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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이사람] 봉준호 '옥자' '기생충' 출연 독일배우 안드레아스 프론크

김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19 14:26

수정 2020.02.19 14:26

[fn이사람] 봉준호 '옥자' '기생충' 출연 독일배우 안드레아스 프론크

[파이낸셜뉴스] "영화 '기생충' 오스카상 수상에 미약하게나마 기여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너무나 자랑스럽죠."
지난 10일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거머쥐자 한국에서 이를 지켜보던 독일인 배우 안드레아스 프론크(47·사진)는 환호성을 질렀다.

3년 전 영화 '옥자'를 통해 봉 감독을 처음 만난 안드레아스는 이번 영화 '기생충'에서 아버지 기택(송강호 역)이 지하실에서 숨어 지내는 동안 이사 온 독일인 가족 역할을 맡았다.

"봉 감독은 영화를 대하는 태도뿐만 아니라 촬영 현장의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대하는 모습도 남달랐다. 봉 감독의 세트장은 늘 차분했고 친절하며 따뜻한 분위기였다"고 안드레아스는 당시 촬영 현장을 회상했다.

안드레아스는 "대체로 감독은 촬영 현장에서 권위적이고 명령을 내리지만, 봉 감독은 달랐다"고 했다. 영화 '옥자'에서 스쳐 지나가는 역할이었지만 봉 감독은 마음을 열고 친구를 대하듯 따뜻한 말을 건넸다고 그는 전했다.


안드레아스는 "영화 '기생충'에서 내 역할은 얼굴을 잘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단지 10초 정도 아주 자그맣게 나오는 정도였다. 그렇지만 영화 시나리오상 독일인 가족이라는 내용 때문에 봉 감독은 '무조건 독일 본토 사람'을 배역으로 고집해 내가 다시 섭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에서 나고 자란 그는 어릴 적 아시아권 무술에 관심을 가지던 중 대학교 시절 만난 태권도 사범으로부터 한국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대학에서 경제학과 체육학을 복수 전공한 뒤 독일 주재 한국 회사 근무를 통해 수 차례 한국을 방문하게 됐고, 이후 2008년 한국에 정착하게 됐다.

회사원으로 지내던 안드레아스가 한국에서 배우 생활을 하게 된 계기는 봉 감독의 '옥자'였다. 꽤 오랜 기간 촬영과 편집을 거친 탓에 가장 먼저 '옥자'를 촬영했지만 스크린 첫 데뷔는 영화 '불한당'을 통해서 했다.

2017년 그가 출연한 한국 영화만 '불한당' '옥자' '브이아이피' '강철비' 등 4편에 달한다. 이후 'PMC:더 벙커'와 '기생충'에 이어 올해는 '남산의 부장들'과 개봉 예정인 '서복' '보스턴 1947' '강철비2'에 참여했다.

안드레아스는 대한민국 첫 외국인 액션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그는 촬영이나 오디션이 있는 날을 제외하고는 매일 서울액션스쿨으로 향한다.
서울액션스쿨은 정두홍 무술감독이 운영하는 액션배우 발굴 및 양성 아카데미로, 그는 서울액션스쿨에서 '액션 및 스턴트 교육훈련'을 22기로 수료했다.

안드레아스는 "한국에서 외국인 배우는 역할 자체가 많이 없어 꾸준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며 "몸을 만드는 과정은 쉽지만, 발차기를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서는 하루에 200~300번씩 같은 동작을 연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봉 감독이 '계획을 끝까지 따르다 보면 분명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 격려를 떠올리며 꾸준히 내 스스로 기회를 찾기 위해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영화 '옥자'에서 1초, '기생충'에서 10초 출연했으니, 봉 감독이 불러준다면 다음 영화에서는 30초를 할 수 있지 않겠냐"면서 웃어 보였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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