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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선수 출신이 만든 자동배팅기… 20여개 프로구단서 사용" [로컬 포커스 강소기업 CEO를 만나다]

김장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19 17:19

수정 2020.02.19 20:04

세계 최초 야구 자동배팅기 개발
제스트 김무성 대표
2013년까지 한화이글스서 활약
무릎부상으로 그만둔 후 창업
선수시절 기억 되살려 제품 개발
CES 2020 참가 250만弗 계약
스크린 타격 분석시스템 활용
레포츠시장으로 영역 확대 계획
【 대구=김장욱 기자】 "선수출신이 만들면 다릅니다!"

'일년 중 가장 슬픈 날은 야구가 끝난 날'이라는 명언을 남긴 토미 라소다 전 LA 다저스 감독의 말이 무색해질 만큼 최근 막을 내린 드라마 '스토브리그'(Stove League)가 야구 골수팬 뿐만 아니라 평소 야구에 관심을 두지 않는 일반 대중에게까지 연일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 드라마는 일반인들이 일상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야구 '뒷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극중 흥미를 배가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프로야구까지 경험한 선수출신이 창업한 기업이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인 'CES 2020'에 참가해 적지 않은 규모의 계약을 체결해 또 다른 눈길을 끈다.
김무성 제스트 대표가 생산 공장에서 자사의 주력 제품인 자동배팅기(AUTOBAT)를 직접 시연하고 있다. 대구TP 제공
김무성 제스트 대표가 생산 공장에서 자사의 주력 제품인 자동배팅기(AUTOBAT)를 직접 시연하고 있다. 대구TP 제공
■야구훈련 위해 자동배팅기 만들어

대구에 본사를 둔 자동화기기 전문업체인 제스트는 야구훈련을 위한 야구공 '자동배팅기'(AUTOBAT)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기업으로 지난 2015년 설립됐다.
김무성 제스트 대표는 소년기를 거쳐 청년기에 이르기까지 야구공 하나만 보고 달려 온 야구 선수출신이다. 경북고와 계명대를 거쳐 한화이글스에 입단할 때까지 야구선수로서의 길만 있을 줄 알았다.

김 대표는 "무릎 반월판 부상으로 지난 2013년 프로야구 선수생활을 접었다"면서 "20여년 넘게 야구만 해 온 그로서는 청천벽력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좌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야구를 그만두고 잠시 자동차 부품 회사에서 일하며 새로운 도전을 꿈꿨지만 대기업 납품 중심의 한계를 실감하던 중 TV에서 야구중계를 보다 선수시절의 기억을 되살리면서 창업이란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이때 개발하기 시작한 제품이 야구공 '자동배팅기'다. 사실 야구 훈련의 가장 기본 중 하나가 배팅인데, 현재까지도 많은 선수들이 배팅의 기본기를 다지기 위해 막대기 위의 작은 받침대에 공을 올려놓고 배트로 치는 연습인 '티 배팅'(Tee Batting)을 한다.

하지만 공을 올려주는 사람의 부상에 대한 위험도가 늘 존재한다는 선수시절의 기억을 되살려 제품 개발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물론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야구공의 가죽 재질과 실밥 때문에 공의 이송(자동공급)이 쉽지 않았고, 구성하는 부품이 많다보니 무게도 100㎏이 넘었다. 제품의 이동을 위해 바퀴를 달았지만 이 마저도 한계에 직면했다.

김 대표는 "주변 야구인들의 진심어린 조언이 제품 개발에 큰 보탬이 됐다"고 말했다. 물론 김 대표가 야구 선수출신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현재 완성된 제품은 크기를 대폭 줄여 무게는 50㎏ 낮췄고, 디자인도 배트와 부딪힘을 피할 수 있는 경사도가 반영된 유선형이 적용됐다. 접이식 손잡이와 바퀴를 달아 이동도 편리해졌다.

자동배팅기는 공을 담는 용기인 호퍼와 공을 올려주는 배팅대로 구성돼 있다. 호퍼에 공을 담은 뒤 스위치를 켜면 자동으로 배팅대에 공을 올려주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배팅대에 달려있는 센서가 타자가 치는 공을 인식해 자동으로 다음 공을 올려준다. 또 배팅 스피드 향상을 위해 공을 올려주는 속도와 배팅 높낮이도 조절이 가능하다.

판매를 위한 지식재산권 확보 및 인증도 충분히 준비했다. 국내 특허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PCT 출원을 완료했다. 국내 스포츠용품 품질(KISS), K마크, CE 등의 인증서를 획득했으며 우수체육용구 생산업체 지정도 받았다. 지난 2016년도에는 대구시 예비(Pre) 스타기업에 지정, 기술력과 성장성까지 인정받았다.

이런 노력 덕분에 시장의 반응도 예상보다 빨랐고, 호의적이었다. 매출도 지난 2016년 5억원에서 2018년도 16억원까지 상승했다.

현재 국내 7개 프로구단을 비롯해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 미국 텍사스레인저스 등 20여개 프로구단에서 자동배팅기를 사용하고 있다. 또 사회인 야구팀을 비롯해 초·중·고·대학 야구단 등 국내·외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업지원기관 조력

특히 기업지원기관인 대구테크노파크 스포츠융복합산업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참가한 'CES 2020'에서 미국의 스포츠 용품 기업과 25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올렸다. 또 현지 스포츠 용품 유통회사 및 아마존 등의 지속적인 관심에 앞으로 추가 수출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올해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는 김 대표는 비전 센서를 활용한 타격 데이터 추출을 통해 타격자의 배팅 분석과 트레이닝을 지원하는 스크린 타격 분석시스템(PERFECTION)으로 레포츠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김 대표는 "스크린 타격 분석시스템은 타구 속도, 비거리, 분포도 등을 측정할 수 있다"면서 "시뮬레이터 기능뿐만 아니라 홈런 더비(HOMERUN DERBY) 등 게임성도 갖추고 있어 일반인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올해 안으로 스크린 타격 분석시스템을 활용한 야구연습장 직영점도 열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대표는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매출과 같은 부분도 매우 중요하지만, 제가 사랑했던 야구가 단순히 보는 스포츠를 넘어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멀티 레포츠로 자리매김 했으면 한다"며 "이제는 전직 야구선수가 아니라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로 인식될 수 있게 전력 질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gimju@fnnews.com 김장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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