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병원

병원 '코로나19'로 직원 해외여행 금지...법적판단은?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24 11:01

수정 2020.02.24 11:01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백병원 응급실이 19일 임시 폐쇄됐다. /사진=뉴시스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백병원 응급실이 19일 임시 폐쇄됐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서울 대형병원 근로자 A씨는 3월 예약한 동남아행 비행기 표를 취소했다. 병원에서 직원들에게 해외여행을 금지한다는 공문을 내렸기 때문이다. A씨는 “수수료가 얼마 되지 않아 표를 취소했지만 너무 보수적인 분위기다”며 ”개인 휴가를 두고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대형병원들이 근로자에게 해외여행 제한 지침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제한이 법적으로 가능할지에 대해 의견이 나뉜다. 근로자 휴가는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지만 사용자가 사업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 근로자의 휴가시기를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24일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은 모두 근로자에게 해외여행 제한조치를 내렸다. 병원별 여행을 제한하는 국가는 다르다. 삼성서울병원이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28개국을 제한했다. 서울대병원, 아산병원은 중화권 및 동남아 9개국을 제한했다.

병원마다 해외여행 제한 형태도 다르다. 전면제한을 하는 곳이 있고 부서장과 협의를 통해 휴가를 허가하는 곳도 있다. 자제를 바란다고 권고하는 곳도 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내부불만이 있겠지만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병원은 예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병원 해외여행 제한 배경에는 정부 권고가 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이 확인된 지역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발표한 바 있다. 정부가 병원에게 해외여행을 제한하라는 지침은 하지 않았다. 다만, 병원 직원이 중국 등 유행지역을 다녀온 뒤 14일간 업무 배제하라는 지침을 내린 적은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병원(사용자) 임의대로 직원 휴가를 제한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견이 갈린다. 근로기준법 60조 5항이 쟁점이 된다. 5항은 “사용자는 (...) 휴가를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주어야 한다. (...) 다만,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기본적으로 유급휴가는 사용자가 승인했을 때가 아니라 근로자가 ‘청구(신청)했을 때’ 줘야 한다. 하지만 사용자가 코로나19 시기에 휴가를 가는 것이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준다고 휴가 시기변경을 말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탁선호 금속노조법률원 변호사는 “사용자가 근로자 휴가 사유를 제한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직원이 해외여행을 사유로 휴가를 신청했는데 사용자가 무조건 거부한다면 법 위반 소지가 크다”며 “산업안전보건법도 감염병에 걸릴 우려만으로 근로를 금지할 근거법령도 없다. 다만, 의료기관은 감염전파 방지 필요성이 큰 만큼 노사간에 해외여행을 제한지역 등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경아 법무법인 온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이 기본적으로 적용되지만 이외에도 각 사업장의 취업규칙과 정관 규정도 살펴봐한다”며 “여러 규정 확인을 하면 보통 휴가사용은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맡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코로나19의 확산이라는 현 상황과 사업장이 의료기관이라는 특수성이 있어 일부 휴가기간 시기에 대한 제한의 필요성이 있는 점은 배제할수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병원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사업자의 시기변경권권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오태환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그간 판례는 근로자 휴가로 공장가동이 어려운 경우 막대한 지장에 해당한다는 정도만 있다. 감염병과 관련된 판례는 없다”며 “다만 코로나19 감염 원인이 해외에서 연유되는 게 분명한 상황이면 병원 등 접촉이 많은 사업장은 여행제한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기준법 60조5항은 근로자의 자유로운 휴가권 사용을 원칙으로 하되 경영적 위험을 예외로 인정한 법률이다”며 “병원은 영리기관이 아니다. 병원의 사업상 지장에는 공익적 요소가 있다.
때문에 코로나 사태는 병원의 공익적 사업으로서 속성상 공익에 해가 되는 것을 사업상 막대한 지장에 해당할 수 있어 시기변경권 행사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자가 근로자 휴가 제한조치로 근로기준법 위반 시 형사 처벌은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성승환 법무법인 매헌 변호사는 “형법 20조는 정당행위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돼 범죄를 구성하는 행위에는 해당하나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