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여의도속풀이] 김무성과 이언주의 '영도다리' 충돌

뉴스1

입력 2020.02.19 18:41

수정 2020.02.19 18:41

이언주 전 전진당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출범식에서 축사를 있다. 2020.2.17/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이언주 전 전진당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출범식에서 축사를 있다. 2020.2.17/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김무성·조경태 미래통합당 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6회 제2차본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2020.2.19/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김무성·조경태 미래통합당 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6회 제2차본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2020.2.19/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김무성·이언주 미래통합당 의원이 '한 가족'이 되자마자 '치고받고' 있다. '영도다리'를 내놓은 김 의원과 이를 차지하려는 이 의원의 갈등이라는 게 당 안팎의 관전평인데, 통합을 이루자마자 터져나온 싸움이 자칫 당내 전체의 '공천 갈등'으로 번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두 의원의 갈등은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의 지난 16일 인터뷰가 발단이다. 그는 이날 국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부산에 바람을 일으킬 선수가 필요한데 이곳에 한 번도 출마한 적이 없는 이언주 의원에게 경선하라고 하는 것은 불공정한 것"라고 말했다.

이에 김무성 의원이 이언주 의원의 부산 전략공천이 부당하다는 취지로 반발하자 다시 이 의원이 "공관위가 결정할 사안으로, 불출마 선언한 의원이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라고 받아치면서 갈등이 표면화했다.



다만 김 위원장의 언급은 그간 쌓여온 갈등에 불을 붙인 '기폭제'에 불과해 보인다.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등을 중심으로 중도보수 통합 논의가 있던 때로 시간을 더 돌려보자.

황교안 대표와 유승민 의원의 회동설부터 '안철수 신당'과의 합류설까지 몇 차례의 폭풍이 휘몰아친 뒤에야 우리공화당이나 태극기 세력 등이 빠지고 한국당과 새보수당, 그리고 이언주 의원이 이끄는 전진당(미래를 향한 전진 4.0) 등으로 정리됐다.

통합 논의가 활발하던 그때 물밑에서는 합당 후 '공천'에 대한 '밀당'(밀고 당기기)이 한창이었고, 그 주인공 중 하나가 이언주 의원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소속으로 경기광명을에 출마한 이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이 곳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이후 국민의당-바른미래당-전진당을 거친 끝에 통합당에 합류하는 등 여러 당을 옮겨다녔다.

합류 직전 전진당에서는 '나홀로' 국회의원이었다. 110석이었던 자유한국당과 8석의 새로운보수당에 비하면 명함을 내밀기도 어려운 입장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에 맞서기 위해서라면 '삭발'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의 '파이터' 기질에다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선을 넘나드는 원색적인 발언을 쏟아내는 강성 이미지로 자리를 잡은 데다 보수대통합이란 커다란 흐름이 더해지면서 마침내 이 의원은 통합당 출범식에서 단상에 올라 황 대표의 손을 잡을 수 있었다. 통합의 당당한 주인공이란 것이다.

이에 걸맞게 이 의원은 합당 논의 과정에서도 전진당 몫으로 공천 지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를 지인에게 물려주고 자신은 부산 공천을 요구했고, 여기에 더해 수도권 1석을 추가로 요구했다는 추측이 나돌기도 한다.

초등학교는 외국에서 다닌 것으로 알려진 이 의원은 부산 영도구에 있는 남도여중과 영도여고를 졸업했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불출마 선언 상태인 김무성 의원의 부산 중구·영도구가 이 의원이 출마할 전략공천지로 떠올랐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일찌감치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김 의원이지만 6선 중 최근 2번의 선거를 치렀던 영도구를 '철새' 이미지의 이 의원에게 내주는 것이 탐탁지 않았을 것은 자명하다. 김 위원장의 이 의원 언급은 이런 아슬아슬한 순간에 불을 붙였고 갈등은 두 사람을 넘어 원내외로 퍼졌다.

통합당 내에선 자연스럽게 이 의원보다는 김 의원을 두둔하는 기류가 강하다.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은 이 의원을 직접 겨냥했다.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의원은 자중하기 바란다. 통합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경거망동은 삼가기 바란다"며 "본인의 전략공천설이 돌면서 부산 중구·영도구 당원들이 들고 일어나 기자회견 하는 것을 보지 못했나"라고 지적했다.

'진보 저격수'로 돌아선 진중권 전 교수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는 페이스북에 "철새 정치인을 당에 들이는 것도 문제인데, 아예 전략공천의 대상자로 선정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라면서 "세상에, 머리 밀었다고 공천 줍니까? 유권자를 우롱하지 말라"고 통합당을 비판했다.

상황이 예상보다 커지자 김 위원장은 전날 "면접이 먼저 시작된 수도권 공천도 마무리되지 않았는데 부산 공천을 두고 설전을 벌이는 것은 너무 나갔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 의원에 부산 중·영도를 제안한 사실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언급하지 않으며 사실상 인정했다.

김 위원장이 한마디 하자 김 의원과 이 의원도 서로 한발 물러섰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의원은 아주 훌륭한 우리 당의 전략적 자산이라 부산 선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략공천해서 온다면 거기 사람들이 가만히 있겠느냐, 분열할 수밖에 없다"며 "오는 것은 환영하지만 경선을 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어제 유튜브 제목을 붙이는 과정에서 (김 의원을 향해) '정계은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은 나의 의도가 아니다"라며 "의원실의 실수로, 지나친 용어를 사용한 것에 대해 정정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김형오 위원장에 대한 신뢰가 강한 상황에서 이 의원의 전략공천은 다른 공천으로까지 공정성 시비가 일어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갈등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수습할지 공관위의 고민이 하나 더 늘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