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 중기·스타트업 'Why Pick']

와이즐리, 론칭 2년만에 시장 4위… 최종 목표는 '면도기 넷플릭스'

독과점 등 불합리한 시장 구조에
가격 올라가는 프리미엄 면도기
자사 홈페이지에서만 제품 판매
유통구조 줄이며 가격 거품 없애
구독형태 도입해 교체시기 배송
스킨·헤어케어 제품도 서비스 예정

2017년 설립한 와이즐리는 브랜드를 공식 론칭한지 2년 만에 국내 면도기 시장에서 4위에 진입했다. 글로벌 대기업들이 독과점하고 있는 면도기 시장에서 유통마진을 크게 줄인 와이즐리는 독일에서 생산한 프리미엄 면도기를 절반 가격 수준으로 저렴하게 제공했다. 그 결과 와이즐리의 재구매율은 92%에 달한다. 2018년 알토스벤처스에서 시리즈A 규모의 투자를 받은 와이즐리는 올해 점유율 두자리수 달성과 면도기 시장 3위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동욱 와이즐리 대표가 지난 20일 서울 성수동 스파크플러스 성수점에서 와이즐리 제품을 직접 시연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남성들은 당연하게 소비를 해야 하지만 구매하려면 막상 부담스러워 하는 소비가 있다. 면도 관련 소비다. 면도기, 면도날 모두 비싸다. 비싸지 않으면 질이 떨어진다. 그래서 비싼 걸 사고도 자주 교체하지 않아 피부 질환이 생기거나 무뎌진 날에 베이기도 한다. 괜찮은 품질의 제품을 합리적으로 사서 쓸 순 없을까.

지난 20일 서울 성수동 스파크플러스 성수점에서 만난 와이즐리 김동욱 대표(사진)가 창업하게 된 건 앞선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글로벌 유통 대기업에서 근무를 했던 김 대표는 "그곳에서 불합리한 시장 구조에 대해 알게 됐다. 실제 최상위 브랜드 면도기의 원가율은 5% 밖에 안 된다"며 "몇몇 글로벌 기업이 독과점 하는 구조인데다 유통채널이 중간에 끼면서 소비자들이 받아보는 가격은 지나치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도 문제제기가 일어났고 대안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

■"유통마진 줄이니 소비자가 아껴줘"

와이즐리는 불합리한 시장 구조를 고쳐보자는 의미에서 설립됐다. 첫 번째는 유통구조를 극단적으로 줄여 가격 거품을 뺐다. 온·오프라인의 중간 유통채널을 전부 없앴다. 오로지 와이즐리 홈페이지에서만 와이즐리 제품을 판매한다.

스타트업의 홈페이지에 어떤 소비자가 들어와서 돈을 쓸까. 김 대표는 "브랜드 스토리가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지인에게 추천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공동창업자들은 SNS에 시장의 불합리함을 알리는 카드 뉴스를 제작했고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진행된 베타서비스에 반응이 좋아서 공식론칭을 했는데 소위 '대박'을 쳤다.

김 대표는 "2018년에 공식 론칭을 했는데, 이후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주문이 들어왔다. 2월 초에 2달치 재고를 3일 만에 다 팔고 한 달 동안 품절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생활소비재 제품답지 않게 와이즐리의 재구매율은 92%다. 기존 시장에 쌓였던 불만이 와이즐리에 대한 충성도로 나타난 것이다. 김 대표는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리뷰 중 대부분이 자발적인 리뷰"라며 "자발적으로 올리고 친구들을 태그해서 추천해주며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저렴한 가격에 품질도 확보하고자 업력이 100년이 넘어가는 면도날 공장을 섭외했다"며 "처음엔 소비자 가격으로 사서 공급을 하다가 수요가 늘어나면서 공장을 설득했다. 현재는 프리미엄 제품을 2분의 1, 3분의 1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건강한 습관 구독하세요"

와이즐리가 꿈꾸는 건 생활소비재에 구독경제를 입히는 것이다. 김 대표는 "면도날이건 칫솔이건 주기적으로 갈아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데 귀찮거나 몰라서 안 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교체 주기를 알려주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와이즐리 교체 주기 알림 서비스를 카카오톡을 통해 운영한다. 교체 주기는 소비자가 설정할 수 있고, 3일 전에 교체 주기 알림을 받는다. 이후 등록된 카드로 자동결제·배송을 해준다. 카톡으로 '미뤄주세요'라고 메세지를 보내면 미뤄지고, '오늘 보내주세요'라고 보내면 당일 발송된다.

면도기와 면도날, 면도크림만 판매하고 있지만 올해 6월에 스킨 케어, 11월에 헤어 케어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제품에 담은 가치는 같다. '좋은 제품을 유통마진 없이 저렴하게 구독하자.' 생활소비재 시장의 넷플렉스로 발전하는 중이다.

김 대표는 "단순히 생활소비재를 파는 게 아니라, 소비자들의 건강한 습관을 만들어주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