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행정·지자체

[단독] 정년연장 공무원 135명 급여·연금도 늘어… 결국 '혈세 낭비' [편법에 찌든 공무원 고용]

송주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17 18:01

수정 2020.02.17 20:57

(中) 공무원 정년은 '고무줄 정년'
6개월에서 최장 3년6개월씩 늘려
정부, 급여·연금 등으로 추가지출
연금 수령 시기·퇴직금 이득 목적
정년 앞당긴 공무원도  44명 달해
[단독] 정년연장 공무원 135명 급여·연금도 늘어… 결국 '혈세 낭비' [편법에 찌든 공무원 고용]
공직사회 내에서 주민번호 변경을 통한 '정년 연장' 꼼수가 횡행하고 있어 제도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문재인정부가 공정과 정의를 화두로 내걸었지만 정년 연장 '꼼수 노하우'가 특정 권력기관을 중심으로 퍼져나가면서 혈세 낭비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공무원들은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4년 가까이 정년을 연장했는데 해당 기간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억대 급여가 국민혈세로 지급됐다. 현재까지 정년연장자에게 지급된 최소 급여만 따져도 경찰청 약 3억7000만원, 고용노동부 약 4260만원 등이다. 하지만 향후 정년이 남은 공무원이 다수인 만큼, 혈세 낭비 규모는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17일 본지가 '2009년부터 2019년까지 57개 부·처·청 공무원들의 주민번호 및 정년변동 현황 전수조사 자료'를 단독입수해 분석한 결과, 총 27개 부·처·청에서 179명의 공무원이 주민번호 변경을 통해 정년을 바꿨다.
앞서 대법원은 2009년 3월 주민번호 변경을 통한 공무원 정년 연장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27개 부·처·청, 179명 정년 바꿔

주민번호 변경을 통한 정년을 변동한 공무원을 근무지별로 살펴보면 경찰청이 74명으로 가장 많았고 대법원(20명), 국세청(17명), 교육부와 법무부 (각 9명), 고용노동부 및 통계청(각 6명) 순이었다. 이어 해양경찰청과 행정안전부가 각각 4명, 농림축산식품부·산업통상자원부·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각각 3명씩이고, 국가보훈처·국토교통부·문화재청·병무청·특허청·헌법재판소가 각각 2명씩이다.

또 감사원, 공정거래위원회, 관세청, 국회사무처,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인사혁신처, 조달청, 해양수산부 등이 각 1명씩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대통령경호처, 대통령비서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안보실, 법제처, 산림청, 여성가족부, 외교부, 중소벤처기업부, 통일부, 환경부 등은 정년 변동 공무원이 없었다.

현직 공무원 A씨는 "실제 생년월일을 수정하면 정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공무원들 사이에 알음알음 퍼져 있다"며 "함께 일하던 상사도 정년을 앞두고 주민번호를 바꿔 정년을 1년 연장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법적인 정년사항을 주민번호 변경을 통해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는 것으로, 막대한 혈세가 일부 공무원들의 '고무줄 정년 조정'으로 샐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급여·연금 추가지출…혈세 펑펑

정년 변동 속살을 들여다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합법의 틀에서 교묘하게 상식을 뛰어넘는 편법과 꼼수가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10년간 주민번호 변경을 통해 정년을 변동한 179명의 공무원 중 정년을 연장한 유형은 135명(약 75.4%), 정년을 단축한 유형은 44명(24.5%)이다.

전수조사 자료에 따르면 정년 연장은 짧게는 6개월부터 길게는 3년6개월까지 다양하며 정년 연장은 해당 기간 지급되는 월급과 퇴임 후 연금 증액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정년을 2018년 12월에서 2019년 12월로 1년 연장한 국세청 5급 공무원의 경우 최소 약 2950만원의 혈세를 월급으로 더 타갔다. 경찰청 B경감은 2016년 6월 30일 정년을 2018년 12월 31일로 2년 반 연장해 약 1억5000만원 이상의 추가 급여를 지급받았다.

또 다른 공무원 C씨는 "주민번호를 바꿔서 정년을 연장하면 월급은 물론 공무원 재직기간이 길어져 연금 수령액도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공무원은 또 "주민번호 변경을 통해 정년을 단축한 공무원들도 꼼수가 있다"며 "이분들은 자신이 태어난 것보다 늦게 출생신고가 됐다는 뜻인데, 정년을 앞당겨 연금 수령 시기나 퇴직금 등에서 이익을 보려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해당 부처 이의제기 못해

일부 공무원들이 편법으로 정년을 고무줄 늘리듯 하고 있지만, 부처에선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공무원들의 주민번호 변경은 법원 판결에 의한 것인 만큼, 부처에서 이의를 제기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조사대상 부처 중 가장 많은 정년변경자 사례가 나온 경찰청 관계자는 "법원에서 판결을 받아온 것에 대해 경찰청이 문제를 제기할 방법도 없고 권한도 없다"며 "경찰청 조직이 큰 만큼 주민번호 변경 사례도 많은 것으로 본다. 부처 공무원들의 주민번호 변경이 정년을 바꾸기 위한 꼼수라고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정부부처 관계자는 "주민번호 변경 관련 입증서류가 준비되면 해당 공무원들에게 따로 사실 여부를 따져 묻진 않는다"며 "편법이 있어도 법원 판결이 난 합법적 절차라 제재를 가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juyong@fnnews.com 송주용 김학재 장민권 심형준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