례로 디지털 손보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 디지털 손보사는 '보험을 일상으로' 끌어들이는데 최적화된 손보사를 지향한다. 일상 속 새로운 위험을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쉽고 간편하게 맞춤형으로 보장하겠다는 게 공통된 목표다.

캐롯손보는 통신업계와 자동차업계 1위인 SK텔레콤과 현대자동차가 주주로 참여해 이들 업계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캐롯손보의 최대주주는 한화손해보험(자본금 850억원 중 75.1% 출자)이며 SK텔레콤(9.9%), 현대자동차(5.1%)는 주요 주주다.

카카오의 금융플랫폼 계열사인 카카오페이와 삼성화재의 합작사의 경쟁력은 카카오페이 플랫폼이다. 3000만명의 누적 가입자를 보유한 카카오페이는 이미 일상 속에 들어와 있는 플랫폼이다. 카카오페이가 합작사 최대주주이며 경영권도 갖는다. 방점은 '테크핀'(Techfin·IT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금융 서비스)에 찍힌 디지털 손보사다. 손보업계 1위인 삼성화재는 보험사 기반을 만드는 것을 주도한다.

디지털 손보사로 변모할 더케이손보의 경우 금융그룹의 자본력과 자회사 간 시너지가 강력한 무기다. 종합 손보사인 더케이손보는 하나금융의 14번째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금융산업의 노하우가 집약된 금융지주 안에서 보험사가 다뤄야 할 각종 위험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왜 디지털 손보사 잇따를까

디지털 손보사는 보험업계의 새로운 흐름이 되고 있다. 자동차보험 등 전통 손보시장 포화로 손보사들이 신성장 동력 창출에 고심하던 상황에서 핀테크 발전으로 일상의 새롭고 다양한 위험을 상품화할 수 있게 된 것이 맞물린 결과다. 우리나라 대표 IT(정보기술) 업체인 카카오, 네이버 등이 테크핀 사업을 확장 중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금융당국의 혁신금융 지원도 디지털 손보사 탄생에 한몫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손보사의 핵심 요소로 '애자일(Agile)'을 꼽았다. 애자일은 '민첩한', '기민한'이란 뜻으로 부서 간 경계를 허물고 필요에 맞게 소규모 팀을 구성해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 문화를 말한다. 디지털 손보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환경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가져야 한다. 캐롯손보도 애자일 방식을 적용 중이다. 국내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가 발생한 후 약 2주 만에 출시된 질병보장 상품이 애자일 방식의 대표적 결과물이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손해보험연구실장은 "디지털 손보사는 환경 변화에 맞춰 유연하고 기민하게 다양한 맞춤형 상품을 내놓는 방식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헌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고객 요구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민첩성, 자본력, 보험사로서의 리스크 관리가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디지털 손보사는 기존 손보사와 공략하는 시장이 전혀 달라 손보시장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고객들의 새로운 보장 욕구에 발맞춰 나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디지털 손보사가 생겼지만 상품 간 비교 가능성이 낮고 정보 비대칭성이 여전해 향후 5년간 모바일 등 온라인 채널이 보험설계사 등 대인채널을 앞지르긴 힘들 것"이라면서도 "다만 건전성이 낮아 디지털화가 버거운 일부 손보사를 위협해 시장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촉발제는 충분히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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