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오스카 수상 문화산업적 의미..."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단한 기회"








People watch a TV broadcasting a news report on South Korean director Bong Joon-ho who won four Oscars with his film 'Parasite', in Seoul, South Korea, February 10, 2020. REUTERS/Heo Ran /REUTERS/뉴스1 /사진=


[파이낸셜뉴스] “아시아 영화인들의 공통된 반응은 ‘기생충=아시아의 자랑’이다. 세계 영화사에서 기존 모든 기록·권위를 넘어선 ‘기생충’을 부러움과 경이의 시선으로 보고 있다.” 18일 폐막하는 프랑스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에 참석 중인 전양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기생충’ 오스카 4관왕 이후의 세계 영화계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전양준 위원장은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 때보다 더 뜨겁다. 한국의 콘텐츠 산업을 배워야 한다고 얘기한다. ‘기생충’이 한국의 이미지를 아시아 최고로 격상시켰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 “할리우드 자본이 한국시장을 겨냥할 것이다. 특히 봉준호에게 투자가 봇물처럼 쏟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콘텐츠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의 글로벌 사업 담당자는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은 한국 콘텐츠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는 분수령이 됐다”며 “한국 콘텐츠가 미디어 주류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기생충’ 책임 프로듀서인 이미경 CJ그룹 부회장도 할리우드 리포터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게 대단한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 ‘기생충’이 견인한 오스카의 변화

“미국 영화사의 분수령”(AP통신), “‘좀 더 포용력 있는 오스카’를 약속한 것처럼 보인다.”(월스트리트저널), “역사적”(허핑턴포스트프랑스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오스카 작품상 수상은 단지 한국·아시아 영화사의 전무후무한 기록이 아니다. 세계 영화사에 새로운 기록 그 이상의 의미를 새겼다. 세계 영화산업을 대표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그 심장에서 ‘기생충’은 오스카가 새 역사를 쓰도록 견인했다. 더불어 아시아의 자랑으로 거듭났다.

지난 2016년 ‘오스카 소 화이트(Oscar so white)’라는 비난에 휩싸였던 아카데미 시상식은 최근 몇 년간 오스카 투표권을 가진 아카데미 회원의 유색인종과 여성 비율을 늘리면서 다양성 강화에 힘썼다. 2017년 뮤지컬영화 ‘라라랜드’를 제치고 흑인 동성애자의 성장을 그린 ‘문라이트’가 작품상을 받은 것도 이러한 변화의 결과였다. 올해 작품상 시상자로 나선 ‘폴리테이너’ 제인 폰다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이)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며 “오늘 밤은 영화가 우리 개인의 삶과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한 뒤 “패러사이트”를 호명했다. 92살 오스카가 이젠 비영어권 영화에도 작품상을 줄 자세가 됐음을 공식화한 것이다. 올해 작품상 후보는 ‘기생충’을 제하고 영미권 작품 일색이었다. 이동진 영화 평론가의 말마따나 “‘기생충’이 오스카가 필요했던 게 아니고, 오스카가 ‘기생충’이 필요한 해”였다.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은 지난 10일 기네스북에도 등재됐다.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화니와 알렉산더’와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과 함께 ‘오스카에서 가장 많은 상을 받은 외국어 영화’ 공동 1위에 올랐다. ‘기생충’ 작품상 수상은 미국 아시아계 커뮤니티를 들썩이게 했다. 작품상 수상 당시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산드라 오의 격한 반응과 “한국인으로서 정말 자랑스럽다”는 트위터 소감이 대표적 예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도 ‘기생충’의 수상은 “아시아계 미국인 커뮤니티 전체에게 매우 기쁜 일”이라며 “이제 아시아인들이 인정받고 우리의 노력이 결실을 거둘 때가 됐다”고 말했다. 국내 영화인들에게는 새로운 꿈도 꾸게 했다. 배우 전도연은 최근 영화 개봉을 앞두고 언론과 만나 “한국 배우·감독·스태프들이 또 다른 꿈을 꿀 수 있게 됐다”고 반색했다.

■ ‘기생충’, “세계 영화산업의 게임체인저”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은 세계 영화계에 비영어·비할리우드 영화의 흥행 가능성과 한국영화 브랜드를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산업적 의미도 크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기생충’이 세계 영화산업의 게임체인저가 될지도 모른다”며 “세계 영화 제작자·배급사들이 ‘기생충’이 영화산업 전반에 미칠 파급력을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양준 위원장은 “할리우드 자본이 한국시장을 겨냥하고 ‘기생충’을 계기로 다국적 공동제작이 늘어날 것”이라며 “오스카에서 한국 제작자의 모습을 보게 될 날도 멀지 않았다”고 전망했다. 특히 영화관보다 비디오스트리밍플랫폼 매출이 증가하는 추세에 주목하며 한국영화의 다국적 협업은 필요한 수순이라고 봤다. “부가 판권 시장을 소홀히 한다면 국내 제작자보다 아마존이 더 많은 돈을 벌게 될지도 모른다”며 “이젠 북미의 부가 판권 시장까지 염두에 두고 영화를 기획·제작해야 한다. 이안 감독의 다국적 프로젝트 ‘와호장룡’처럼 미국 자본과 협업해 세계시장을 겨냥한 다국적 영화제작이 보편화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한국 콘텐츠 산업 새 국면 “대단한 기회”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투자한 넷플릭스는 최근에 한국의 CJ ENM, JTBC와 파트너십을 맺고 오리지널 한국 콘텐츠 제작에 열심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기생충’ 이전부터 한류가 있었다”며 “올 초 넷플릭스가 국가별 콘텐츠 인기 순위를 발표했는데, 태국·대만·싱가포르 등지에서 한국의 ‘킹덤’ ‘좋아하면 울리면’ ‘호텔 델루나’가 미국의 ‘기묘한 이야기’나 영국의 ‘블랙 미러’와 함께 톱10에 올랐다”며 한국 콘텐츠의 경쟁력에 주목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올해 해외 매출 비중을 전체의 40%로 확대할 계획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의 글로벌 사업 담당자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으로 한국 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스튜디오 드래곤의 IP(지적재산권)에 대한 문의나 협업 제의가 늘고 있다. 해외사업을 하는 데 있어, ‘기생충’이 촉발한 한국 콘텐츠의 인식 변화가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의 해외 판매 매출은 2018년 1,102억원에서 2019년 1,604억원으로 무려 45.5% 증가했다. 이는 “콘텐츠 경쟁력·브랜드 인지도 강화에 따른 단가 인상, 판매 지역 및 OTT로 사업모델 확대 등 글로벌 전략 강화에 기인한 결과”다.

CJ ENM은 현재 ‘극한직업’ 리메이크를 포함해 17개의 영어 영화를 개발 중이다.
이미경 부회장은 “이번 오스카에서 ‘기생충’이 거둔 성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 콘텐츠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봤다. 그는 CJ ENM의 대 할리우드 전략과 관련해 “해외 유통 가능한 콘텐츠를 선별하고 이를 현지화해야 한다"며 "각 지역에 맞는 감독을 찾고, 좀 더 실질적이고 정교한 전략을 짜야 한다. 전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 이상으로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